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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일간 700여명 사망·3000여명 구금…내전 위기로 치달아
코로나 빌미 시위 봉쇄…국경 막혀 외부 개입도 어려워
‘10년째 전쟁 중’ 시리아 닮은꼴…“국제 사회 초기 개입해야”
쿠데타 발생 후 15일 현재까지 73일 동안 700명이 넘는 사람이 숨졌다. 확인된 어린이 사망자만 43명. 구금된 사람은 최소 3000명이다. 2월 1일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킨 뒤 미얀마는 현재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곳이 됐다. 10년 전 세계는 비슷한 비극의 시작을 목격했다. 2011년 발발한 시리아 내전이다. 미얀마가 또 다른 시리아가 될 수 있다는 경고가 이어지고 있다.
미첼 바첼레트 유엔 최고인권대표는 지난 13일(현지시간) 성명에서 “지금 미얀마 상황은 완벽한 갈등으로 치닫고 있고, 시리아(상황)의 명백한 반복”이라며 “우리가 시리아와 다른 곳에서 보았던 비극이 되풀이되도록 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미얀마 최대 도시 양곤에서 12일(현지시간) 군부 쿠데타 규탄 시위대가 ‘R2P’라고 쓰인 머리띠를 두르고 독재에 대한 저항을 상징하는 ‘세 손가락 경례’를 하고 있다. ‘보호책임’(Responsibility to protect)의 약자인 R2P는 국가가 집단학살·전쟁범죄·인종청소·반인륜 범죄 등 4대 범죄로부터 자국민을 보호할 책임을 뜻한다. 이 말은 보호책임을 방기하는 국가가 있으면 국제사회가 나서야 한다는 원칙이기도 하다./A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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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에선 매일 유혈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군경은 군부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대를 폭도로 규정하고 무력으로 진압하고 있다. 민가에 총기를 난사해 어린이들까지 목숨을 잃었다. 미얀마정치범지원협회(AAPP)는 “군부가 최근 공격용 소총과 로켓 추진 수류탄(RPG) 등 전쟁무기까지 동원했다”고 밝혔다. 군부가 시신을 탈취해 유족들에게 돈을 요구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더 고약한 점은 미얀마 상황이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속에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군부는 전염병 예방을 이유로 거리시위를 원천봉쇄하고 있고, 국경이 사실상 막혀서 외부세력의 개입도 쉽지 않다. 인터넷은 끊겼고 비판적인 언론들은 폐간됐다. 군부가 가장 신경쓰는 것은 의료진이다. 군부는 시위대가 부상을 당해도 의료진이 치료하지 못하도록 막고, 마을을 급습할 때는 주요 병원부터 점거했다. 군부가 운영하는 미야와디TV는 13일 시위대를 도운 의료진 20명의 사진을 공개하며 겁을 줬다. CNN은 “미얀마 군부가 지난 몇주 동안 매일 오후 8시 방송에서 형법에 의해 기소된 유명인들의 수배 명단을 방영했다”고 보도했다.
미국과 유럽연합 등은 군부를 규탄하는 성명만 냈을 뿐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상황이 이렇자 반군 세력이 힘을 합치기 시작했다. 아웅산 수지 국가고문이 이끈 민주주의민족동맹(NLD) 의원들로 구성된 연방의회대표자위원회(CRPH)가 임시정부 수립을 선언했고, 소수민족 무장단체들과의 연합군 창설을 발표했다. 여기에 눈앞에서 가족이나 친구들의 죽음을 목격한 청년들이 결합하면서 시위가 과격해지고 있다는 소식도 나오고 있다. 언제 내전이 발발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다. 태국과 인도 등으로 향하는 망명 행렬도 시작됐다.
영국 일간 가디언의 국제전문에디터 사이먼 티스달은 지난 4일 칼럼에서 “러시아가 시리아 독재정권을 지원했던 것처럼, 이번엔 중국이 미얀마의 뒤에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시리아 내전 때 머뭇거리다 결국 때를 놓친 국제사회가 ‘제2의 시리아’를 용인할 것이냐”며 “(국제사회가) 초기에 개입하는 것은 여전히 혼란을 잠재울 수 있는 가장 좋은 희망”이라고 강조했다.
2011년 3월 시작된 시리아 내전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독재자 바샤르 알 아사드 대통령은 21년째 집권 중이다. 사망자는 38만명을 넘었고 난민 560만명, 실향민 670만명이 발생했다. 인구의 절반이 고향을 떠나 타지나 해외로 떠도는 신세가 됐다. 이는 유럽 전역의 난민 위기를 가져왔고, 지금껏 해결되지 않고 있다.
바첼레트 대표는 “군부에 대한 규탄 성명이나 제한된 표적 제재만으로는 충분치 않다”며 “영향력 있는 국가들이 미얀마 군부에 대한 무기와 재정 공급을 차단해 엄중한 인권침해와 반인륜적 범죄를 중단시켜 달라”고 촉구했다.
장은교 기자 ind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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