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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2 (화)

[SS 포커스] 은퇴 앞둔 LG 박용택은 김태균을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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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LG 트윈스 박용택이 6일 잠실 삼성전에서 2-2로 맞선 9회 대타로 나서 2루타를 쳐내고있다.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그렇다고 시즌을 포기하나요? 끝까지 해야죠.”

올시즌을 끝으로 현역 생활을 마무리하는 한화 김태균(38)과 LG 박용택(41)은 팀 암흑기를 온몸으로 견뎌낸 선수라는 공통분모가 있다. 출중한 실력을 갖췄음에도 팀 성적 저하로 비난 받기도 했다. 이들이 들은 얘기 중 가장 가슴아픈 말이 ‘이기적인 선수’라는 꼬리표였다. 팀은 하위권으로 추락했는데, 개인 성적 욕심만 낸다는 게 이유였다. 팬 입장에서야 아쉬운 마음에 지나가듯 한 마디 던진 것이겠지만, 축 처진 팀 분위기 속에서도 집중력을 끌어 올려 경기를 치러낸 당사자에게는 비수처럼 꽂혔다.

박용택은 암흑기 시절 “팀이 계속 부진에 빠지다보니 (김)태균이가 얼마나 심적으로 힘들었을지 이해가 되더라”며 웃었다. 그러면서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고 남은 시즌을 포기해야 하나. 우리는 내년에도 야구를 해야 한다. 흐름을 이어가기 위해서라도 끝까지 해야 한다. 꼴찌팀도 팬들이 구장을 찾아 응원을 보내 주신다”고 강조했다. 당시에는 중참 정도였지만, 박용택은 최선을 다하는 선배가 있어야 후배들도 마음을 내려놓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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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김태균이 1일 광주KIA챔피어스필드에서 열린 2020 KBO리그 KIA와 한화의 경기 4회초 무사 1,2루 상황에서 희생 번트를 성공한 뒤 미소를 짓고 있다.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김태균도 비슷한 마음으로 경기를 치렀다. 만년 하위팀으로 전락한 뒤에도 “그라운드에 서 있는 동안은 최선을 다하는 게 맞다. 내가 이타적인 선수는 아니지만, 그래도 우리 야구를 보러 구장에 오신 팬들께는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특유의 ‘툭 던지는 듯 한 말투’였지만 눈빛에 진심이 담겨 있었다. 일본프로야구 지바롯데에서 돌아왔을 때에도 “해외 갔다 오더니 변했다는 얘기는 듣고 싶지 않다”며 “아주 어릴 때부터 친구들에게 많이 듣던 얘기가 있다. ‘넌 참 한결 같다’고. 사람 변하면 안된다”며 호탕하게 웃었다. 2년간 팀을 떠나있었으니, 더 좋은 성적으로 기대에 부응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김태균식 화법이었다. 실제로 그는 복귀 첫 시즌에 타율 0.363로 건재를 알렸다.

LG는 2013년 이후 7년 만에 플레이오프 직행을 노리고 있다. 은퇴 시즌을 치르고 있는 박용택도 주로 대타로 나서 힘을 보태는 중이다. 한화는 김태균이 은퇴 기자회견을 한 날 창단 첫 10위를 확정했다. 정반대 모습으로 마지막을 장식 중이지만, 이들이 시즌 끝까지 악착같이 뛰던 모습은 후배들에게 매우 굵직한 메시지를 남긴다.

KBO리그에는 소위 ‘10월부터 3월까지 최고의 야구선수’가 차고 넘친다. 각 팀 감독, 코치, 팬들이 마무리훈련부터 시범경기까지 기대를 잔뜩 보내는 선수들이다. 대부분 5월부터 기억에서 사라지기 시작해 10월 초까지 눈에 띄지 않는다. 차라리 이기적이라는 소리를 듣는 게 낫다. 눈에 띄니 이기적이라거나 혼자 야구한다는 등의 비난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김태균과 박용택은 “개개인의 외로운 싸움이 모여 팀을 만든다”고 강조했다. 가을잔치 초대장을 받지 못한 팀 선수들이 새겨야 할 얘기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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