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값 뛰고 주 52시간제 적용 임박
최저임금까지 오르면 공장 문 닫아야”
자영업자도 “적자 뻔해 폐업 불가피”
한경연 “1만원 되면 고용 최대 30만개 ↓
5%만 올라도 10만여개 사라질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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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이 오르면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하게 됩니다.”
경기 안산시 산업단지에서 금형 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대표 A씨는 기자에게 이같이 토로했다. A씨는 “제조업은 사람 구하기가 어려워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해 겨우 공장을 돌리고 있다”며 “원자재값은 갈수록 올라가는데 다음달부터 주 52시간이 시행되고 최저임금까지 인상되면 공장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서울 영등포구에서 20평 규모의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자영업자 B씨는 폐업을 고민하고 있다. B씨는 “코로나19로 장사가 안 돼 4명이던 직원을 반으로 줄였는데 최저임금을 올리면 또 줄여야 한다”며 “차라리 장사를 접고 아르바이트를 하는 게 낫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 우려에 중소·중견기업과 영세업자들이 공포에 떨고 있다. 원자재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가운데 주 52시간 근로제 시행, 연내 금리 인상 가능성, 최저임금 인상 등 ‘4중고’로 심각한 경영난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15일 한국경제연구원이 발표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시나리오별 고용규모’ 보고서에 따르면 최저임금이 1만원 이상으로 인상될 경우 최소 12만5000개에서 최대 30만4000개의 일자리가 사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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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는 한국복지패널의 2017~2019년 자료를 활용해 최저임금의 일자리 감소율과 고용 탄력성을 추정하고, 여기에 최저임금의 영향을 받는 근로자 수를 적용해 일자리 감소 규모를 추정했다.
그 결과 2018년 최저임금이 16.4% 인상되면서 15만9000개의 일자리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에는 10.9% 인상으로 27만7000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다. 특히 2018년 인상은 음식·숙박서비스 부문과 청년층, 정규직 일자리 감소에 큰 영향을 미쳤다. 음식·숙박서비스업은 8만6000~11만개, 청년층은 9만3000~11만6000개, 정규직은 6만3000~6만8000개 일자리가 감소된 것으로 추정됐다.
보고서는 2018년과 2019년 고용 탄력성 추정치를 적용해 최저임금 인상률별로 일자리 감소 효과를 추정했다. 그 결과 최저임금을 5%(9156원) 인상하면 4만3000~10만4000개, 10%(9592원) 올리면 8만5000~20만7000개의 일자리가 줄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최저임금이 1만원이 될 경우 최소 12만5000개에서 많게는 30만4000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으로 예상됐다.
연구를 진행한 최남석 전북대 교수(무역학과)는 “코로나19가 아직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최저임금 인상은 노동수요 감소와 더불어 저임금 근로자의 일자리를 크게 감소시킬 수 있다”며 “최저임금 인상의 일자리 감소 효과를 감안해 최저임금을 조정하고, 특히 업종별, 연령별, 고용형태별 차등 적용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남혜정 기자 hjna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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