컨텐츠 바로가기

04.23 (화)

이슈 [연재] 중앙일보 '성호준의 골프인사이드'

[성호준의 골프 인사이드] 한국인뿐인 한국여자오픈, KLPGA 투어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중앙일보

한국여자오픈 챔피언조 선수들. 이번 대회는 전원 한국 선수들이 참가해 한국선수들끼리 우승을 다퉜다. [사진 한국여자오픈 조직위]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20일 끝난 한국여자오픈 출전 선수 옆에 표시된 국가는 KOR와 K.A 뿐이었다. K.A는 국가 이름이 아니고 KOREA AMATEUR(한국 아마추어)의 약자다. 외국 선수는 단 한 명도 없었다.

대한골프협회는 “외국 아마추어 선수 몇 명을 초청하곤 했는데 올해는 코로나 때문에 그러지 못했다”고 했다. 특수상황이라 해도 골프 강국 한국의 ‘오픈’ 대회에 외국 선수 0은 민망한 수치다. 같은 코로나 팬데믹이지만 올해 US여자오픈에는 한국 선수 20명 포함, 26개국 선수가 출전했다.

US오픈은 해외 투어 상위 선수에게 출전권을 준다. 한국여자오픈 출전요강엔 그런 조항이 없다. ‘세계 랭킹 200위 내 상위 5명’과 ‘초청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는데 그게 딱 외국인에게만 해당되는 건 아니다. 한국여자오픈이 문을 완전히 닫아 놓은 것은 아니지만 오든지 말든지 상관없다는 투다. 권위 있는 챔피언십이 되기 위해선 US여자오픈처럼 문호를 넓게 개방할 필요가 있다.

물론 대회 하나 보고 2주 격리하면서 한국에 오기는 쉽지 않다. 한국여자오픈에 외국인이 없는 근본적인 이유는 KLPGA 투어에 외국인 선수가 없다는 거다. 남자 투어인 KPGA엔 교포 외국인 선수라도 있지만 KLPGA 투어는 순수혈통이다. 한국 선수들은 미국과 일본 투어 등에 나가 활동하고 있는데 한국이 받을 것만 받고 베풀지는 않는다는 인상을 준다.

KLPGA 투어가 외국인 선수 유치 노력을 하지 않은 건 아니다. 2015년부터 인터내셔널 퀄리파잉 토너먼트를 열었다. 상위 3명에게 KLPGA 시드순위전 예선을 면제해줬다. 그러나 본선 통과가 어렵고, 통과했다 하더라도 한국 투어의 수준이 높기 때문에 버티지 못했다.

좀 더 적극적으로 유치해야 한다. 사회적 소수자에게 대학 입학 · 취업 등에서 혜택을 주는 미국의 어퍼머티브 액션 같은 제도를 외국선수들이 일정 수준 들어올 때까지 쓸 필요가 있다. 예선 뿐 아니라 시드전 본선까지 면제해주고 숫자도 늘려야 한다.

투어 상금이 커졌으니 조건이 좋다면 실력 좋은 선수들이 문을 두드릴 것이다. 국내 선수들이 역차별을 당한다는 불평도 있겠지만 파이를 키울 수 있기 때문에 얻는 것이 훨씬 더 많다.

외국인 선수들이 들어오면 투어가 다채롭고 풍성해진다. 이야깃거리가 더 많이 생긴다. 국내 팬들의 KLPGA 투어에 대한 관심이 늘어날 것이다.

한국 선수들이 LPGA 투어에 처음 나갔을 때 그들의 우승 소식은 커다란 뉴스였다. 만약 동남아 선수가 한국 투어에 와서 좋은 성적을 낸다면 비슷한 현상이 생길 수 있다.

KLPGA 투어 중계를 보면서 홀인원 상품으로 걸린 한국 자동차를 보고, 한국 선수들이 입는 옷을 보고, 한글로 된 광고판을 보고, 한국 여행을 꿈 꿀 것이다. 영국 축구 프리미어리그가 중국 선수를 데려가서 중계권과 유니폼을 팔 듯 우리 투어도 그럴 수 있다.

한국 기업이 LPGA 투어 대회를 스폰서 하듯, 외국기업이 한국 투어에 대회를 만들 수도 있다. 또한 동남아 시장을 겨냥한 국내외 기업들이 KLPGA 투어를 홍보 플랫폼으로 활용할 것이다. 상금은 훨씬 커질 것이고 2부 투어도 활성화된다.

패티 타바타나킷(태국), 유카 사소(필리핀) 정도의 특급 선수가 KLPGA 투어에 온다면 우승컵과 상금도 많이 가져가겠지만 이런 ‘메기’가 들어와야 우리 선수들의 실력도 향상된다. 세계를 향한다는 KLPGA 투어이니 진지하게 검토해볼 때다.

성호준 골프전문기자

sung.hojun@joongang.co.kr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