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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연재] 인터풋볼 'Inter뷰'

[Inter뷰] '잠실 캉테' 곽성욱, "작아도 프로에서 살아남는 법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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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풋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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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풋볼=청평] 이현호 기자 = 상대적으로 작은 체격에도 불구하고 프로무대에서 존재감을 빛내는 미드필더 곽성욱(27, 서울이랜드)이 생존 비결을 들려줬다.

한국프로축구연맹에 등록된 곽성욱의 신체조건은 166cm. 66kg이다. 축구선수 평균 체격에 비하면 왜소하다. 하지만 그의 플레이는 누구보다 크고 우람차다. 그래서일까. 지난해 안산그리너스에서 뛰던 곽성욱은 올 시즌을 앞두고 서울이랜드FC 이적했다. 올해 새롭게 부임한 정정용 감독의 러브콜이 있었다. '인터풋볼'이 경기도 청평에 위치한 서울이랜드 클럽하우스에서 곽성욱을 만났다.

-정정용 감독과 연이 있었나

전혀 없었다. U-20 월드컵 때 TV로 보던 분이다. 작년에 안산에서 같이 뛰었던 황태현(21, 대구FC) 통해서 연락을 받았다. 마침 안산과의 계약이 끝나가던 시점이었다. 이랜드 와서 훌륭한 감독님, 코칭스태프로부터 배울 수 있어 영광이다.

-이랜드 생활 반년을 돌아보면

우리 팀에는 새로 온 선수도 많고 어려움을 겪었던 선수도 많다. 감독님, 코칭스태프께서 잘 도와주신다. 덕분에 선수단이 빠르게 응집됐다. 반년이 짧은 시간은 아니다. 선수들은 감독님이 원하는 철학을 거의 다 이해한 것 같다.

-훈련 중에 백패스를 하면 정정용 감독이 휘슬을 불더라.

감독님이 항상 "팬들은 백패스 보려고 경기장에 오는 게 아니다"라고 말씀하신다. 실패하더라도 계속 앞으로 도전하라고, 전방으로 공을 보내서 기회를 만들라고 강조하신다. 절대 포기하지 말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게 감독님의 뜻이다.

-전남 원정(2-1 승)에서 시즌 첫 골을 넣었다. 결승골로 이어졌다.

제가 골 넣기 전에 (장)윤호 슛이 거의 골로 들어가는 거였다. 골키퍼가 쳐낸 공이 운 좋게 제 앞으로 왔다. 안 뺏기려고 골키퍼를 제치고 골을 넣었다. 시즌 첫 골이라서 부모님을 향해 하트 세리머니를 했다. 골은 넣었지만 그날 경기력은 평소보다 안 좋았다. 특히 전반전에 스스로에게 실망스러웠다. 다행히 제 결승골로 팀에 도움을 주게 되어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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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 축구선수로는 왜소한 체격이다. 그럼에도 참 잘 뛴다.

어릴 때부터 저보다 큰 선수를 상대하는 게 당연했다. 지금도 당연하다. 그래서 근성이 강하다. 정신적으로 지지 않으려고 한다. 190cm정도 되는 선수들에게 지지 않으려면 악착같이 뛰어야 한다. 프로에서는 그렇게 해야 가치를 인정받는다.

-소개해줄 에피소드가 있나.

작년에 제가 뛰었던 안산-아산 경기를 담당했던 심판이 제 지인에게 이런 말을 했다. 그분은 키가 작고 왜소해서 어렸을 때 축구를 그만뒀다더라. 하지만 제가 프로에서 잘 뛰는 걸 보고 마음이 뭉클했다고 한다. 작고 왜소한 선수들에게 제가 큰 힘이 되길 바란다고 전해 들었다. 저에게는 정말 기쁜 말이었다. 뜻밖의 이야기를 들어서 그날 일기장에 적었다.

-어릴 적 어떤 선수의 영상을 찾아보며 성장했나.

아무래도 포지션도 겹치고 피지컬도 작은 사비 에르난데스(170cm), 안드레 이니에스타(170cm) 영상을 많이 봤다. 이 선수들은 공이 없을 때에도 계속해서 주변을 살핀다. 상황 변화를 빠르게 인식한다. 왜소한 체격에도 세계적인 무대에서 살아남는 이유가 있다. 우리 팀 외국인선수 레안드로, 아르시치가 저를 사비라고 부른다. 과분하지만 기쁘게 생각한다.

-플레이를 보면 은골로 캉테(168cm, 첼시)도 떠오른다.

캉테 이야기도 많이 들었다. 독하게 뛰어서 독사 같다고 하더라. 그저 공이 있는 곳을 쫓다보니 얻게 된 별명들이다. 제 장점들을 살려야 단점이 감춰진다. 저와 비슷한 체격의 선수가 있으면 계속해서 보고 배우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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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비, 캉테, 이니에스타(왼쪽부터).-왜소한 체격으로 고민하는 어린 선수들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더 성공해서 말하고 싶다.(웃음) 저는 여전히 프로에서 살아남으려고 발버둥치는 선수다. 노력과 성실함이 중요하다. 그동안 능력 있는 선수들을 많이 봤다. 하지만 자기관리, 정신력에서 성공과 실패로 나뉘는 경우가 많았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품고 끊임없이 노력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계속 발전해야 한다.

-독서와 일기쓰기를 즐긴다고 하던데.

학창시절에는 좋아하지 않았다. 성인이 되고나서 책을 즐겨 읽는다. 숙소로 오는 택배 대부분이 책이다. 훈련 전후나 원정가는 팀 버스에서 책을 읽는다. 주로 에세이, 자기계발서를 본다. 최근에 읽은 건 조던 피터슨의 <12가지 인생의 법칙>이다. 좋은 말들이 많다. 메모장에 따로 적어두고 힘들 때마다 꺼내서 본다. 제 휴대폰 사진첩에도 명언이나 글귀 포스터가 많다. 힘들 때 다시 보려고 찍어둔다.

-일기는 언제부터 썼나.

작년에 안산에서 붙어 다녔던 장혁진(30, 경남FC) 형이 매일 일기를 썼다. 옆에서 가만히 있기 뻘쭘해 저도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인상 깊은 훈련 같은 걸 기억해두고 싶어서 일기에 메모한다. 나중에 지도자가 되면 가르쳐주고 싶다. 책에서 본 글귀도 옮겨 적는다.

-좋아하는 글귀가 있다면

'경쟁(competition)'이라는 말이 라틴어(competītiō)에서 왔다고 한다. 다 같이 함께 성장하자는 의미다. 상대를 꺾는 게 아니라 모두가 좋은 방향으로 발전하는 게 경쟁이다. 지금 이랜드에서는 선의의 경쟁이 잘 이뤄지고 있다. 따로 적어둔 건 아닌데 말하다보니 바로 생각났다.

-그 경쟁을 통해 이랜드에서 이루고 싶은 목표는.

감독님께서 항상 "경기장에 오시는 팬들을 즐겁게 해주는 축구를 하라"고 하신다. 공격적인 축구, 색깔이 있는 축구를 통해 팬들에게 즐거움을 드리고 싶다. 이에 더해 이랜드의 K리그1 승격과 플레이오프 진출에 보탬을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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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서울이랜드FC, 한국프로축구연맹,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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