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연 : 이대호 연합뉴스TV 스포츠문화부 기자>
[앵커]
겨울 프로스포츠로 팬들에게 큰 사랑을 받는 프로배구가 악재가 겹치면서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학교 폭력 가해자로 지목된 선수 5명이 코트를 떠났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19 확진자까지 나왔는데요.
스포츠문화부 이대호 기자와 함께 자세한 이야기 들어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기자]
네, 안녕하세요.
[앵커]
체육계와 연예계로까지 번진 학교폭력 고발에 불을 붙인 건 바로 프로배구였죠.
[기자]
말씀하신 대로 한국 여자배구를 대표하던 쌍둥이 국가대표 자매, 이재영과 이다영이 학폭 가해자로 지목되면서 소속팀 흥국생명은 쑥대밭이 됐습니다.
쌍둥이 자매는 인터넷 커뮤니티에 고발 글이 올라온 지 이틀 만에 자필로 사과문을 올렸고, 흥국생명은 무기한 출전 정지라는 징계를 내렸는데요.
하지만 비교적 일찍 중학교 시절 학폭 가해를 인정하고도 팬들의 시선은 싸늘하기만 합니다.
워낙 팬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았던 선수인데다가, 김연경 선수와의 갈등까지 뒤늦게 알려졌기 때문입니다.
학폭 논란에 고개를 숙인 흥국생명 박미희 감독의 말,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박미희 / 흥국생명 감독> "어떤 이유에서든지 학교폭력은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고 엄중하게 생각하고요. 개인적으로 체육인, 배구 선배, 현직 감독으로서 많은 분들께 심려를 끼쳐 드려서 깊이 사과드립니다."
[앵커]
남자배구에서도 비슷한 시기에 학폭 고발이 이어졌죠.
[기자]
네, OK 금융 그룹의 핵심 선수인 송명근은 고교 재학 시절 후배 선수의 급소를 가격해 수술까지 받게 했습니다.
피해자는 고교 감독이 사건을 무마하려고 했으며, 선배의 폭력이 일상이었다고 증언했는데요.
또한 심경섭 선수에게는 중학교 시절 폭행을 당했다고 아픈 기억을 떠올렸습니다.
결국 송명근과 심경섭 선수는 남은 시즌 경기에 출전하지 않겠다는 '셀프 출장정지' 징계를 결정했습니다.
흥국생명 때와는 다르게 OK 금융 그룹은 두 선수에게 아직 징계를 내리지 않은 상황입니다.
[앵커]
사건이 이어지자 대한배구협회와 한국배구연맹이 일제히 대책 마련에 나섰습니다.
[기자]
먼저 아마추어와 국가대표 배구를 관장하는 대한배구협회는 이재영과 이다영 쌍둥이 자매, 그리고 송명근의 국가대표 자격을 무기한 박탈했습니다.
그리고 학폭 가해자는 현역에서 은퇴한 뒤 지도자로 나설 수 없도록 했는데요.
올해 도쿄올림픽에서 메달을 노리고 있는 여자배구에서 이재영과 이다영의 비중이 크지만, 심각한 사안이라 대표 자격을 박탈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습니다.
프로 리그를 관리하는 배구연맹은 학폭 연루자는 아예 신인 드래프트에서 선발하지 않도록 하고, 이를 속인 선수는 영구 제명하도록 했습니다.
그러나 이번에 인정한 선수들은 규정이 생기기 전에 벌어진 일이라는 이유로 연맹 차원의 징계를 피해 비판의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앵커]
박상하 선수는 처음에 부인했다가 다시 인정하고 은퇴를 선언했죠.
[기자]
지난 19일에는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삼성화재 박상하 선수로부터 중학교 시절 폭행을 당했다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작성자는 아파트에 끌려가 감금된 채 14시간 동안 두들겨 맞았다고 증언했는데요.
박상하 선수는 처음에는 구단 조사에서 부인했지만, 어제 오후 두 차례 학교 폭력에 가담했다고 인정한 뒤 은퇴를 선언했습니다.
다만 박상하 선수는 감금해서 폭행한 건 사실무근이라면서 법적 조치를 예고해 논란을 남겼는데요.
이로써 학교 폭력으로 코트를 떠나게 된 선수는 모두 다섯 명이 됐습니다.
[앵커]
학폭은 아니지만, KB 이상열 감독은 과거 폭력 사건이 수면 위로 다시 떠 올라 잠시 지휘봉을 내려놨는데요.
[기자]
사건이 벌어진 뒤 현장에서는 모든 감독에게 학교 폭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이 나오기 마련입니다.
2009년 국가대표팀 코치로 박철우 선수를 폭행해 징계를 받은 전력이 있는 KB 이상열 감독은 "경험해보니 인과응보가 있더라"는 식으로 말했는데요.
이 인터뷰를 본 피해자인 박철우 선수는 SNS에 '피가 거꾸로 솟는다'며 공개 비판했고, 경기 후 인터뷰를 자청해 폭력을 뿌리 뽑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상열 감독은 논란이 이어지자 결국 잔여 시즌만 지휘봉을 내려놓고 박철우 선수에게 사과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앵커]
KB의 시련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주전 선수가 코로나19에 확진됐습니다.
[기자]
올 시즌 괴물 공격수 케이타를 앞세워 시즌 초반에는 선두로 치고 나가기도 했던 KB는 봄 배구를 눈앞에 두고 있는데요.
이상열 감독이 이번 시즌 지휘를 하지 않겠다고 한 데 이어, 이번에는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와서 비상이 걸렸습니다.
지난 21일 경기에도 출전했던 KB 센터 박진우 선수는 어제 늦은 시간에 코로나 양성 판정이 나왔는데요.
함께 땀 흘리고 식사도 한 KB 동료들은 밀접접촉자로 분류돼 검사와 자가격리에 들어갑니다.
센터, 그러니까 미들 블로커는 네트 앞에서 상대 선수와 마주 보고 서 있는 포지션이라 상대 팀인 OK 금융 그룹 선수단까지 감염 우려가 있는 상황입니다.
[앵커]
리그 일정은 어떻게 되는 건가요.
[기자]
일단 남자부 경기는 최소 2주 동안 중단됩니다.
현재 팀당 다섯에서 여섯 경기씩 남겨둔 상황인데요.
만약 추가 확진자가 나온다면 지난 시즌처럼 시즌이 조기 종료될 수도 있습니다.
오늘 KB 선수들과 상대 팀인 OK금융그룹 선수단, 구단 직원, 취재진 등이 차례로 검사를 받는 가운데 결과에 따라 리그 재개 여부가 가려질 전망입니다.
여자부에서는 다행히 박진우 선수와 밀접접촉한 선수가 없었는데요.
심판이나 경기 진행요원 등이 음성 판정을 받는다면 내일 IBK기업은행과 흥국생명의 경기를 그대로 진행할 예정입니다.
[앵커]
지금까지 스포츠문화부 이대호 기자와 이야기 나눠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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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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