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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짝 호투’ 덕수고 1학년 심준석
-협회장기 6경기 3승으로 우수투수상
-신장 193㎝에서 꽂는 150㎞대 직구
[스포티비뉴스=횡성, 고봉준 기자] 덕수고 정윤진 감독은 8월 31일 횡성베이스볼테마파크에서 열린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장기 전국고교야구대회 세광고와 결승전을 앞두고 쉽사리 라인업 용지를 채우지 못했다.
야수진은 어느 정도 윤곽이 잡혔지만, 문제는 가장 중요한 선발투수 자리였다. 홀로 고심을 거듭하던 정 감독은 강태원 투수코치와 최종 대화를 나눈 뒤 결단을 내렸다. 그런데 그 카드가 의외였다. 라인업 용지 마지막을 채운 선수는 바로 1학년 우완투수 심준석(16)이었기 때문이다.
정 감독은 “2학년과 3학년 중에서도 좋은 자원들이 많다. 그러나 오늘 구위로는 심준석이 가장 뛰어나다. 몇 이닝을 끌어줄지는 모르겠지만, 심준석이 앞에서 호투한다면 예상보다 쉽게 경기를 풀어나갈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고 투입 배경을 밝혔다.
우승까지 한 걸음을 남겨둔 상황에서 나온 예상 밖 전략은 적중했다. 심준석은 이날 6이닝 동안 104구를 던지며 4안타 3볼넷 12삼진 1실점 역투하고 13-6 승리의 발판을 마련했다. 시속 150㎞ 안팎의 묵직한 직구와 낙차 큰 110㎞대 커브로 세광고 타선을 잠재웠다.
이날 결승전을 포함해 덕수고가 치른 협회장기 6경기를 모두 나와 3승을 챙긴 심준석은 협회장기 우수투수상을 거머쥐며 고교 진학 후 첫 전국대회를 성공적으로 장식했다. 이번 대회 도중 스피드건으로 찍힌 직구 최고구속 153㎞와 14.2이닝 10안타 24삼진 2실점 평균자책점 1.20이라는 빼어난 성적과 함께였다.
경기 후 만난 심준석은 “사실 결승전을 앞두고 감독님께서 선발투수를 맡으라고 말씀하셔서 깜짝 놀랐다”고 멋쩍게 웃었다. 이어 “3학년 형들이 우승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해서 있는 힘껏 던졌다. 언제 내려갈지 모르는 만큼 전력투구했다. 더 솔직히 말하면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멋모르고 던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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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결승전은 타고난 신체조건(신장 193㎝·체중 98㎏)을 갖춘 2004년생 괴물투수의 등장을 알리는 쇼케이스와도 같았다. 경기 전만 하더라도 덕수고 3학년 우완투수 장재영과 내야수 나승엽을 향한 기대감이 컸지만, 플레이볼과 함께 가장 큰 주목을 끈 이는 심준석이었다.
어느 상황에서도 주눅 들지 않고 자기 공을 뿌리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심준석은 1회말 선두타자 한경수를 1루수 방면 내야안타로 출루시켰지만, 후속타자 류주열을 땅볼로 처리해 병살타를 유도했다. 자신의 앞으로 향한 타구를 침착하게 잡아낸 뒤 안정적인 송구로 유격수와 1루수로 이어지는 병살타를 엮어냈다. 그리고 연속 볼넷으로 몰린 2사 1·2루에선 최동준을 낙차 큰 커브로 요리하며 스탠딩 삼진 처리했다.
심준석은 “원래 커브와 슬라이더를 변화구로 사용하는데 오늘은 커브를 던지는 감각이 좋아 주무기로 썼다. 무엇보다 1회 2사 1·2루에서 삼진을 잡아낸 커브로 자신감을 얻게 됐다”고 미소를 지었다.
3회와 4회 역시 무실점으로 처리한 심준석의 하이라이트는 5회였다. 김정혁과 최준이, 한경수를 모두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최고구속 150㎞의 직구가 좌우 낮은 쪽으로 꽂혔고, 상대 타이밍을 빼앗는 커브마저 날카롭게 제구되면서 3연속 삼진을 만들어냈다.
이후 6회 볼넷과 안타 그리고 더블스틸 작전으로 1점을 내준 뒤 이날 투구를 마친 심준석은 “6회까지 던지면서 위기도 있었지만, 그때마다 형들이 ‘자신감 있게 네 공을 던져라’고 조언해줬다. 그래서 마지막까지 주눅 들지 않고 던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수원 한일초 3학년 시절 야구를 시작해 매향중을 거친 심준석은 고교 진학 과정에서 수원 지역 학교가 아닌 서울권 덕수고를 택했다.
이유를 묻자 심준석은 “덕수고라는 명문 학교에서 야구를 해보고 싶었다. 또, 장재영이라는 뛰어난 선배 밑에서 뛰어보고픈 마음도 있었다”면서 “(장)재영이 형을 보면서 많이 배우고 있다. 형이 가끔 ‘너는 나보다 더 크게 될 투수다’고 말해주시곤 하는데 그때마다 왠지 모를 힘을 받는다”고 웃었다.
이날 경기를 찾은 프로 스카우트들은 한목소리로 “이번 대회 최고 수확은 심준석이 아닐까 한다. 고교 입학 후 주말리그조차 뛰어보지 않은 1학년이 첫 전국대회에서 빛나는 호투를 펼쳤다. 이제 장재영과 나승엽이 졸업하면, 그 관심이 심준석을 향해 쏠리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심준석은 “아직 1학년으로서 부족한 점이 많다. 이제 겨우 첫 전국대회를 치른 만큼 앞으로 계속해서 단점을 보완하며 좋은 투수로 성장하고 싶다”고 조심스럽게 포부를 밝혔다.
스포티비뉴스=횡성, 고봉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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