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든 과정 거쳐 서울 복귀 기성용
“잠시 불안했지만 의욕 되찾았다”
단짝 이청용과 맞대결 등 관심 커
팀·리그 간판 선수로 활약 기대
기성용이 FC서울 복귀 기자회견에서 유니폼에 적힌 이름과 등번호를 가리키고 있다. 김민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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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me to work Ki(성용아, 이제 뛸 시간이야)’. 기성용(31)은 16일 소셜미디어에 짧은 이 한 문장을 남겼다. 프로축구 FC서울 입단 협상이 막바지를 향하던 시점이다. 반가운 소식을 예감한 팬들이 뜨겁게 반응했다. ‘기성용이 K리그 복귀를 암시했다’는 기사가 쏟아졌다.
기성용의 글을 곱씹어보다가 배경 사진에서 눈길이 멈춰섰다. 뉴캐슬 유나이티드(잉글랜드) 소속이던 지난해 4월 리버풀전 장면. 기성용은 상대 공격수 모하메드 살라(28·이집트)를 수비하던 자신의 모습에 ‘벌써 일 년. 시간 빠르다’는 설명을 곁들였다. 소셜미디어 게시물의 글자 한 자, 사진 한장에도 의미를 꾹꾹 눌러 담는 그의 스타일을 잘 알기에 리버풀전 사진을 굳이 고른 이유가 궁금했다.
궁금증은 22일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서울 입단 기자회견에서 풀렸다. 취재진 앞에 밝은 얼굴로 선 기성용은 “내가 공식경기에서 풀타임을 소화한 게, 지난해 4월 리버풀전이 마지막이었다. 제대로 뛰지 못한 1년여 동안 차분히 나 자신을 돌아봤다. 잠시 불안했지만, 이제는 자신감과 의욕을 되찾았다”고 말했다. ‘일할 시간’이라는 짧은 메시지 이면에 ‘프리미어리그 경기를 풀타임으로 소화하던 톱클래스 미드필더로 돌아가겠다’는 의지를 녹여 넣은 것이었다.
K리그로 돌아오기까지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1월 뉴캐슬과 계약이 끝난 뒤 국내 복귀를 추진했지만, 우선 협상 대상자인 서울의 반응이 신통치 않았다. 전북 현대 등 다른 팀 이적도 고려했지만, 서울에 지불해야 할 위약금(26억원)이 발목을 잡았다. 기대와 다른 상황 전개에 마음 상한 기성용은 마요르카(스페인)와 6개월 단기 계약을 맺고 한국 땅을 떠났다.
반년이 흘렀고 상황은 달라졌다. 시즌 개막 전 우승권으로 손꼽혔던 서울은 부진을 거듭하며 강등권으로 떨어졌다. 12경기를 치른 현재, 서울은 3승1무8패, 12개 팀 중 11위다. 8패를 당한 팀은 서울과 최하위 인천(4무8패) 뿐이다.
팀 분위기를 추스를 리더가 필요했던 서울은 다시 K리그 문을 두드린 기성용을 향해 적극적으로 손을 내밀었다. 계약 기간(3년 6개월)과 팀 내 국내 선수 최고 연봉(8억원·추정)은 선수 쪽 의사를 적극적으로 반영한 결과라고 한다. 기성용은 “경기장 안팎에서 팀을 위해 희생하다 보면 나 자신과 팀 모두 자연스럽게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할 것으로 믿는다”고 각오를 다졌다.
우여곡절 끝에 ‘K리그 유턴’을 선택한 기성용에게 기대할 게 많다. 무엇보다 수준 높은 경기력으로 ‘역시나’라는 감탄사를 끌어내야 하겠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한국 축구 최고 스타답게 이야깃거리가 한정된 K리그에 풍성한 스토리를 덧입혀줄 것으로 기대한다. 앞서 유럽 생활을 접고 울산 현대에 안착한 ‘단짝’ 이청용(32)과 맞대결(다음 달 30일 울산-서울전)은 벌써 K리그 ‘킬러 콘텐트’로 주목받는다. 배우자(탤런트 한혜진)와 함께할 ‘한국판 베컴 부부’의 삶에도 큰 관심이 쏠린다.
20대 초반 한국을 떠났던 톱 클래스 선수가 30대가 되어 돌아왔다. 그 사이 세계 톱 클래스 선수들과도 어깨를 나란히 했다. 또 태극마크를 달았을 때는 주장으로서 국민의 자긍심을 한껏 세워줬다. 팬도, 미디어도 돌아온 기성용에 대한 기대가 크다. 팀의, 리그 전체의 ‘얼굴’로서 활약해주기를 바란다. Time to work, Ki!
송지훈 축구팀장 mil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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