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PGA 투어 AT&T 바이런 넬슨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는 이경훈./AF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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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해보니 좋은 점이 참 많다고 한다. “일단 나갈 수 있는 대회가 많아졌어요. 꿈에 그리던 마스터스도 나갈 수 있고, 70~80명으로 제한된 대회도 출전할 수 있어요. 새로운 목표가 자꾸 생기니까 더 재미있어요.”
그는 “우승자는 좋은 시간대에 경기할 수 있다. 이번주 PGA 챔피언십에서 몇시에 누구랑 치는지 발표되면 스스로 기쁠 것 같다”며 “세계 랭킹도 처음 100위 안에 들어갔다(13759위). 내가 더 올라갈 수 있다는 걸 확인해서 좋다”고 했다. “그렉 노먼(66·호주), 마이크 위어(51·캐나다)가 소셜 미디어에 축하 메시지 남겨주신 건 몰랐어요. 최경주(51), 강성훈(34) 프로님도 18번홀 현장에서 기다리다가 축하해주셨죠. 대단한 분들의 축하를 받다니 몸둘 바를 모르겠어요.”
이번 대회에서 유독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칭찬이었다. “매니지먼트 도와주시는 형이 최근 오셔서 ‘너는 스스로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잘 하는 선수’라며 기를 북돋아 줬어요. 덕분에 긍정적 기운을 많이 받아서 경기 도중 실수해도 스스로를 많이 탓하지 않게 됐어요.” 그는 “퍼트에 약하다 보니 고비 때 퍼트가 잘 안 되면 흔들리고 부정적 생각에 쉽게 빠졌다”며 “이번 대회 때 퍼트가 굉장히 잘 된 것이 심리적으로도 영향을 크게 미쳤다”고 했다.
17일 이경훈이 PGA 투어 AT&T 바이런 넬슨 4라운드 17번홀에서 퍼트한 뒤 갤러리에게 인사하고 있다./A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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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 생활 중 가장 큰 고비는 미국 2부 투어에 데뷔한 2016년이었다. “열 개 넘는 대회에 출전했는데도 벌어들인 상금이 5000달러(약 560만원) 밖에 안 됐어요. 계속 컷 탈락하다가 결국 시드를 잃어버렸죠. 그런데 한국에 돌아오자마자 한국오픈 우승(2연패)을 한 거예요. 저에게는 가장 힘든 때였는데, 미국으로 돌아가 다시 도전할 용기를 얻었죠.”
소문난 노력파인 그는 “연습을 다방면으로 많이 했다. 퍼트, 어프로치, 샷 연습 등 뭐 하나 적게 한 것이 없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지난 겨울엔 예전 코치님께 도움을 청해서 기본으로 돌아가는 훈련을 많이 했어요. 너무 많은 정보들을 지워버리고 어렸을 때로 돌아가려고요. 덕분에 머릿속이 깨끗해졌어요.”
2018년부터 투어에 동행한 아내 유주연씨가 딸 출산을 두 달 앞둔 것도 우승에 큰 힘이 됐다. “아내 배가 점점 더 불러오다 보니까 지켜줘야 될 것 같고 안쓰러운 느낌이 많이 들어요. 본능적으로 남자로서 더 세진다고 해야 하나.” 아내와는 올해 하와이에서 열린 소니오픈을 제외하고 모든 대회를 함께 다녔지만, 출산 예정일이 얼마 남지 않아 이제는 혼자 다닐 계획이라고 한다.
21일 개막하는 메이저 대회 PGA 챔피언십 대기 명단에 올라 있던 그는 바이런 넬슨 우승으로 마지막 출전권을 따내 합류했다. 텍사스주에서 장대비를 맞으며 고생 끝에 우승한 그는 “비 많이 맞아서 피곤하지만 몸 잘 추스리고 컨디션 관리하겠다. 여기는 날씨가 아주 좋다”고 했다. 현재 이경훈의 세계 랭킹은 한국 선수 중 23위 임성재(23·PGA 투어 통산 1승), 50위 김시우(26·통산 3승) 다음이다. 오는 7월 열리는 도쿄올림픽에는 한국 선수가 세계 랭킹 기준으로 상위 2명까지 출전할 수 있다. “올림픽은 솔직히 생각을 못해봤어요. 해왔던 대로 해나가면 기회가 오지 않을까요.”
17일 PGA 투어 AT&T 바이런 넬슨 우승 트로피를 함께 든 이경훈(오른쪽)과 아내 유주연씨./USA투데이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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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훈은 “한국에 가본지 2년이 다 됐다. 코로나 격리 때문에 못 가고 있는데 이렇게 길어질 줄 몰랐다”고 했다. “한국이 항상 그립죠. 부모님도 뵙고 싶고요.” 그는 “올시즌 힘을 내서 페덱스컵 포인트 랭킹 30위 안에 들어 플레이오프 최종전 투어 챔피언십까지 가보겠다”고 목표를 밝혔다.
[최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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