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인 걸 몰랐다”
판공비(업무추진비)는 공무 처리에 드는 비용이다. 김태현 선수협 사무총장은 지난 1일 판공비를 법인카드 등이 아닌 현금으로 받아서 쓴 것이 드러나자 “제 무지에서 비롯된 일”이라고 인정하고 사퇴했다. 같은 날 저녁 “이대호 회장도 현금으로 판공비를 받아 사용했고, 액수도 두 배로 늘렸다”고 한 지상파 방송이 보도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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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호는 2일 기자회견에서 “내 이익만을 위해 판공비를 스스로 인상한 것이 아니다. 현금 지급이 문제라는 건 잘 몰랐다. 시정하겠다”고 했다. 그는 그러면서 인상 배경에 대해 “작년 2월 선수협회 미팅에서 2년간 공석이던 회장을 선출하자는 의견이 나왔다. 후보로 거론되던 선수들이 난색을 표하자 유인책으로 판공비를 인상하는 데 의견이 모였고, 그해 3월 10개 구단에서 각각 3명의 선수가 참석한 이사회에서 판공비를 연 2400만원에서 6000만원으로 증액하기로 결정됐다”고 했다. 이사회 의결 후 다음 날부터 사흘간 열린 투표에서 이대호가 회장으로 선출됐다.
이대호는 판공비 사용에 대해 “서울로 가는 경비, 선수 및 선수협 관계자와 이야기할 때 밥값 등을 결제했다”고 했다. 선수협이 아닌 이대호 개인 변호사 자격으로 함께 기자회견에 자리한 조민 변호사는 판공비 중 업무를 위해 사용한 내역이나 회의록 공개 등에 대해서 “법률적으로 검토해 가능하다면 추후에 공개하겠다”고 했다.
◇”회장 맡을 생각 없었는데…”
이대호는 이날 “원래 회장 후보가 아니었고 회장직을 맡을 생각도 없었다”는 말을 여러 번 되풀이했다. “당선될 줄 알았다면 판공비를 올리자고 하지 않았을 것” “선수협이 힘없는 조직이고 2년간 너무 힘들었다”고도 했다. 그가 받았던 판공비는 세후 월 400만원이 조금 넘는다. 이대호는 “너무 많은 금액이 아닌지 좀 더 깊이 생각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고 했다.
팬들의 반응은 차갑다. 특히 많은 팬이 “고액 연봉 선수가 최저 연봉의 두 배 넘는 돈을 추가로 받아도 되는가”라고 지적했다. 이대호는 올해 연봉 25억원을 받았다. 프로야구 최고 연봉자다. 다만 “판공비라는 명목은 잘못이지만 급여처럼 받았다면 큰 문제는 없다”는 시각도 있다.
지난해 3월 선출돼 2년 임기 만료를 앞둔 이대호는 판공비 논란이 불거지기 전 미리 사퇴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그는 2017년 초 롯데와 4년 총액 150억원 FA(자유계약선수) 계약을 맺었고,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다시 FA 자격을 얻어 시장에 나왔다.
[김상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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