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카드 세터 하승우 |
(의정부=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아직 50점밖에 안 되는 것 같습니다."
남자 프로배구 우리카드의 세터 하승우(25)는 3연패를 끊은 뒤에도 자신에게 박한 점수를 줬다.
우리카드는 1일 의정부체육관에서 열린 KB손해보험과의 2라운드 방문 경기에서 3-0 완승을 했다.
3연패 중인 최하위 우리카드를 맞아 3연승 중인 1위 KB손보가 우위를 보일 것으로 전망됐으나 뚜껑을 열자 전혀 다른 결과가 나왔다.
세터 하승우의 볼 배분이 돋보인 경기였다.
하승우는 상대 전위 블로커들의 높이가 낮을 때는 외국인 선수 알렉산드리 페헤이라(등록명 알렉스)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반대로 KB손보의 '말리 특급' 노우모리 케이타가 네트에 붙을 때는 중앙 속공이나 백토스를 구사하는 등 영리하게 경기를 풀어갔다.
지난 시즌을 마친 뒤 주전 세터 노재욱과 백업 세터 김광국을 트레이드로 내보낸 우리카드는 시즌 초반 하승우에게 주전 세터를 맡겼다.
하지만 하승우는 기대 이하의 모습을 보였고, 이호건에게 주전 세터 자리를 내주고 백업으로 밀려냈다.
세터진의 불안은 지난 시즌 1위 팀이었던 우리카드가 최하위로 추락한 결정적인 요인이었다.
설상가상으로 우리카드는 지난달 25일 주포 나경복이 발목 인대 파열로 3∼4주 진단을 받는 악재가 터져 나왔다.
더 이상의 추락을 막기 위해 팀 안정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신영철 감독은 다시 한번 하승우를 신임했다.
지난달 24일 대한항공 전부터 조금씩 자신감을 찾은 하승우는 사령탑의 믿음에 보답하듯 이날 팀의 완승을 이끌고 3연패를 끊어냈다.
우리카드는 최하위에서 4위로 순위를 단숨에 끌어올렸다.
경기 뒤에 만난 하승우는 "내가 주전으로 나갔던 이전 경기에선 팀이 다 져서 힘들고 심적으로 부담이 있었다"며 "오늘 승리로 자신감을 많이 찾을 수 있을 것 같다"고 환하게 웃었다.
그는 "그동안 우리 공격수들이 좋았는데 내가 볼을 잘못 올려줘 우리 팀 성적이 밑으로 떨어진 것 같았다. 그래서 부담이 있었다"며 "오늘은 상대 레프트 블로킹이 낮아 라이트 위주로 경기를 하려고 생각하고 들어갔고 또 알렉스가 잘 처리해서 쉽게 풀렸던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알렉스는 양 팀 최다인 32득점을 기록했다. 개막을 앞두고 부상으로 훈련량이 부족했던 알렉스의 컨디션이 많이 올라온 것으로 보였지만 하승우는 이런 의견에 고개를 저었다.
그는 "알렉스가 시즌 초반부터 컨디션이 나쁘지 않았다"며 "그런데 세터 토스가 흔들리다 보니 공격 성공률이 떨어져 컨디션이 안 좋았던 것으로 보였던 것 같다"고 자책했다.
하승우는 "내게 점수를 준다면 아직 50점밖에 안 되는 것 같다. 이겼지만 토스 부분에서 보이지 않는 범실이 있었고, 토스 외적으로 수비에서 놓친 것들이 많아 아쉽다"며 더 성장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chang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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