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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1 (토)

이슈 [연재] 매일경제 '정철우의 애플베이스볼'

'출루의 신' 홍창기, 공 하나 빠진 7.23cm의 미학[정철우의 애플베이스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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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K스포츠 정철우 전문기자

LG 홍창기(28)는 출루율에 특별한 장점을 가진 타자다. 타율은 0.279에 불과하지만 출루율은 0.411이나 된다. 출루율과 타율 차이가 1할이 훌쩍 넘는다.

타율은 38위인데 출루율은 6위다. 그가 낮은 타율에도 LG의 톱타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이유다.

홍창기는 자신만의 스트라이크 존을 설정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스트라이크 존 안에 들어오는 공에 대한 반응은 빼어난 편이 못되지만 볼이 되는 공을 골라낼 줄 아는 힘을 갖고 있다. 높은 출루율의 비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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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창기는 스트라이크 존을 살짝 벗어나는 공에 대한 반응이 뛰어난 덕에 높은 출루율을 유지할 수 있다. 사진=MK스포츠 DB


홍창기의 스트라이크존 별 공략 결과를 따라가다 보면 홍창기가 갖고 있는 탁월한 능력을 발견할 수 있다.

우선 스트라이크 존 안으로 들어 온 공에 대한 반응을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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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창기는 전체 LG 타자들에 비해 높은 출루율을 보였다. 홍창기의 출루율은 0.411, LG 전체 타자들의 출루율은 0.349에 그쳤다.

장타율은 전체 타자들(0.428)에 비해 0.417로 많이 떨어졌지만 OPS에선 0.827로 전체 타자들의 0.778보다 높을 수 있는 비결이다.

삼진/볼넷 비율은 홍창기가 0.97로 LG 전체 타자들의 1.94에 비해 확실히 낮았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전체 스윙 중 헛스윙이 차지하는 비율은 전체 타자 20%에 비해 17%로 아주 낮은 편은 아니었다. 스윙을 좀 덜 하기는 하지만 큰 차이가 난 것은 아님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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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라이크 존에 대한 공략 비율이 떨어진 것이 이유였다.

홍창기는 존 안에 들어오는 공에 대한 타율이 0.297에 불과했다. LG 전체 타자들의 0.317보다 2푼이나 떨어지는 수치였다.

존 안에 들어온 공에 대한 스윙 비율이 67%로 전체 LG 타자들의 70%에 비해 떨어졌다. 스트라이크 존으로 들어오는 공에 대한 반응이 좋지 못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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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존을 벗어나는 공에 대해서 홍창기는 특별한 능력을 보여줬다.

스트라이크 존을 벗어나는 공에 대해 홍창기는 무려 0.589의 출루율을 보였다. LG 전체 타자들의 출루율 0.403보다 크게 높은 수치다.

스트라이크가 아닌 볼을 던져서는 홍창기를 잡아내기 대단히 어려웠음을 알 수 있다.

삼진/볼넷 비율은 0.48로 역시 LG 전체 타자들의 1.16에 비해 크게 낮았다. 볼넷은 많이 얻고 삼진은 거의 당하지 않았다.

스트라이크 존을 벗어나는 공에 대한 헛스윙 비율이 17%로 LG 전체 타자들의 28%를 크게 밑돌았다. 볼이 되는 공에는 손이 잘 나오지 않았음을 뜻한다.

홍창기의 능력이 가장 돋보이는 것은 공 하나 차이로 볼이 되는 존에 들어온 공에 대한 반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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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창기는 스트라이크 존에서 공 하나 빠지는 볼에 대한 대처가 대단히 좋은 타자다.

역시 출루율이 높다. 0.333의 출루율을 기록했다. 아슬 아슬한 공을 잘 골라냈음을 뜻한다. LG 전체 타자들은 하나 정도 빠진 공에 0.268의 출루율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삼진/볼넷 비율도 2.14로 전체 타자들의 4.91에 비해 절반에도 미치지 않은 수치를 찍었다.

공 하나 빠지는 공에 대한 헛스윙/스윙 비율은 22%로 20%의 LG 전체 타자 평균보다 조금 높았다. 그러나 전체 스윙 비율은 45%로 58%의 LG 전체 타자들에 비해 현저하게 낮은 기록을 보여줬다.

공 하나 빠진 볼에 대해 홍창기는 특별한 능력을 보여준 셈이다. 스윙하는 비율이 전체 타자들에 비해 13%나 낮았다.

아슬아슬하게 볼이 되는 공을 잘 참아낸 것이 높은 출루율의 가장 큰 힘이라고 할 수 있다.

완전히 볼이 되는 공을 골라내는 능력은 평범한 선수에게도 있을 수 있다.

차이는 투수가 마음 먹고 스트라이크로 던진 공이 하나 빠졌을 때 얼마나 집중력을 보여주느냐에서 갈린다고 할 수 있다. 홍창기는 바로 이 공에서 특별한 능력을 보여줬다.

투수가 마음 먹고 던진 공이 볼 판정을 받으면 투수는 흔들리게 된다. 이 공을 계속 골라내 볼넷까지 얻어내면 그 충격은 더욱 커진다.

홍창기는 투수에게 바로 이런 데미지를 안겨줄 수 있는 타자다. 깊게 들어가면 경기의 흐름까지 좌우할 수 있는 선구안의 소유자라 할 수 있다.

야구공의 지름은 7.23cm. 홍창기는 그 7.23cm의 차이를 골라낼 줄 아는 타자다. 그래서 특별하다 할 수 있다. 또한 홍창기의 볼 골라내는 능력이 진짜배기라는 사실도 이 기록을 통해 알 수 있다.

홍창기를 잡아내려면 확실한 스트라이크 존으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 아슬아슬한 공으로 배트를 끌어내려면 실패 확률이 높아진다. 홍창기는 그래서 특별한 타자다.

butyou@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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