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시 부지인 경기 남양주 왕숙지구 전경. . 남양주=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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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바뀌어도 부동산 가격 고공행진이 꺾이질 않자 다급해진 정부가 수도권 3기 신도시 건설일정을 대폭 앞당기기로 했다. 이를 위해 사업 추진의 핵심 관건인 토지보상 일정을 10개월 이상 단축하고, 주택공급 일정도 5년 가까이 줄이기로 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50조 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되는 토지보상비가 한꺼번에 수도권 일대에 풀릴 가능성이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상비의 상당 부분이 수도권 부동산시장으로 유입될 경우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 50조 원 넘는 토지보상비, 한꺼번에 풀릴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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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교통부는 24일 3기 수도권 신도시에 지구계획 수립과 토지보상을 동시 다발적으로 진행하는 등 패스트 트랙을 적용하겠다고 발표했다. 3기 신도시를 통해 나올 6만2000채의 공급일정을 최대한 앞당기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국토부는 이를 위해 토지 보상 착수기간을 기존 대비 평균 10개월 이상 단축할 계획이다. 택지지구 지정 이후 토지보상에 착수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판교 위례 등 2기 신도시의 경우 평균 27개월 정도였다. 하지만 3기 신도시인 인천 계양과 하남 교산은 14개월이 걸렸다. 나머지 지역도 시간을 대폭 줄여 평균 17개월로 맞추겠다는 게 정부 복안이다.
현재 3기 신도시 가운데 인천 계양과 하남 교산은 이미 주민과 보상 협의에 들어갔고, 남양주 왕숙과 과천은 보상가 산정을 위한 감정평가가 진행 중이다. 나머지 고양 창릉과 부천 대장, 안산 장상은 올 상반기 안에 보상공고가 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이들 지역에 수십 조 원의 토지보상비가 풀릴 수밖에 없고, 이 가운데 상당액이 부동산시장으로 유입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국토부는 토지보상금 산정과정에 우려되는 마찰 등을 우려해 정확한 보상비 규모는 공개하질 않는다. 하지만 전문기관별로 보상비 규모는 32조~35조 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여기에 신도시 조성에 따른 교통 대책으로 GTX 건설 등이 추진되면서 발생하는 토지보상비도 수십 조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권주안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2021년 주택시장 전망’을 통해 “신도시 등 공공사업으로 만들어지는 보상금 규모는 52조 원에 달할 것”으로 봤다. 권 연구위원은 “이 가운데 22조 원 정도의 자금이 부동산시장으로 유입될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는 2019년 주거용 건설투자금액 100조 원의 22%에 해당하는 막대한 규모”라고 분석했다.
김열매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달 23일 낸 보고서 ‘3기 신도시 토지보상금, 어디로 갈까?’에서 “빠른 속도로 차질없이 추진한다고 가정할 때, 35조 원 정도의 토지보상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그는 다만 “토지보상이 부동산시장 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대한민국 전체 부동산 자산(1경3261조 원)이나 건설자산(5039조 원) 토지자산(8223조 원) 등의 규모를 감안할 때 토지보상금이 대단한 미칠 규모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 당근책 쏟아내지만 뾰족한 대책 없는 정부
하지만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수십 조 원이 한꺼번에 수도권 부동산시장에 풀릴 경우 한창 뜨거운 부동산투자 열기에 ‘불쏘시개’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노무현 정부(2003~2008년)는 2006년 판교 등 2시 수도권 신도시를 추진하면서 100조 원 넘는 보상금을 사용했고, 이 가운데 40% 가까운 30조 원 가량이 부동산시장에 유입되면서 부동산 가격 상승을 불러왔다.
문제는 이와 관련한 뾰족한 정부 대책이 없다는 점이다. 토지보상 지급 방법에는 현금 보상과 대토(代土) 보상, 채권 보상이 있다.
대토 보상은 2007년 노무현 정부 때 도입됐다. 토지보상금이 다시 부동산시장을 자극하는 것을 우려해 도입된 제도다. 토지 소유주에게 현금 대신 개발사업으로 조성된 토지를 주는 방식이다.
채권보상은 3년, 5년, 무기한 등 만기 3가지 국채 금리와 정기예금금리를 감안해 이자를 정한 채권을 현금 대신 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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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보상 업무를 맡는 LH는 대토보상리츠로 적극 유도할 계획이다. 토지 소유자가 토지 보상으로 받은 토지를 리츠에 현물로 출자하게 하고, 리츠가 개발사업을 시행한 뒤 수익을 출자자에게 배분하는 방식이다.
국토부는 당근책도 마련했다. 지난해 대토 보상을 받는 경우 양도소득세 감면율을 15%에서 40%로 높여줬다. 대토로 받을 수 있는 토지 대상에 기존 상업용지와 단독주택용지 이외에 아파트용지를 추가했다. 신도시에 들어설 아파트를 특별공급 대상자 범위를 1000㎡ 이상 토지 소유자에서 400㎡ 이상으로 대폭 완화해 3월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하지만 채권의 경우 현재와 같은 저금리 상황에 큰 매력을 느끼기 어렵고, 대토는 재산권 행사에 최소 3년 이상 걸리는 게 걸림돌로 작용한다. 대토보상리츠는 수익을 확정하기까지 5,6년의 시간이 소요되는 데다 운영 수익이 얼마나 될지 알 수 없다는 점이 취약점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3기 신도시 후보지들이 서울 인접 지역에서 위치한 만큼 대토로 토지보상 수요가 몰릴 수도 있다”면서도 “그럼에도 수십 조 원의 자금이 한꺼번에 풀리면서 주변지역 부동산가격을 자극할 가능성이 큰 만큼 정부가 추가 대책을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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