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세상을 떠난 전 프로배구선수 고(故) 고유민의 생전 마지막 인터뷰가 공개됐다. 영상에서 고유민은 악성 댓글과 자괴감 등으로 인한 스트레스 등 마음의 짐을 털어놓았다.
유튜브 채널 ‘스포카도’는 지난 3일 오후 고유민과 스포츠 멘탈 코치와의 상담 영상을 공개했다. 해당 영상은 지난 12일 경기도 광주 소재의 스튜디오에서 촬영한 것이다.
스포카도 관계자는 “이 영상을 공개하기까지 많은 고민을 했다”면서 “유족 측과 이야기를 나눴고, 내부적으로 많은 회의를 하며 검토를 했다. 유족 측에서도 공개를 원했고, 악플로 인해 고통 받는 선수들이 다시는 없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고유민은 인터뷰에서 “원래 공격형 레프트였는데, 손등 수술하고 발등이 안 좋아지면서 운동능력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밑에서는 점점 치고 올라와서 힘들었다”고 돌아봤다.
고유민은 선수 시절 악플 때문에 받은 고통을 고백했다. 고유민은 “악플러들이 ‘네가 배구선수냐’, ‘내가 발로 해도 너보다 잘하겠다’ 같은 말을 했다”며 “나는 레프트를 14년 동안 했다. 맨날 해도 욕을 먹는데, 노력해보지 않은 포지션인 리베로로 가서 왜 욕을 먹는지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이 정도면 넘어가줄 수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했다”고 토로했다.
이어 고유민은 “계속 시달리다보니 다음 경기에 대한 부담감이 컸다 감독님께 리베로를 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감독님도 이해하시고 다른 선수를 리베로로 투입했다. 그런데 그 선수가 내가 6년을 해도 못해본 수훈선수에 곧바로 선정됐다”고 말하며 눈물을 흘렸다.
고유민은 “기분이 안 좋은데도 팀이 이겨서 좋은 척을 해야 했다. 그럴 때 ‘나는 왜 이렇게 성격이 못됐나’ 같은 생각을 하기도 했다. 이때까지 운동한 게 허탈했다”며 자괴감에 시달렸다고도 고백했다.
배구를 그만둔 이유에 대해 고유민은 “운동도 경기도 나가기 싫었고, 아무것도 하기 싫었다. 우리 팀 팬들이 ‘쟤 때문에 우승 못할 것 같다’고 쳐다보는 느낌이었다. 다 내가 잘못한 것 같았다. 마음도 그렇고, 다 어긋나 있었다. 누가 말을 걸어도 듣기 싫었다”고 괴로움을 털어놨다.
또 은퇴 후에도 악플에 시달렸다며 “어떤 사람이 SNS에서 ‘돈 떨어졌다고 배구판으로 돌아오려고 하지 마라’고 하더라”며 “다시 복귀하려하면 그 이슈 때문에 얼마나 욕먹을까 싶었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고유민은 스스로에게 “애쓰고 있다. 운동 그만두고 잘 사는 척하고 있는 거, 아무렇지도 않은 척하고 있는 거, 그만 애썼으면 좋겠다”고 말하며 속마음을 내비쳤다.
고유민은 대구여고 재학 시절이던 2013년 주공격수로 활약하며 팀을 전국대회 우승으로 이끌어 주목받았다. 이후 드래프트 1라운드에서 현대건설에 지명되며 프로에 데뷔했고, 레프트와 라이트, 리베로 등을 오가며 뛰었다.
그러나 이후 부진에 빠진 고유민은 결국 지난 5월 임의탈퇴로 팀을 떠났고, 지난 1일 오후 9시 40분경 광주시 오포읍의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외부인의 침입을 비롯한 범죄 혐의점이 없는 점으로 미루어 고유민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최승우 온라인 뉴스 기자 loonytuna@segye.com
사진=‘스포카도’ 유튜브 채널 영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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