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19 (일)

이제훈, '모범택시'가 남긴 진한 여운 [인터뷰]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스포츠투데이

모범택시 이제훈 / 사진=이제훈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스포츠투데이 현혜선 기자] 열정과 경험으로 노련함을 쌓은 배우 이제훈이 이제는 작품에 대한 책임감을 견고히 다지고 있다. '모범택시' 역시 이제훈에게는 책임감을 일깨워 준 작품이다. 항상 마지막 작품이 인생작이라는 마음으로 임했단다. 작품이 잘 마무리된 지금, 이제훈은 책임감을 내려놓고 여운을 즐기고 있다.

이제훈은 영화 '파수꾼' '고지전' '건축학 개론' '분노의 윤리학' '파파로티' '박열' '아이 캔 스피크' '사냥의 시간', 드라마 '비밀의 문' '시그널' '무브 투 헤븐' 등에서 다양한 캐릭터를 맡아 필모그래피를 쌓았다.

이런 이제훈이 이번에는 SBS 금토드라마 '모범택시'(극본 오상호·연출 박준우)를 통해 다크히어로로 시청자들과 만났다. '모범택시'는 베일에 가려진 택시회사 무지개 운수와 택시기사 김도기(이제훈)가 억울한 피해자를 대신해 복수를 완성하는 사적 복수 대행극이다. 이제훈은 극중 타고난 직관력과 냉철한 판단력을 지닌 전 특수부대 장교 출신 무지개 운수 택시기자 김도기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이제훈은 "김도기에서 아직 헤어 나오지 못했다. 보통 나는 작품이 끝나면 캐릭터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작품이 끝나면 낯선 곳으로 여행을 가서 많이 돌아다니고 구경하면서 내가 가진 작품에 대한 마음을 흘려보내곤 한다. 또 다음 작품을 만나서 그 작품의 이야기와 캐릭터를 만나면 희석되기도 한다. 아마 예정된 작품이 없어서 한동안 '모범택시' 속 김도기로 있지 않을까 싶다. 아직은 떠나보내고 싶지 않은 마음"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모범택시'는 닐슨코리아 전국 기준 최고 시청률 16%를 기록하며 시청자들의 큰 사랑을 받았다. 이제훈은 "수치나 성적이 얼마만큼 좋아야 성공의 잣대가 되는지 잘 모르겠다"며 "대신 우리 드라마를 사람들이 많이 좋아해 주고 있구나는 크게 느꼈다. 주변 지인, 친척들이 '모범택시'가 재밌다고 해주고, 시원하고 이야기가 명확해서 좋다고 하더라. '대다수의 사람들이 잘 봐주시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감사했다"고 말했다.

또 이제훈은 시청자들의 생생한 피드백을 얻기 위해 직접 누리꾼 반응도 찾아본다고 전했다. 그는 "누리꾼들이 주는 의견들이 항상 연기를 할 수 있게 되는 원동력으로 작용한다. 긍정적인 피드백을 얻으면 더 기운이 나면서 에너지가 되고, 아쉬운 반응이 있으면 내가 연기를 더 잘해야 된다는 걸로 받아들여진다. 결국 배우는 작품으로 보여줘야 되니까. 이렇게 반응이 다양한 게 계속 연기를 할 수 있게 되는 원천이다. 모든 의견이 소중하다"고 했다.

이제훈은 '모범택시'의 대본을 읽고 끓어오르는 감정을 느껴 출연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그는 "우선 대본을 1부부터 4부까지 봤다. 그 안에 있는 에피소드를 보니 안에서 끓어오르더라. 진짜 장애인을 대상으로 착취하는 사람들이 있나 싶었다. 이런 사람들을 응징하고 싶다는 마음이 강하게 들었다. 우선 제작진을 빨리 만나야 된다는 생각이 들어서 만났는데, 단순한 재미로 이야기를 푸는 게 아니라 누군가 한 번은 해야 되는 이야기라고 하더라. 이 말을 듣고 출연을 결심했다. 이런 마음들이 하나로 합쳐져서 '모범택시'라는 작품이 나오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실제 이제훈은 불의를 보면 어떻게 할까. 이제훈은 "예전에는 불의를 보면 못 참는 부분도 있었다. 내가 스스로 부당하다는 생각이 들면 그 즉시 이야기를 하고 해결하려고 했다. 마음과 행동이 앞섰던 것 같다. 그런데 지금은 내가 목소리를 내는 게 이득이 될까 싶더라. 혹시라도 내가 하는 일이 피해나 영향을 끼치지 않을까 조심스러워진다. 오히려 조금 손해를 보는 상황이 되더라도 안고 가자는 마음으로 변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모범택시'와 만나게 된 이제훈은 트라우마를 가진 다크히어로 김도기를 표현하기 위해 깊은 고민에 빠졌다. 그는 "김도기는 복수를 원하는 승객의 염원을 마음의 목적지까지 옮기는 역할이다. 김도기 역시 어렸을 때 어머니를 여의고 트라우마로 살아가는 인물이다. 이렇다 보니 마냥 편하게 그리면 안 되겠다는 마음이 들더라. 진중하고 무게감 있으면서 피해자의 억울함을 대신해 복수를 이해한다. 큰 감정의 변화를 보여주지 않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에피소드 하나하나 지나가면서 사람들이 피해자들을 걱정하고 위로하기를 바라면서 가슴 뜨거운 모습을 표현하려고도 했다"고 설명했다.

김도기는 화끈하게 피해자들 대신 가해자들에게 복수한다. '사이다' 복수라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이제훈은 "사람들이 왜 이런 이야기를 기다리고 열광적으로 의견을 줄까 생각해 봤다. 생각할수록 이런 게 내가 작품을 선택한 이유 중 하나라는 마음이 든다. 정의를 위해서 이 사회는 돌아가야 하고, 억울한 사연은 외면받아선 안 된다. 그러기 위해선 목소리가 필요하다. '모범택시'가 이런 메시지를 간접적으로 보여줄 수 있겠다 싶었다. 앞으로 억울한 이야기들이 계속해서 나오면, 가슴 아프지만 좌시하지 않고 관심 가져야 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밝은 미래가 생기지 않을까"라고 전했다.

이어 "아무래도 법의 공권력을 통해 자신들의 이득을 불법적으로 취득하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그 사람들을 현실에서 담아내기 힘들 때, 드라마에서 대신 '사이다'를 느끼는 것 같다. 약자를 짓밟고 착취하는 사람들을 보호해 주는 게 시청자들의 공감을 산 요인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반대로 복수를 이행하는 과정이 다소 자극적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이에 대해 이제훈은 "그 부분을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주실까를 굉장히 많이 생각했다. 다만 감독님의 연출 의도와 생각이 있기에 믿고 따를 수 있었다. 복수를 정말 시원하지 보여주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복수의 대상은 사회적 법망을 피해서 움직이는 사람들이다. 때문에 울분을 제대로 해소하려면 그만큼의 카타르시스가 필요했다. 그래도 '자극적'이라는 의견이 있는 점은 충분히 인지했다"며 "그래도 '모범택시'는 19세 미만 관람 불가지 않냐. 미성년자 친구들에게 조금 미안하지만 나중에 성인이 되고 보면 좋지 않을까"라고 전했다.

'모범택시'에서 복수만큼 짜릿했던 건 액션이었다. 이제훈은 가장 기억에 남는 액션신으로 8회의 원테이크 액션을 꼽았다. 그는 "이 장면은 사실 무술팀의 호흡이 잘 맞아서 시간을 많이 할애하지 않고 찍을 수 있었다. 촬영 전부터 액션 시퀀스에 대한 변수를 생각했고, 한 번에 갈 수 있도록 노력을 많이 했다. 그리고 액션신은 배우나 무술팀이 잘한다고 잘 나오는 게 아니다. 촬영이 잘 나와야 되는데 이런 부분도 다들 욕심을 많이 내줬다. 나도 적극적으로 참여했고, 불가능은 없다고 할 정도로 뛰어들다 보니까 이러다 쓰러지거나 잘못될 수도 있지 않을까 싶었다. 그래도 생생한 액션을 전달하기 위해 노력을 많이 했다. 과감하고 도전적인 시도가 쾌감으로 전달된 것 같아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모범택시'는 잘 마무리됐다. 그만큼 시즌2를 원하는 시청자들의 바람이 이어졌고, 이제훈 역시 같은 마음이라고 전했다. 이제훈은 "아직 구체적으로 이야기가 나오지는 않았으나 이대로 끝내기 아쉽다는 마음이 강하다. '모범택시' 결말이 강하나(이솜) 검사가 무지개 운수에 합류하지 않냐. 이걸 이어가면 더 추진력 있는 복수가 될 것 같아서 개인적으로 시즌2가 나왔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모범택시'로 시청률, 화제성까지 다 잡은 이제훈이다. 일각에서는 드라마 '시그널'을 잇는 이제훈의 인생작이라는 반응이 나올 정도다. 이에 대해 이제훈은 "나한테 매 작품이 인생작이다. 많은 사람들의 사랑과 관심으로 '모범택시'가 인생작이라는 마음이 커질 수 있지만, 나에게 인생작은 항상 마지막 작품이 될 것 같다. 그간 필모그래피는 시험, 도전, 경험이었다면 최근 작품은 책임감이다. 작품을 사랑하지 않으면 빠져들 수 없고, 빠져들지 않으면 책임질 수 없지 않냐. 앞으로 이 마음이 작품을 선택하는 데 더 크게 작용할 것 같다. '시그널'이 있었기에 '아이 캔 스피크'가 있었고, '무브 투 헤븐'과 '모범택시'가 있을 수 있던 거다. 필모그래피가 다 영향을 준 것 같다"고 말했다.

끝으로 이제훈은 "예상할 수 없고 계획하기 힘든 삶이다. 이 가운데 작품들이 내게 왔기 때문에 연기를 계속할 수 있다. 지칠 수 있고, 쉬고 싶을 수 있지만 좋은 이야기를 만나면 내 마음이 더 활활 타오른다. 더 매력적인 이야기를 보여주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했다.

이제훈은 다년간의 경험을 통해 이제는 작품을 책임질 수 있는 배우로 거듭났다. '모범택시'의 여운을 즐기고 있는 그가 어떤 작품으로 대중과 만날지 기대된다.

[스포츠투데이 현혜선 기자 ent@stoo.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