챔피언전 공동 MVP 이소영·러츠
1994년생 동갑내기 이소영(왼쪽)과 메레타 러츠는 챔피언결정전 MVP 트로피를 나눠 가졌다“. 소영, 오늘 예쁜데.” “러츠, 거짓말하면 혼나!” /고운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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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영은 “러츠의 눈빛을 평생 못 잊을 것”이라고 했다. “챔피언 결정 3차전 5세트 시작을 앞둔 때였어요. 저희가 1·2세트를 먼저 이겨서 우승까지 한 세트만 남겨뒀는데, 흥국생명이 3·4세트를 내리 따면서 분위기가 역전됐죠. 5세트에서 무조건 끝내야 한다는 부담감에 짓눌려 있는데 러츠가 제 눈을 마주 보고 한국어로 또박또박 말해줬어요. ‘소영, 너를 믿어. 할 수 있어!’ 너무 고마워서 눈물이 왈칵 나려는 걸 겨우 참았네요. 러츠의 주문 덕분에 5세트는 술술 풀렸어요.” 러츠가 말을 보탰다. “소영은 정말 듬직한 친구예요. 주장 맡은 첫해에 이런 성취를 해내다니 자랑스러워요.”
러츠는 2019년 여름 GS칼텍스에 합류했다. 지난 두 시즌 동안 V리그 정규 리그에서 1532점(공격 성공률 42.76%)을 올렸고, 이번 챔피언 결정전에서는 3경기 78득점으로 맹활약했다. 배구만 잘하는 게 아니라 김치전·감자수제비 등 한국 음식도 잘 먹고 도통 찡그리는 법이 없는 쾌활한 성격으로 GS칼텍스 선수들을 사로잡았다. 미국 스탠퍼드대(생물학사, 질병역학 석사) 출신인 그는 5개 국어를 하며 한국말도 곧잘 구사한다. 차상현 감독이 “한 시즌만 함께 더 하자”고 애타게 설득했는데 러츠는 새로운 도전을 결정했다. 그는 “배구를 통해 세상을 두루 탐험하고 싶다”며 다음 시즌은 일본이나 유럽에서 보낼 계획이다. 지난 6일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 집으로 돌아갔다.
“지난 2년은 정말 꿈같았어요. 훌륭한 팀원들, 환상적인 팬들과 함께 완벽한 결과를 만들어낸 시간이었죠. 아버지가 글로벌 정유사(BP) 엔지니어셔서 어릴 적 아제르바이잔·영국 등 다양한 지역에서 살았는데, 제가 한국 정유사의 배구팀원이 되다니 집안에 ‘기름 인연’이 있는 것 같아 신기했어요. 집에 가면 우선 백신부터 맞을 거예요. 소영을 비롯한 GS칼텍스 식구들은 제 가슴속에 항상 있을 겁니다. 코로나 사태 속에서도 뜨거운 응원을 보내주셨던 한국 팬들, 사랑합니다!”
[가평=양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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