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월드=이혜진 기자] 그들의 ‘명품 투수전’은 미국에서도 반짝반짝 빛났다.
김광현(32·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과 조쉬 린드블럼(32·밀워키 브루어스)은 KBO리그를 호령했던 투수다. 둘 다 KBO리그 최우수선수(MVP) 출신이다. 김광현이 2008년, 린드블럼이 2019년 수상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 나란히 빅리그로 무대를 옮겼다. 김광현은 포스팅시스템을 통해 세인트루이스와 2년 1100만 달러에 계약, 메이저리거의 꿈을 이뤘다. 지난 시즌 20승(3패) 고지를 밟으며 통합우승을 견인한 린드블럼 역시 이를 발판으로 메이저리그 유턴에 성공했다.
메이저리그에서 다시 만났다. 두 사람은 15일(이하 한국시간) 밀러파크에서 열린 세인트루이스와 밀워키의 더블헤더 1차전에 선발투수로 출격했다. KBO리그 출신 투수 간 선발 대결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LA다저스 소속이었던 류현진(33·토론토 블루제이스)과 메릴 켈리(32·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가 맞붙었다. 다만, 류현진과 켈리는 KBO리그에서의 인연이 없는 반면, 김광현과 린드블럼은 1년 전에도 경쟁하던 사이였다. 더 특별하게 느껴진 이유다.
중요한 경기였다. 두 사람 모두 ‘복귀전’이라는 테마를 가지고 있었다. 성공적인 빅리그 데뷔시즌을 보내고 있던 김광현은 최근 갑작스런 신장 경색 증세로 부상자명단(IL)을 거쳤다. 2일 신시내티 레즈전 이후 13일 만에 마운드에 올랐다. 팀 내 입지를 다지기 위해선 변함없이 안정감 있는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 린드블럼도 절박했다. 개막 후 7차례 선발 등판에서 부진한 끝에 불펜으로 이동했던 상황이었다. 다시 온 선발 기회를 어떻게 해서든 잡아야했다.
눈이 즐거워지는 경기였다. 김광현은 7이닝 3피안타 3볼넷 6탈삼진 무실점 최고의 피칭을 선보였다. 메이저리그 데뷔 후 한 경기 최다이닝·최다 탈삼진 기록을 갈아치웠다. 4경기(24이닝) 연속 비자책 행진을 이어가며 시즌 평균자책점을 0.83에서 0.63까지 끌어내렸다. 린드블럼 또한 만만치 않았다. 5이닝 3피안타 무사사구 6탈삼진 무실점으로 막았다. 두 선수 모두 제 몫을 다했지만 승리투수가 되진 못했다. 8회 불펜진 방화로 세인트루이스가 1-2로 패했다.
“반가웠다.” 새로운 곳에서의 대결이 두 선수에게도 남다르게 다가왔을 터. 특히 김광현은 KBO리그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경기 후 인터뷰를 통해 “KBO리그에서 뛰던 외국인 선수나 한국 선수가 와서 좋은 모습을 보여줘 리그가 올라갈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면서 “린드블럼도 잘 던졌고 나도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계속 잘해서 앞으로도 후배들이 좋은 기회를 가졌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hjlee@sportsworldi.com
사진=AP/뉴시스 (KBO리그를 호령했던 김광현과 조쉬 린드블럼이 메이저리그에서 선발 맞대결을 펼쳤다. 사진은 역투 중인 김광현(위)과 린드블럼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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