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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 (일)

여자축구 여성 지도자 4인방, ‘새바람 기대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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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K리그 8개 팀 가운데 4개 팀 여성 사령탑

유영실, 송주희, 이미연, 김은숙 감독

소통 잠재력 강점에 도전적 모델 제시


한겨레

유영실 서울시청 감독. 서울시청 제공


판이 새로 짜였다. ‘여자 감독 시대’의 도래는 더 빨라질 것인가?

2021 한화생명 WK리그 8개 팀 가운데 4개 팀을 여성 사령탑이 맡으면서 그동안 남성 중심의 지도자 문화에 균열이 일기 시작했다. 지난해부터 불기 시작한 ‘여풍’이 이어진 것인데, 여성 지도자들의 색깔이 뚜렷해 팬들의 관전 포인트는 늘었다.

사령탑 2년 차에 접어든 유영실(46) 서울시청, 송주희(44) 경주한수원 감독은 전략가다운 면모를 발휘하고 있다. 올해 처음 팀을 지휘하지만 9년간 코치로 현장을 누빈 김은숙(46) 인천현대제철 감독대행과 13년째 상무를 이끄는 이미연(46) 감독은 풍부한 야전 경험이 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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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숙 인천현대제철 감독대행. 인천현대제철 제공


시즌 4라운드를 마친 12일 현재 돋보이는 팀은 ‘양강’ 체제를 구축한 경주한수원과 인천현대제철. 지난해 2위 경주한수원은 3승1무(승점 10)으로 초반 선두로 나섰고, ‘명가’ 인천현대제철은 2위(3승1패)를 달리고 있다. 초반 판세로 보면 지난해 챔피언결정전에서 맞붙었던 두 팀이 우승 경쟁을 하는 가운데, 짜임새 있는 수원도시공사가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노림수가 많은 송주희 경주한수원 감독이 팔색조 전술 운영이 볼거리다. 송 감독은 1~4라운드까지 창녕WFC, 세종스포츠토토, 서울시청을 제압했고 화천KSPO와는 무승부를 기록했다. 상대에 따라 맞춤형 전술을 펴는 그는 “지난해는 플랜 A로 경기했다. 올해는 플랜 B다. 선수들이 재미있어 하고 좋아한다. 몸에만 익으면 새로운 무기를 갖추게 된다”고 강조했다. 5명의 국가대표를 배출한 그는 슬럼프를 겪었던 여민지를 올해 영입해 꽃피지 못한 재능을 살리려 애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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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주희 경주한수원 감독. 대한축구협회 제공


인천현대제철을 이끄는 김은숙 감독대행은 준비된 지도자답게 빠르게 팀 장악력을 높여가고 있다. 지난달 서울시청과의 개막전에서는 7-0 대승으로 사령탑 데뷔전 승리를 만끽했다. 하지만 창녕과의 두 번째 경기에서 국가대표 주포 강채림이, 세종스포츠토토와 네 번째 경기에서 정설빈이 각각 부상으로 시즌 아웃하면서 전력 공백이 생긴 것이 뼈아프다. 하지만 이민아, 최유리, 최유정, 장슬기, 이영주 등 탄탄한 전력이 남아있고, 선수들과 호흡해온 연륜과 소통능력을 바탕으로 강호의 면모를 지켜나가겠다는 각오가 강하다.

서울시청의 유영실 감독 역시 연구파 지도자다. 그는 “첫 경기 인천현대제철과의 경기에서 새롭게 준비한 공격축구로 나섰다가 대패했다. 이후 궤도를 조금 수정했지만 전술적 도전은 계속된다”고 강조했다. 주전 골키퍼의 부상으로 백업인 류지수가 골문을 맡고 있지만 한풀이하듯 선방을 펼치고, 공격에서는 한국 여자축구의 간판으로 기억될 박은선(35)과 한채린, 유영아, 장창 등이 버티고 있다. 외국인 선수를 쓸 수 없는 근본적인 한계 속에서도 시즌 2승2패를 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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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연 보은 상무 감독. 대한축구협회 제공


2008년부터 군팀 상무를 이끌고 있는 이미연 감독은 유일하게 최고 단계의 P급 자격증을 가진 검증된 지도자다. 군팀인 상무에 지원한 선수 자원으로 팀을 구성해야 하는 어려운 조건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다. 올 시즌에는 1무3패로 아직 승리가 없다. 4경기 6실점 2득점으로 많은 점수를 내주지 않지만 득점도 많지 않다.

여자 감독이 여자 선수들을 가르칠 때 흔히 선수들의 정서를 더 잘 알고 있다는 점이 강조됐다. 하지만 정식 축구팀 출신 여자축구 1세대인 이들 4명의 지도자는 “실력으로 평가받고 싶다”고 공통으로 말한다. 그것이 선수와의 신뢰를 높이고 팀 전력이나 성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활동량이 큰 남자를 코치로 둬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방법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김대길 해설위원은 “여자축구 감독이 많이 등장하면서 선수들이 은퇴 뒤 희망을 가질 수 있게 됐다. 축구협회도 여성 지도자 진출을 돕기 위한 시스템을 만들어야 하고, 선수들도 일찍부터 학습하는 습관을 들여 공부해야 한다. 이론과 소통, 덕망을 갖춘 여성 지도자가 팀을 이끄는 것은 이상적인 형태”라고 했다. 김창금 선임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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