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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열공, 열정, 열린 소통...K리그 ‘영 매니저’ 성공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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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동·남기일 등 40대 지도자 활약 빛난 2020시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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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수원삼성과 K리그1 경기에서 선수들을 지도하는 김기동 포항 감독.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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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축구 K리그가 ‘영 매니저 성공 시대’를 맞았다. K리그1(1부리그)와 K리그2(2부리그) 감독상을 모두 40대 지도자가 휩쓸면서다. 이들은 선수에게 축구를 가르치고, 스타 선수들을 앞세워 단기 성과를 내는 데 주력한 전통적 감독(head coach) 역할을 넘어, 구단 미래의 틀을 짜면서도 선수들과 적극적인 소통을 이루는 매니저(manager) 역할을 해내며 ‘원 팀’을 완성했다.

30일 K리그2(2부리그) 대상 시상식을 끝으로 공식 일정을 모두 마친 2020 시즌 K리그는 1970년대생 젊은 지도자들의 활약이 보인 무대였다. 선수 시절 명성이나 연륜을 내세우기보다, 뚜렷한 지도 철학과 탐구력을 바탕으로 팀 컬러를 명확히 한 젊은 지도자들이 저마다 목표로 한 성과까지 거머쥐면서 높은 예산과 톱 스타가 전부는 아니라는 걸 입증한 한 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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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기일(오른쪽) 제주 감독이 30일 서울 종로구 아산정책연구원에서 열린 K리그2 시상식에서 감독상을 수상하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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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부리그 감독상을 수상한 김기동(49) 포항 감독과 남기일(46) 제주 감독이 대표주자다. 김 감독은 지난해 4월 최순호(58) 전 감독 후임으로 포항 지휘봉을 잡은 뒤 부족한 예산과 스타 선수 부재 속에서도 부임 2년차에 팀을 3위까지 올려놓았다. 3위 팀에서 감독상 수상자가 나온 것은 김 감독이 처음이다. 그는 포항에서 선수와 지도자로도 10년 이상 몸담았다. 중국 등 해외 구단의 영입 제안도 있었지만, 그는 포항과 2년 더 계약하면서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등 다음 시즌 구상에 돌입했다.

40세 때던 2014년 광주FC를 K리그1으로 승격시키며 일찌감치 성공 시대를 맛본 남기일 감독은 2018년 성남에 이어 이번 시즌 제주까지 K리그1으로 이끌며 ‘승격 전도사’라는 이름값을 다시한번 증명해냈다. 그는 지난 성과에 안주하지 않고, 꾸준히 변화하는 세계 축구 트렌드를 연구해 적용하는 능력이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결국 올해 그는 앞선 두 차례 승격 때는 누리지 못했던 우승의 기쁨을 맛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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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박진섭(왼쪽) 감독이 하나원큐 K리그1 2020 21라운드 경기에서 이병근 대구 감독과 손을 맞잡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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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 자리'를 차지한 것은 아니지만, 반신반의 했던 지도력을 확실히 입증한 지도자들도 있다. 박진섭(43) 광주 감독은 부임 첫 시즌을 맞은 지난해 팀을 K리그2 우승으로 이끌며 K리그1 승격을 이뤘고, 올해는 엄원상(21) 등 젊은 선수들을 앞세워 팀 창단 첫 파이널A(1~6위)에 올리는 쾌거를 얻었다. 결과도 결과지만, 엷은 선수층에도 위기마다 무너지지 않은 과정이 돋보이면서 지도자로서의 주가도 폭등했다.

감독대행 신분으로 시즌을 시작한 이병근(47) 대구 감독은 주축 수문장 조현우(29) 등 핵심 선수 이탈이란 악재 속에서도 팀을 역대 최고 성적과 동률인 5위까지 올려놓으면서 감독대행 딱지를 뗐다. 시즌 막판 강등 위기였던 수원도 소방수로 나선 ‘레전드’ 박건하(49) 체제에서 반등했다. 강등이 유력했던 인천을 잔류로 이끈 조성환(50) 감독도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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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균 수원FC 감독이 29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2 2020 승격 플레이오프 경남FC와 경기에서 승격을 확정한 뒤 선수들로부터 헹가레를 받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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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2 무대도 40대 감독들의 지략 대결의 장이었다. 김도균(43) 수원FC 감독은 안병준(30)을 앞세워 팀의 공격력을 극대화 해 우승팀 제주(50득점)보다 많은 53득점을 올리며 팀을 K리그1으로 이끌었다. 반대로 전경준(47) 전남 감독은 끈끈한 수비전술로 실점을 25개로 막아 K리그2에서 유일하게 한 경기당 평균 1실점 이하를 기록한 팀으로 만들었다.

2002 한일월드컵 멤버였던 김남일(43) 성남 감독과 설기현(41) 경남 감독도 지도자 첫 해에 각각 팀의 K리그1 잔류와 K리그2 플레이오프 진출이란 성과를 내며 가능성을 보였다. K리그1 4연패에 빛나는 전북도 다음 시즌부터는 김상식(44) 체제 출범을 예고하면서 ‘영 매니저’들의 지략 대결은 더 뜨거워 질 전망이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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