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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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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이지 않을 학폭논란, 양심선언 캠페인 전개해야[장강훈의 액션피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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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아들’ 이종범(현 LG코치)이 KIA 소속이던 2003년 한 시즌 동안 적립한 이른바 ‘왕따날리기 후원금’을 청소년 폭력예방재단에 전달하고 있다. 학교폭력문제는 이미 이 때도 사회적 문제였다. (스포츠서울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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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스포츠계에 이른바 ‘학원 폭력 미투’가 전종목으로 확산하는 분위기다. 여자프로배구 이재영·다영 자매가 중학교 시절 저지른 폭력을 신호탄으로 남자배구와 하키, 프로야구 등으로 퍼지고 있다. 피해자와 가해자로 주장하고 지목된 사람들끼리 ‘맞았네, 안때렸네’식의 진실공방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중장년층은 선수출신이 아니더라도 ‘사랑의 매’로 대표되는 공공연한 학교폭력을 경험했다. 일제강점기부터 군부독재, 군사정권을 거치며 뿌리깊게 대물림된 악습이 교육현장에서도 버젓이 자행된 탓이다. 땅을 파라면 파고, 다시 묻으라면 묻는 이른바 ‘까라면 까야하는 조직 문화’는 100년 가까이 이어진 군사정권이 만들어낸 대표적인 폐해다. 1990년대까지도 교사에게 매질을 당한 뒤 “감사합니다”라고 인사를 해야만 하는 게 당연하게 인식됐다. 분별력 없는 어린이들은 ‘위계와 질서를 바로잡으려면 사람이 사람을 때려도 된다’는 인식을 자연스럽게 학습하는 구조였다. 위계가 특히 강조되는 학교 운동부는 현재까지도 말과 손, 도구로 폭행을 자행하고 있다. “한국사람은 맞아야 말을 듣는다”는 식민사관을 ‘정답’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아직도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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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농구 전주KCC도 2014년 학교폭력 추방 캠페인을 전개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였다. 이주상기자 rainbow@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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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적 산물이니 나몰라라 할 일일까. 폭력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 일어나서는 안되는 일이다. 특히 상대적으로 주목도가 높고, 어릴 때부터 단체생활을 하는 운동부는 더더욱 뿌리 뽑아야 하는 악습이다. 철없던 시절 단순 실수이든, 친구들의 강요에 못이겨서든, 팀 전통이라는 미명으로 포장됐든, 신체적, 언어적 폭력을 행사한 가해자들과 이를 묵인한 방관자들은 피해자에게 속죄하는 마음으로 살아야 한다.

그러나 개인이 “내가 학창시절 학폭 가해자였소!”라고 용기있게 나설 것 같지는 않다. 한국야구위원회(KBO)를 비롯한 프로스포츠 각 종목 단체가 프로스포츠 협회, 문화체육관광부, 교육부 등과 머리를 맞대 ‘양심선언 캠페인’을 전개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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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배구연맹이 지난 16일 ‘학교폭력 근절을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를 개최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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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스포츠 각 구단이 전수조사를 통해 실태 파악부터 해야 한다. 지나간 일을 되돌릴 수는 없다. 대신 진정성있게 사과하고 재발방지를 위한 전도사로 거듭날 수는 있다. 과거 잘못을 뼈저리게 반성했다면 제2, 제3의 가해자가 탄생하지 않도록 선배 입장에서 교화 주체가 되는 것으로 갚아야 한다. 학교폭력 피해자들이 트라우마를 극복할 수 있도록 심리상담센터를 개설하고, 수시로 학생 선수들을 찾아 학교 폭력이 얼마나 많은 것을 앗아갈 수 있는지 직접 교육하는 시스템을 만들 필요가 있다. 프로에서 주목 받는 선배들이 먼저 나서서 학교폭력 근절 캠페인을 전개하면 선한 영향력 확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

가해자는 단순 장난으로 여기고 지나칠 수 있지만, 피해자는 아픔이 뼈에 사무친다. 철없던 초등학교 시절 학원폭력이 뭐가 대수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각인된 트라우마는 성인이 돼도 극복하지 못하는 경우가 훨씬 많다. 하지만 이런 폭로가 유행처럼 번져 ‘아니면 말고’식 단순 폭로로 이어지면 체육계 전체가 ‘폭력집단’으로 낙인찍힐 수밖에 없다. 이 모두를 경계하기위해서는 정의로움과 공정함을 최대 가치로 여기는 스포츠정신에 입각해 각자의 잘못을 먼저 인정하고 사과하는 ‘비난 받을 용기’를 당연시 여기는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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