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카드는 최근 금융위원회에 개인사업자 신용평가업 예비허가를 신청했다. 개인사업자 CB는 자영업자에게 특화된 대안 신용평가 서비스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2019년 출시한 마이크레딧 서비스를 본사업으로 전환하는 것”이라며 “혁신금융서비스 만료를 앞두고 라이선스 획득을 위해 금융위에 허가를 신청했다”고 말했다
이번에 신한카드가 금융위로부터 서비스 연장 허가를 받으면 기존 금융정보 기반 신용평가에서 벗어나 다양한 평가 체계를 구축할 수 있다. 자영업자들에게 새로운 금융상품과 소비·지출·자산관리 같은 맞춤형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길이 열린다.
현재 자영업자 신용대출은 직장인에 비해 훨씬 까다롭다. 직장 생활을 없이 처음 가게를 연 창업자는 사실상 신용대출이 불가능할 정도다. 2금융권에서는 담보대출이 아니면 자영업자에겐 ‘평가가 어렵다’는 이유로 신용대출을 내주지 않는 곳이 대부분이다. 최근 생긴 인터넷 은행들도 자영업자 대출은 월 매출 1000만원이 넘는 소상공인에 한해 연 2000만원을 해주는 데 그친다.
서울 명동의 한 카드 가맹점 입구에 각종 카드사 스티커가 붙어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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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은 개인사업자들의 이런 어려움을 감안해 2019년 개인사업자 CB를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했다. 신한카드는 같은해 4월 카드사 가운데 가장 먼저 개인사업자 CB서비스 ‘마이크레딧’을 출시했다. 이 서비스는 지난 2년 동안 ‘기존 금융기관이 확보하지 못했던 사업장 관련 정보를 보강해 리스크 변별력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자영업자는 수입이 일정하지 않고, 수익이 나더라도 얼마나 지속될지 가늠하기 어렵기 때문에 직장인에 비해 대출 한도가 낮고 금리도 높다”며 “카드사는 신용대출을 신청한 자영업자의 매출 정보 뿐 아니라 인근 상권이나 비슷한 업계 매출 정보, 결제승인 데이터를 모두 갖고 있기 때문에 파산 가능성을 은행권에 비해 더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은행을 포함한 금융기관들은 대출 심사를 하는 단계에서 기존 기업평가·신용평가사에 수수료를 주고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기존 기업평가·신용평가사들은 금융·재무 정보가 많지 않은 소상공인이나 자영업자에 대한 신용평가에선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다.
가맹점 카드 매출 데이터와 상권 정보 등을 보유한 카드사가 신용등급을 받지 못하거나 낮은 등급을 받는 영세 자영업자에 대한 입체적인 정보를 제공하고, 정확한 신용등급을 부여하면, 금융기관 상당수가 CB사 대신 계열 카드사에 관련 업무를 맡길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수수료 인하 압박으로 수익성을 위협 받는 카드사 입장에서도 개인사업자 CB 시장은 새로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금광인 셈이다.
시장이 커질 기미를 보이자 다른 카드사들도 속속 개인사업자 CB 서비스 강화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KB국민카드는 상반기 중으로 개인사업자 특화 신용평가 서비스 ‘크레딧 트리(Credit Tree)’ 서비스를 기반으로 개인사업자 신용평가업 예비허가를 신청할 계획이다. 크레딧 트리는 KB국민카드가 보유한 가맹점 카드 매출 데이터, 기업 신용정보, 신용카드 결제정보 기반 매출 실적, 상권 경쟁력, 사업성 정보, 부동산·비금융 대안 정보 같은 내·외부 데이터를 전부 반영해 등급을 내린다. KB국민카드 관계자는 “자체 데이터 뿐 아니라 제휴 금융기관의 개인·소호(SOHO) 신용 정보 같은 외부 데이터도 반영한다”고 말했다.
BC카드 역시 개인사업자 CB 서비스에 대한 준비를 마치는 대로 인허가를 신청하기로 했다. BC카드는 현재 ‘비즈크레딧(Biz Credit)’이라는 이름으로 개인사업자 CB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이 서비스는 휴업이나 폐업 가능성에 대한 데이터를 머신러닝 기법으로 분석해 예측력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롯데카드는 기존 기업평가사인 NICE평가정보와 먼저 신용평가(CB) 모델을 우선 만들고, 이후 정식으로 개인사업자 CB 사업에 진출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여신금융협회 관계자는 “아직 개인사업자 CB 사업의 사업성이 수익으로 증명되진 않았지만, 차별화된 신용평가 모델을 개발하면 개인사업자 CB사업에서 시작한 정보를 기반으로 마이데이터 사업에 연계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다”며 “개인사업자 신용등급에 맞춘 대출상품, 보험상품을 추천해주는 방식 혹은 사업성에 따른 마케팅 중개 서비스가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유진우 기자(oj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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