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의료진들이 군부 쿠데타에 항의하는 블랙리본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사진=soe zeya tun 트위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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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투데이 하만주 워싱턴 특파원·선미리 기자 = 미얀마에서 쿠데타를 일으킨 군부에 대한 불복 움직임이 확산될 조짐이 보이면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외신들에 따르면 2일(현지시간) 밤 미얀마 최대 도시 양곤에서 쿠데타에 항의하고 아웅 산 수 치 국가고문의 석방을 요구하는 첫 시위가 벌어졌다. 시민들은 자동차 경적을 울리고 자택 베란다에서 양철 쟁반과 냄비 등을 두들기며 “악마는 가라”고 외쳤다. 시위에 참가한 한 양곤 시민은 “미얀마는 전통적으로 악마나 나쁜 일을 쫓기 위해 양철 제품을 두드린다”고 설명했다.
앞서 수 치 고문은 집권당인 민주주의민족동맹(NLD) 관계자 페이스북을 통해 “나는 쿠데타를 받아들이지 말 것과 군부에 대한 항의 사위를 벌일 것을 촉구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다만 항의 움직임이 거리시위로는 이어지지는 않았는데, 이는 지난 1988년 9월 민주화운동 당시 군부의 무자비한 진압으로 3000여 명이 숨졌던 사태가 되풀이될까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NLD 소속 의원 등 약 400명은 구금 조치에서 벗어났지만 수 치 고문은 아직 구금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시위는 애초에 몇 분 동안만 계획됐었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15분 이상 지속되는 등 미얀마 내에서 시민 불복종운동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 특히 쿠데타로 언론 보도가 제한되는 상황 속에서 미얀마 시민들은 트위터, 페이스북 등을 이용해 전세계에 미얀마의 상황을 알리고 쿠데타 반대 및 수 치 고문 석방 요구에 동참해 줄 것을 촉구했다. 미얀마 네티즌들은 ‘#세이브 미얀마(#SaveMyanmar)’, ‘#군부를 거절한다(#Reject_the_Military)’ 등 해시태그를 포함한 게시글과 함께 수 치 고문의 포스터를 올렸다. 일부 네티즌은 항의 시위 상황을 담은 동영상을 게재하고 K팝 팬들은 한글로 ‘군부 쿠데타를 단호히 반대한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군부는 이미 공보부 명의로 SNS에 유언비어를 퍼뜨리며 폭동과 불안을 조장하는 개인이나 매체는 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한 상태다.
미얀마 의료계도 쿠테타 불복종 운동에 동참하고 나섰다. 의료진들은 군의 의료지원을 거절하거나 아예 근무를 거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불복종 운동에 동참한 한 의사는 “우리는 독재자와 선거를 거치지 않은 정부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로이터통신에 밝혔다. 영국 BBC에 따르면 일부 병원 의료진들은 쿠데타에 대한 항의 표시로 빨강과 검정 리본을 달기도 했다.
미얀마 사태에 서방국가들이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데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여 미얀마 내부의 항의 운동은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는 이날 미얀마 쿠데타를 규탄하는 성명 초안을 작성했으나 중국과 러시아가 미온적 태도를 보여 최종 확정하지 못했다. 중국은 미얀마군부와 가까운 관계를 이어왔기 때문에 이번 사태에 비판적 목소리를 내지 않고 있다.
아울러 미국의 미얀마 군부에 대한 제재도 반전의 계기가 될 가능성이 크지 않아 보인다. 미국 국무부는 이날 군부의 정권 장악을 쿠데타라고 규정하고, 원조를 제한하고 군부에 대한 추가 제재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국무부는 미국의 미얀마에 대한 직접 원조는 거의 없고, 군부나 수 치 고문·윈 민 대통령 등 NLD 지도부와의 접촉이 없다며 미얀마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이 한계가 있음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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