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의 팬 사찰 의혹 징계 여부 구단 소명 요청에 하루 미뤘지만 정운찬 총재 징계 수위 놓고 고심
KBO는 앞서 22일 상벌위를 열었다. 최근 키움에서 은퇴한 이택근과 김치현 키움 단장이 각각 법률대리인과 함께 참석했다. 하지만 이 자리에서 키움 구단이 소명 기회를 달라고 요청하자 최종 결정을 하루 미뤘다. 상벌위는 23일 키움 측으로부터 이메일을 통해 소명서를 받고 이를 검토한 뒤 징계 내용과 수위를 정했다. KBO 관계자에 따르면 소명서에 특별히 새로운 내용은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상벌위 징계 보고서를 받아본 정 총재가 최종 승인 여부를 놓고 장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허민 키움 히어로즈 사외이사 겸 이사회 의장. /연합뉴스 |
◇이택근과 키움의 진실 공방
이번 상벌위는 이택근이 키움 구단과 관계자에 대한 징계 요구서를 제출해 열렸다.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도 이와 관련해 키움에 유감을 표하고 KBO에 징계를 요청했다.
논란의 중심에는 허민(44) 키움 사외이사 겸 이사회 의장이 있다. 허 의장은 작년 6월 2군 훈련장에서 선수를 세워둔 채 연습 투구하는 영상이 방송에 보도돼 ‘야구 놀이’ ‘갑질’ 논란이 일었다. 키움 구단 관계자는 보도가 나간 뒤 CCTV를 이용해 해당 영상을 촬영한 팬을 특정했다.
이택근 측은 “당시 구단 관계자가 ‘영상을 촬영한 팬에게 언론사 제보 여부와 이유를 확인해달라’ ‘네 팬이니 네가 좀 알아오라’는 등 지시를 했다”고 주장한다. 공개된 녹취에서 김치현 단장은 “허민 의장이 화가 많이 나셨다” “하송 대표가 부탁하신다”고 말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하송 전 대표는 허민 의장의 최측근이다.
이에 대해 키움 측은 “촬영된 장소가 일반인 출입 금지 구역이어서 보안 점검 차원에서 CCTV를 들여다본 것”이라며 “영상 촬영자에게 어떠한 행위도 하지 않았다”고 했다. 또 김 단장이 이택근에게 물어본 것에 대해선 “개인적 궁금증 해소를 위한 것이었다. 선수에게 야구와 무관한 일을 지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마지막 결정' 앞둔 정운찬
정운찬 총재가 쉽사리 결정을 내리지 못한 것은 사안의 중대성에 더해 임기 만료가 임박했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의 임기는 오는 31일까지다. 한 야구계 관계자는 “임기 내 마지막 결정이라 더욱 신중한 것으로 안다”면서도 “본인이 이 일을 마무리하고 간다는 마음이 있다”고 했다. 만약 정 총재가 24일 결론을 내리지 않는다면 휴일이 겹쳐 28일까지 발표가 미뤄지게 된다.
일각에선 징계 내용이 여론과 크게 배치돼 정 총재가 고민에 빠졌을 것이란 말도 나온다. 법률가로 구성된 상벌위가 내린 결정은 야구 팬들의 비난 여론에 비하면 수위가 그다지 높지 않을 수도 있다. KBO는 지난 3월에도 영구 실격당한 히어로즈 이장석 전 대표의 ‘옥중 경영’ 의혹에 대해 조사를 벌였으나 벌금 2000만원에 그쳤다. 당시 KBO는 “야구 팬과 언론으로 하여금 의구심을 갖게 한 일련의 과정이 리그의 가치를 훼손하고 질서와 품위를 손상시켰다”고 했다. 구체적 위반 사실은 특정하지 못한 것이다. KBO는 당시 이장석 전 대표를 뺀 나머지 주주들로부터 “솜방망이 처벌”이란 비판을 받았다.
[김상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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