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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라이관린 손 들어준 법원… 판결문 들여다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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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부친이 찍었다는 도장, 부친 도장 아닌 듯”

법원이 가수 라이관린(賴冠霖·20)과 큐브엔터테인먼트(큐브) 사이의 소송에서 큐브 측의 주장을 모두 배척하고 라이관린 측의 주장을 모두 인정했다. 라이관린은 지난 2017년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101 시즌2’를 통해 결성되어 데뷔한 남성 아이돌 그룹 ‘워너원(Wanna One)’ 출신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48부(재판장 이기선)는 지난 17일 라이관린이 큐브를 상대로 “전속계약 효력이 존재하지 않음을 확인해 달라”고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 결과가 나오자 큐브측은 “당사자와 충분히 대화하고 오해를 풀지 못한 점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면서 라이관린과의 분쟁이 ‘오해’에서 비롯됐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하지만 18일 판결문에 따르면 법원은 “큐브가 라이관린의 동의 없이 제3자와 계약을 체결하고, 이를 다시 중국 회사에 양도할 수 있게 했다”며 “이는 전속계약의 기초가 된 신뢰관계를 근본적으로 훼손하는 행위가 분명하다”고 판단했다. 라이관린 측이 지난해 소송을 내면서 “큐브가 자신의 동의 없이 중국 내 독점적 매니지먼트 권한을 제3자인 타조엔터테인먼트(이하 타조)에 양도해 전속계약을 위반했다”고 주장한 것을 그대로 인용한 것이다. 큐브 측이 “해당 계약은 권리 양도가 아니라 ‘대행 계약’에 불과하며, 라이관린이 이 계약에 대해 사전 또는 사후에 동의했다”고 반박한 주장은 인정하지 않았다.

조선일보

라이관린 /큐브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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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먼저 큐브가 타조와 맺은 계약은 대행 계약이 아니라 ‘권리 양도’라고 판단했다. 계약서에 따르면 타조는 중국 전역에서 라이관린의 영화, 드라마, 라디오, 예능프로그램, 콘서트, 라이브 공연, 뮤지컬, 패션 전시회 등 거의 대부분의 연예활동에 대해 독점적 매니지먼트 권리를 갖는다. 또 중국 내 연예활동에 대한 기획, 교섭, 협상, 수익 획득 업무 등은 물론 라이관린의 스케줄을 통제할 권한도 타조에게 있었다. 큐브는 또 타조가 또 다른 중국업체에 라이관린의 권리를 재양도하는 계약을 체결할 때에도 ‘타조가 독점대행권리를 제3자에게 재양도하고 큐브를 대신해 관리할 적법할 자격을 갖췄음을 보증한다’는 내용의 확인서를 써줬다. 재판부는 이를 토대로 “큐브는 자신이 보유하던 중국 내 독점적 매니지먼트 권한을 타조 및 중국업체에 순차 양도할 의사였다고 보인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큐브와 타조 간의 계약이 라이관린의 중국 이외 지역 활동에도 영향을 준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타조와 중국 업체가 맺은 계약 내용을 보면 라이관린이 중국 외에서 연예활동을 하는 경우에도 중국업체와 스케줄 협의를 거쳐야 하고, 중국업체가 동의하지 않을 경우 중국업체가 요구한 스케줄을 우선 이행해야 한다”며 “큐브와 타조 사이의 계약에 따른 라이관린의 법률적 지위 변동이 중국 내 연예활동에만 국한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재판부는 결정적으로 “라이관린이 계약에 동의했다”는 큐브 측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계약 체결 당시 라이관린은 만 16세였기 때문에 법정대리인의 동의가 필요했다. 큐브 측은 라이관린과 라이관린 부친의 도장이 날인된 확인서를 증거로 제출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큐브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확인서의 인영(印影)을 라이관린 부친의 도장으로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했다.

큐브 측은 라이관린 도장에 대해선 재판에서 “라이관린 동의 하에 보관하고 있던 목도장을 직원이 날인해 확인서를 작성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이는 날인 행위가 라이관린 부친 이외의 사람에 의해 이뤄졌다는 사실을 자인하는 것”이라며 “큐브 주장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미성년자인 라이관린의 동의는 아무런 법적 효력이 없다”고 했다.

큐브는 또 라이관린이 2017년 10월 큐브 직원과 함께 타조 측 담당자를 만났다는 사실을 들어 라이관린이 계약에 동의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당시 미용실에서 잠시 만난 것에 불과할 뿐만 아니라 권한 양도 계약이 체결되기도 전이었다”며 “근본적으로 큐브가 라이관린 부모에게 동의를 받았다고 인정할 아무런 근거가 없는 이상 당시 우리나라 기준으로 고등학교 1학년에 불과했던 라이관린의 인식을 들어 계약에 동의했다고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

[신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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