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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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닷새 만에 징계 받았지만… ‘프로배구 학폭’ 일파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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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구협회, 이재영·이다영 국가대표 자격 무기한 박탈

남자부 OK저축銀 송명근·심경섭

“시즌 잔여 경기 출전하지 않겠다”

팬들 ‘눈가리고 아웅’ 의심의 눈초리

한국배구연맹, 16일 비상대책회의

전문가 “체육계 전반적 개선해야”

쌍둥이 모친 ‘장한 어버이상’ 취소

세계일보

프로배구계에 학교폭력 논란을 촉발한 이재영(오른쪽)·다영 쌍둥이 자매가 소속팀과 국가대표팀에서 무기한 출장정지 징계를 받았다. 사진은 두 선수가 지난해 열린 리그 경기에 출장한 모습.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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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고 인기 겨울스포츠로 발돋움한 프로배구 V리그는 지난 10일 이재영·이다영(흥국생명) 쌍둥이 자매의 과거 학교폭력 전력이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폭로된 뒤 큰 격랑에 휩싸였다. 그야말로 리그의 명운이 걸린 대형 사고다. 이재영은 25세 나이에 이미 V리그 여자부에서 두 번이나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에 오른 스타이고, 이다영 역시 최고 인기를 구가하는 세터였기에 팬들의 충격과 배신감이 더욱 컸다. 여기에 남자부 송명근(28), 심경섭(30·이상 OK금융그룹)의 학교폭력 폭로와 함께 이재영·이다영 자매에 대한 추가폭로까지 이어졌다. 그야말로 ‘일파만파’로 사건이 확대된 상태다.

결국 ‘프로배구 학교폭력 사태’를 촉발한 쌍둥이 자매가 닷새 만에 소속팀과 국가대표팀에서 징계를 받았다. 흥국생명이 15일 이들의 무기한 출장정지를 결정했고, 같은 날 국가대표팀을 관장하는 대한민국 배구협회도 이들을 국가대표 선발에서 무기한 제외하기로 했다. 소속팀으로서도, 국가대표팀으로서도 쉽지 않은 결정이다. 이재영과 이다영은 2020∼2021시즌 우승을 노리는 흥국생명의 주 공격수와 주전 세터이자 국가대표팀에서도 핵심 전력이기 때문이다.

배구협회는 이들의 학교 폭력 행사 과정에 모친인 전 국가대표 세터 김경희씨의 부적절한 영향력 행사 등이 있었다는 사실 등이 폭로되자 자매를 길러낸 공로로 지난해 김씨에게 수여한 ‘장한 어버이상’도 취소했다. 자매와 함께 선수 출신의 모친까지 불명예를 안은 셈이다.

앞서 OK저축은행도 논란을 빚은 송명근과 심경섭이 올 시즌 잔여 경기를 출전하지 않겠다고 선언하자 이를 수용하는 방식으로 자체 징계를 내린 바 있다. OK저축은행 역시 올 시즌 플레이오프 진출을 노리는 터라 전력 손실은 불가피하다. 플레이오프와 올림픽이라는 ‘거사’를 눈앞에 두고 큰 전력 손실을 감내하는 결정을 내려야 할 정도로 이번 사건을 향한 팬들의 시선은 싸늘했다.

그러나 여전히 분노는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당장 팬들 사이에서는 이재영·이다영 자매의 출장정지는 기한이 없으므로 언제든 돌아올 수 있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크다. 구단 측이 “피해자가 사과를 받아들일 때까지 징계기간이 1년이 될 수도 있고 2년이 될 수도 있다”면서 이번 징계가 당장의 논란을 피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고 못 박았지만 팬들은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는 중이다.

이는 그만큼 국내 체육계가 폭력 문제에서 팬들에게 믿음을 주지 못했다는 방증이다. 당장 프로야구에서도 2018년 키움 투수 안우진이 학교폭력 논란이 일자 50경기 출장정지라는 구단 자체 징계만 내려 논란을 빚은 바 있다. 당시에도 이 결정은 ‘솜방망이 처벌’이라면서 팬들의 큰 비난을 받았다. 지난해에는 NC가 학교폭력 의혹이 있는 투수 김유성을 1차 지명했다가 철회하는 소동을 빚기도 했다.

프로배구는 이번이 학교폭력과 연루된 첫 사건이지만 한발 늦은 대응으로 논란을 키웠다. 폭로 직후 선수들이 시인하며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사과문까지 올렸지만 이후 상당 시간이 지날 때까지 공식적인 징계가 미뤄졌고, 심지어 소속 구단이 “징계도 선수가 받아들일 수 있는 정신적·육체적 상태가 됐을 때 내려야 한다”고 발언하는 등 안이한 태도를 보였다. 구단이 피해자의 고통을 위로하는 것보다 팀의 자산인 선수 보호를 우선한다는 인식이 순식간에 팬들의 머릿속에 자리 잡았다.

결국 팬들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추가 노력이 필수적이다. 배구계뿐 아니라 체육계 전반이 폭력 근절을 위한 선례를 만들고 대책을 제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당장 문재인 대통령이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15일 임명장을 수여하면서 체육 분야 폭력 근절을 위한 대책 마련을 지시한 상황이다. 이에 V리그를 관장하는 한국배구연맹(KOVO)은 16일 학교폭력 관련 제재 규정 신설 등 대책을 논의한다. 이 회의에서 규정 신설뿐 아니라 배구계 폭력을 근절할 근본 대책이 나올지 주목된다.

최동호 스포츠문화연구소장은 “비록 팬들의 신뢰를 받지는 못하고 있지만, 배구계 입장에서는 이번 징계가 큰 손실을 감내한 것만은 사실”이라면서 “다만, 학교폭력 문제는 소수의 일탈이 아니라 스포츠문화 전반에 맞닿아 있는 문제”라고 밝혔다. 이어 “배구계뿐 아니라 체육계 전체가 승부지상주의와 합숙 관행 등 전반적 문화를 개선해야만 폭력의 뿌리를 근본부터 뽑아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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