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규제완화"…정부와 갈등 가능성
다만 정부 협조 없이는 공약 이행 불가능
정부도 공공 개발에 서울시 협조 필요
제38대 서울특별시장에 당선된 오세훈 시장이 8일 오전 서울특별시청으로 출근하며 소감을 밝히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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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문제원 기자] 선거 과정에서 정부의 각종 부동산 정책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던 오세훈 서울시장이 재건축·재개발 규제, 공시가격 인상 등을 놓고 앞으로 정부와 어떤 관계를 유지할 것인지에 관심이 쏠린다. 오 시장은 민간 주도의 주택공급과 규제 완화 등을 내세우고 있지만 정부의 협조 없이는 모두 달성하기 힘든 만큼 타협점을 찾기 위해 노력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10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오 시장은 향후 5년간 36만가구의 주택을 공급하되, 이 중 절반이 넘는 18만5000가구를 민간 개발 방식으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민간 주도의 재개발·재건축보다는 공공 개발을 통한 주택공급에 집중하고 있는 현 정부의 방향성과는 정반대다.
오 시장은 선거 과정에서 35층 룰 및 용적률 제한과 분양가 상한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등 재개발·재건축 관련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공약했다. 이 때문에 오 시장이 당선된 이후 그동안 재건축 규제에 억눌려 있던 압구정동, 개포동, 여의도, 목동, 상계동 등에선 개발 기대감이 커지며 호가도 상승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정부 안팎에선 오 시장 혼자만의 힘으로는 공약을 이행하는 것이 힘들다는 분석이 다수다. 서울 시의원 109명 중 101명, 서울 시내 구청장 25명 가운데 24명이 더불어민주당 소속이고, 입법권을 가진 국회도 여당이 사실상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35층 룰과 용적률 완화, 안전진단 규제 완화 등 모두 정부의 협조 없이는 추진하기가 어렵다.
때문에 오 시장이 정부와 어느정도 타협점을 찾기 위해 노력할 것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오 시장은 남은 1년 남짓한 임기 동안 구체적인 성과를 낼 필요가 있고, 정부도 2·4 대책을 통해 밝힌 서울 도심 공공 개발을 안정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선 서울시의 도움이 필수적인 만큼 양측 모두 타협의 여지가 있다는 설명이다.
오 시장측 입장에서도 과도하게 민간 규제 완화에만 집중할 경우 단기간에 서울 집값이 급등해 오히려 역풍을 맞을 가능성이 있다. 정부는 2·4 대책에서 제시한 서울 도심 32만가구 공급에 서울시의 도움을 얻고, 오 시장은 그 대가로 일부 규제 완화를 추진하는 '딜'을 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실제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지난 8일 열린 부동산시장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주택공급은 후보지 선정, 지구 지정, 심의·인허가 등 일련의 행정 절차상 중앙정부·광역지자체·기초지자체 단독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오 시장의 주택공급 구상을 겨냥한 것이지만 '집값안정'이라는 목표는 정부와 서울시 모두 같으니, 협조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오 시장은 공시가격 관련해서도 정부와의 타협 의사를 밝혔다. 그는 이날 서울역 코로나19 임시선별검사소를 둘러본 뒤 기자들과 만나 "높아진 공시가를 서울시가 조정할 권한은 없지만, 중앙정부와 협의하기 따라서는 더이상 급격한 속도로 올리지 않도록 협의가 가능하다고 믿고 싶다"고 말했다.
다만 오 시장이 성난 부동산 민심을 등에 업고 서울시장에 당선된데다, 규제를 둘러싼 정부와의 입장 차이가 큰 만큼 앞으로 사사건건 갈등이 빚어질 가능성도 있다. 오 시장은 공시가 인상에 대해서도 "서울시가 입장을 분명히 해야 할 것으로 보고, 그런 관점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검토를 시작했다"고 강조했다.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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