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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늘집에서] 공정의 가치에 둔감한 KP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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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KPGA가 개막전에서 발생한 오심 사건으로 시끄럽다. 사진은 개막전인 DB손해보험 프로미오픈의 포토콜 장면. [사진=KPGA]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이강래 기자] 황금기를 구가하던 과거 고교 야구에 ‘세꼬시 존’이 있었다. 특정 투수가 마운드에 오르면 심판들의 스트라이크 존이 넓어지곤 했는데 야구판에선 이를 ‘세꼬시 존’으로 꼬집었다. 특정 투수는 세꼬시 집 아들이었다. 아버지는 심판들이 “고생이 많다”며 수시로 세꼬시를 대접했다.

비슷한 일이 최근 KPGA 코리안투어에서도 일어났다. 윈터투어 우승자를 지도하는 코치가 협회 사무국장을 통해 경기위원장에게 "고생한다"며 100만원을 회식비 명목으로 전달했다. 그 코치는 현재 협회 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다. 경기위원장은 1,2부 경기위원회에 그 돈을 나눠줬는데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 된 경기위원이 "이해 관계자에게 돈을 받아선 안된다"며 반발했다.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고 윈터투어 우승자가 지난 달 개막전 도중 구제받을 수 없는 상황에서 무벌 구제를 받았다. 그루터기는 인공구조물이 아니기에 무벌 구제를 받을 수 없다. 이는 일반 아마추어 골퍼들도 아는 기본적인 룰이다. 당시 무벌 구제 판정을 내린 경기위원은 경력이 20년이 넘는 베테랑이었다.

협회는 지난 주 진상조사단을 꾸려 해당 경기위원과 관련자들을 면담했으나 단순한 오심으로 결론을 내렸다. 경기위원회가 돈을 받은 건 맞지만 그로 인해 특정 선수에게 유리하게 룰을 적용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협회 차원의 진상조사가 이뤄지기 전 경기위원장과 운영위원장은 주변에 사퇴 의사를 밝히기도 했으나 나중에 말을 바꿨다.

다시 돌아가 ‘세꼬시 존’의 특혜를 받은 그 투수는 어떻게 됐을까? 대학을 거쳐 프로야구단에 입단했지만 고교 시절 만큼 빛을 보지는 못했다. 프로야구 심판들에겐 ‘세꼬시 존’이 없었기 때문이다.

프로야구가 오늘날 한국에서 가장 성공한 프로스포츠가 된 배경엔 철저한 심판관리가 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심판 매수로 인한 비리를 철저히 경계했다. 조 별로 움직이는 프로야구 심판들은 합숙훈련을 하듯 지내야 했다. 외부 인사와는 철저히 격리됐으며 식사는 물론 이동도 조원들끼리 했고 잠도 지정된 곳에서 함께 자야 했다. 기자들까지 경기 전 심판들을 만나거나 식사할 수 없었다.

스포츠에 열광하는 이유는 ‘공정’이란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반칙이 판치는 사회와 달리 스포츠는 정해진 룰 안에서 공정한 승부가 이뤄지기에 정의롭다. 심판이 매수돼 의도된 오심이 나온다면 그건 더 이상 스포츠가 아니다. ‘공정’이란 가치를 무너뜨리는 동시에 억울한 피해자를 만들 수밖에 없다.

오심으로 생긴 1타는 우승자를 바꿀 수도, 컷오프의 기준을 바꿀 수도 있다. 이번 오심은 3라운드에 발생했지만 만약 2라운드에 그런 일이 있었다면 억울한 예선탈락자가 나왔을 것이다. 선수 입장에서 개막전은 겨우내 노력한 결과를 검증하는 중요한 경기인데 오심으로 억울한 컷오프를 당했다면 피해자들의 심정은 어떨까?

회식비가 윈터투어가 열린 대회장의 코스관리 직원들에게 돌아갔다면 어땠을까? 대가성 운운하진 않았을 것이고 미담(美談)으로 남았을 것이다. 이해 당사자가 아무런 의도없이 순수한 마음으로 경기위원장에게 돈을 건넸다고 주장해도 미필적 고의(未必的 故意)까지 세탁할 수는 없다. 코리안투어 선수들은 협회의 진상조사 결과를 보고 어떤 생각을 할 지 궁금하다.

KBO리그엔 54명의 심판이 있다. 그들은 대부분 선수 출신들이다. KPGA 경기위원회 역시 프로 출신들이 대부분이다. 모두 선후배 사이고 형, 동생하는 사이다. 하지만 KBO와 KPGA는 공정의 가치, 오심의 폐해를 다른 잣대로 보는 듯 해 비교된다. 개막전에서 오심을 한 경기위원은 27일 개막하는 KB금융 리브챔피언십에 배정됐다. 공사(公事) 구분없이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서로 감싸고 도는 후진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KPGA는 지금 어디로 가는 것일까?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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