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금융그룹 중 처음 시도
다른 금융사로 확산할까 주목
카카오뱅크 출범 때부터 영어 이름 써
[아시아경제 김민영 기자] 하나금융그룹이 임직원 간 직책 대신 ‘영어 닉네임’을 사용하기로 했다. 수평적인 기업문화 조성을 위한 것으로 주요 금융그룹에서는 첫 시도다. 하나금융의 ‘호칭 파괴’가 성공할 경우 다른 금융권으로 확산될 수 있어 이목이 집중된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은 최근 지주를 비롯해 은행, 카드 등 계열사에 공지를 내려 임직원들 간에 영어 닉네임을 사용할 것을 권고했다. 그룹 포탈의 직원 정보란에 영어 닉네임을 등록해 일상 업무나 회의 때 임직원 간에 부르자는 것이다.
한 계열사의 담당 부서가 사내 게시판에 올린 글을 보면 “모든 구성원이 동등한 전문가로 인정받는 수평적 기업문화의 첫 출발은 호칭을 영어 닉네임으로 부르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다만 외부와의 소통 시에는 ‘이름+직급’의 기존 방식대로 호칭을 사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수평적인 기업 문화 조성을 위한 목적”이라며 “직원들이 자율적으로 영어 닉네임을 짓고 있다”고 전했다.
지주와 은행 본점 및 영업점 직원들이 먼저 영어 닉네임을 지어 그룹 포탈에 등록 중이다. 카드와 저축은행 등 주요 관계사에선 임원들부터 영어 닉네임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등록 기간은 정해져 있지 않으나 다음 달까지는 모든 임직원이 영어 닉네임을 정해 일상 업무를 할 때 호칭으로 사용할 예정이다.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은 그동안 영어 이름으로 ‘정태’의 약자인 ‘JT’를 사용해 왔다. JT는 ‘Joy Together’(함께 즐기자)라는 의미도 있다. 회장실을 ‘Joy Together Room’으로 이름 붙여 소통을 강조하는 것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은행권에선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가 출범 때부터 영어 이름을 써 왔다. 윤호영 대표는 사내에서 대니얼(Daniel)로 통한다. 한국씨티은행은 2014년 9월부터 직책 대신 이름 뒤에 ‘님’자를 붙이고 있다. 박진회 행장도 예외가 아닌데 말단 직원이라도 박 행장을 ‘진회님’이라고 부른다.
금융권 관계자는 “인터넷은행에 이어 기존 금융사에서도 영어 이름이 자연스럽게 자리 잡을 지 지켜볼 일”이라고 말했다.
김민영 기자 my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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