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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이현우 칼럼니스트] 최근 메이저리그 팬들 사이에서 가장 많은 관심을 받는 투수는 단연 트레버 바우어(30·LA 다저스)일 것이다.
메이저리그(MLB) 사무국이 지난 3일(한국시간) 부정투구가 적발된 마이너리그 투수 4명에게 10경기 출전 정지를 내린 것을 시작으로 22일부터 MLB 투수들의 이물질을 사용한 부정투구를 단속하겠다고 천명한 가운데 팬들의 시선은 그동안 이물질을 사용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는 투수들의 성적 변화로 쏠리고 있다.
바우어는 최근 몇 년간 불거진 파인타르(이물질) 관련 이슈에서 늘 중심에 있었던 선수다. 바우어는 2018년 개인 SNS를 통해 "규정은 규정대로 시행되어야 한다. 파인타르 등 이물질을 사용하지 않는 이상 훈련을 통해 회전수를 높이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공정한 경쟁을 원한다"고 말하며 투수 중 최초로 부정투구 이슈를 공론화한 장본인이다.
이에 대한 항의로 한 경기에서 1회에만 이물질을 사용해 회전수를 분당 300회가량 늘리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부정투구에 대한 사무국의 제재가 없자, 2019시즌 후반기부터 파인타르(이물질)을 사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실제로 해당 시점부터 바우어의 회전수가 급격히 늘어났고, 이것이 성적 향상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이물질을 사용하지 않는 한 회전수를 높이는 것에 한계가 있다"는 본인의 말대로라면 2019시즌 후반기를 기점으로 패스트볼 분당 회전수가 2300회에서 2700회로 늘어난 바우어는 이물질을 사용한 것이 된다. 한편, 흥미롭게도 부정투구를 단속할 것이란 소식이 전해진 이후 바우어는 최근 2경기에서 각각 6이닝 3실점(3자책), 6.1이닝 6실점(4자책)으로 부진했다.
그러면서 '바우어가 부정투구를 중단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데이터를 통해 최근 2경기에서 바우어에게 일어난 변화를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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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그래프]는 미국 야구통계사이트 <베이스볼 서번트>를 통해 바우어의 경기별 패스트볼 분당 회전수(rpm)를 나타낸 자료다. 2019년 9월 5일 필라델피아전을 기점으로 패스트볼 회전수가 평균 2758회로 이전 경기(2422회) 대비 300회 이상 증가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후 바우어의 회전수는 2020년 8월 19일 캔자스시티전을 제외하면 2700회 이하로 내려간 적이 없었다.
그런데 최근 사무국의 부정투구 단속 소식이 전해진 후 2021년 6월 7일 애틀랜타전에선 평균 2608회, 6월 13일 텍사스전에선 평균 2643회로 2019년 9월 5일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연이어 기록했다.
<파인타르 단속 소식 전/후 바우어의 성적 변화>
(이전) 12경기 6승 3패 76.1이닝 96탈삼진 ERA 2.24
(이후) 2경기 0승 2패 12.1이닝 15탈삼진 ERA 5.11
- 6월 7일 ATL전 6.0이닝 3실점 (패전)
- 6월 13일 TEX전 6.1이닝 6실점 (패전)
물론 [그래프]를 통해 확인할 수 있듯이 패스트볼을 비롯한 모든 구종의 회전수는 투수의 컨디션에 따라 경기별로 편차를 보인다. 이는 바우어가 아닌 모든 투수가 마찬가지다. 그러나 같은 구종의 회전수가 경기별로 200회 이상의 편차를 보이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따라서 이를 통해 우리는 크게 두 가지를 추정해볼 수 있다.
먼저 정말로 우연히 바우어가 최근 두 경기에서 컨디션이 '매우' 좋지 않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사무국의 부정투구 단속은 22일이다. 그전에 미리 부정투구를 중단해야 할 이유는 없다. 한편, 바우어의 패스트볼 분당 회전수가 여전히 2600회대로 2018년 평균 2322회 대비 약 300회가량 높다는 점에도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앞서 "이물질을 사용하지 않는 한 회전수를 높이는 것에 한계가 있다"는 바우어의 말대로라면 지금의 평균 2600회 역시 이물질을 사용하지 않는 한 기록하기 힘든 수치다. 따라서 바로 이 지점에서 우리는 다른 가설을 세워볼 수 있다. 바우어가 여전히 부정투구를 하고 있지만, 거기에 사용되는 이물질을 '교체'했다는 것이다.
필자는 지난 10일 [이현우의 MLB+] 파인타르 규제를 둘러싼 '불편한 진실'이란 칼럼을 통해 최근 투수들의 부정 투구에 사용되고 있는 물질들을 소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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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 애슬레틱>에 따르면 최근 투수들이 즐겨 사용하는 제품 중 하나인 '스파이더 택'은 스트롱맨 선수들이 아틀라스 스톤이라는 시멘트로 된 공을 들 때 그립감을 높이기 위해 만들어졌는데 이노 새리스 기자가 전직 메이저리그 투수와 실험을 한 결과, 과거부터 널리 쓰이던 불프로그 선크림과 로진백 혼합물을 사용했을 때보다 분당 회전수(rpm)가 약 500회 가까이 증가했다.
그 밖에도 여러 물질을 혼합해서 열을 가해 재가공하는 등 '이전에 사용했던 방식(파인타르·선크림)'보다 분당 수백 회 이상 회전수를 늘릴 수 있는 부정투구 방식이 최근 들어 성행하고 있고, 이는 올 시즌 유독 심한 투고타저 현상과 함께 그동안 투수들의 이물질 사용을 암묵적으로 용인해왔던 타자들이 올해 들어 부정투구 단속에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따라서 만에 하나 부정투구가 적발되었을 시, 투수가 사용한 이물질에 따라 비판 수위가 달라질 수 있다. 예를 들어 불프로그 선크림이나 파인타르 사용이 적발된 투수는 그동안 타자들의 암묵적인 동의 하에 사용해왔던 이물질이므로 비판 수위가 상대적으로 낮을 수 있지만, '스파이더 택'을 비롯한 새로운 이물질 사용이 적발된다면 더 강한 비판에 노출될 것이 자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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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파인타르를 사용할 경우 이점 중 하나는 혹시나 적발되더라도 야수들이 공을 만지면서 묻었다거나(실제로 많은 야수가 송구 정확도를 위해 파인타르를 사용하는데 이는 규정 위반이 아니다), 파울 타구의 경우엔 방망이에 맞았을 때 묻은 것이라고 변명할 수도 있다. 실제로 바우어는 지난 4월 초에 잇었던 사무국의 공인구 수거에 대해 이와 같은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이런 점들을 의식한 투수들이 '신물질' 사용을 중단하고 파인타르 및 기존 이물질로 돌아갔다고 가정하면 바우어를 비롯해 예전보다 회전수가 여전히 높지만, 올 시즌 평균에 비해선 분당 100-200회가량 회전수가 줄어든 투수들의 변화를 설명할 수 있다.
지난 오프시즌 바우어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불펜 피칭을 하는 영상을 공개했는데, 해당 영상에는 공을 던지기 직전 투명하고 끈적끈적한 물질 때문에 손바닥에 야구공이 붙어있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파인타르가 흑갈색을 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적어도 해당 영상에선 바우어가 사용한 이물질이 '파인타르'는 아니란 점을 추정해볼 수 있다.
물론 이는 어디까지나 추정에 불과한 영역이다.
더 확실한 점들은 22일부터 사무국의 부정투구 검사가 시작된다면 알 수 있을 것이다. 이 부분에 있어 아쉬운 점이 있다면 '시기'다. 단축 시즌 이후 맞이한 첫 162경기 시즌이 시작되고 2달 반이 지난 지금은 투수들의 체력이 떨어질 시기다. 따라서 부정투구를 하지 않았음에도 성적이 떨어졌다는 이유로 의심을 받는 피해자들도 많을 수밖에 없다.
개막 전 사무국이 각 구단에 부정투구 여부를 조사하겠다는 공문을 보냈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시즌 시작부터 지금과 같은 조처를 했다면 '이물질을 사용하지 않았을지도 모를 투수들'이 성적 하락으로 의심 받는 일은 줄어들지 않았을까. 비단 이번 일뿐만 아니라, 공인구 및 부정투구에 관련된 사무국의 대응은 여러모로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스포티비뉴스=이현우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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