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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GA 길 열어준 ‘약속의 땅’에서…김시우, 다시 한번 ‘활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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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세 때 ‘Q - 스쿨 통과’했던 코스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챔피언 등극

3년8개월 기다림 끝 통산 3승 수확

[경향신문]



경향신문

김시우가 25일 미국 웨스트 스타디움 코스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에서 우승을 차지한 후 트로피를 들어 올리고 있다. 라킨타 | USA투데이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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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3 17번홀. 5.5m의 버디 퍼트가 홀에 빨려들어가자 김시우의 불끈 쥔 주먹이 허공을 갈랐다. 우승을 확신하는 어퍼컷 세리머니였다. 이 퍼트가 우승으로 가는 결정적인 퍼트라는 걸 김시우는 잘 알고 있었다. 그렇게 3년8개월 동안 간절히 기다렸던 우승이 다가왔다.

김시우가 미국남자프로골프(PGA) 투어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총상금 670만달러)에서 통산 3승을 달성했다.

김시우는 25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라킨타의 PGA 웨스트 스타디움 코스(파72·7113야드)에서 열린 대회 4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만 8개를 잡아내는 완벽한 플레이로 8언더파 64타를 쳤다. 합계 23언더파 265타를 기록한 김시우는 패트릭 캔틀레이(미국)를 한 타 차로 따돌리고 정상에 올랐다.

김시우가 PGA 투어에서 우승한 것은 2017년 5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우승 이후 3년8개월 만이다. 우승 상금은 120만6000달러(약 13억2700만원). 이번 우승으로 2023년까지 투어 카드를 보장받은 김시우는 4월 마스터스 출전권도 확보했다. 김시우는 페덱스컵 순위에서도 9위로 올라섰다.

김시우는 2012년 12월 17세에 미국남자프로골프(PGA) 투어 퀄리파잉스쿨을 통과하며 PGA 투어로의 길을 열어줬던 ‘약속의 땅’ 스타디움 코스에서 3년8개월 만에 통산 3승을 달성하며 각별한 인연을 이어갔다.

‘침착하게’ ‘편안하게’ ‘기다리면서’ ‘덜 공격적으로’가 김시우의 우승 주문이었다. 15번홀까지 김시우의 게임 플랜은 완벽했다. 보기 없이 버디만 6개 잡아내며 선두를 질주했다.

공동 선두로 출발했던 맥스 호마(미국)는 3타를 잃고 일찌감치 우승 경쟁에서 탈락했고, 토니 피나우(미국)와도 3타 차로 여유있게 앞서나갔다. 탄탄가도를 가는 듯했던 김시우의 길을 막아선 것은 캔틀레이였다. 캔틀레이는 이날 신들린 듯했다. 무려 11개의 버디로 11타를 줄이며 김시우의 유일한 대항마로 떠올랐다. 파4 18번홀에선 11.2m의 먼 거리에 오른쪽으로 휘어지는 슬라이스 라인을 완벽하게 태워보내 버디를 잡았다.

캔틀레이가 22언더파 한 타 차 단독 선두로 경기를 먼저 마치면서 뒤쫓는 처지가 된 김시우가 급해졌다. 그러나 김시우는 흔들림이 없었다. 파5 16번홀에서 두 번째 샷을 그린에 올린 뒤 2퍼트로 가볍게 버디를 잡고 캔틀레이와 다시 공동 선두를 만들었다.

김시우의 회심의 샷은 그다음 홀에서 나왔다. 파3 17번홀에서 김시우가 친 볼이 홀 5.5m 앞에 멈춰섰다. 간절했던 우승 기다림에 마침표를 찍을 수 있는 결정적인 퍼트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지난해 윈덤 챔피언십에선 마지막 날 선두로 나서고도 기회를 살리지 못했지만 이번엔 달랐다. 김시우의 버디 퍼트가 정확한 라인을 따라 홀로 빨려들어갔고, 그것으로 승부가 끝났다. 한 타 차 리드를 잡은 김시우는 파4 18번홀에서 두 번째 샷을 핀 5.8m에 올려 마지막 변수마저도 없애버렸다.

김시우는 “내가 열일곱 살에 이 코스에 오면서 투어 Q-스쿨을 통과했기 때문에 정말 좋은 기억이 있다. 그래서 이번주에도 그때 기억을 살려서 조금 더 편안하게 플레이했던 것 같고 우승까지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류형열 선임기자 rh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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