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감독조합·웨이브·MBC 합작, 극장개봉의 압박 벗어나려는 실험
한국영화감독조합이 지상파 OTT 서비스 웨이브·MBC와 손잡고 '한국형 SF'에 도전한다. 10일 웨이브에서 공개되는 'SF8'이다. 8명의 영화감독이 각각 50분짜리 콘텐츠를 제작했다. OTT에 선(先)공개된 콘텐츠들을 8월 중 MBC에서 드라마처럼 차례로 방영할 예정. 영화와 방송, OTT 플랫폼의 경계를 허물겠다는 시도다.
‘SF8’ 프로젝트 중 이윤정 감독이 연출한 ‘우주인 조안’의 한 장면. /웨이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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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내의 모든 것' 등을 연출한 민규동 감독이 총괄 기획하고,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의 장철수 감독,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의 안국진 감독 등이 뜻을 모았다. 각각의 작품들은 인공지능(AI)·증강현실(AR)·가상현실(VR) 등 미래적 주제를 담고 있다. 제작진은 "SF는 서구의 독점 장르란 인식이 있다. 미개척의 영역을 열고 싶었다"고 했다.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에 대한 콘텐츠 제작자들의 위기감이 반영됐다. 민 감독은 8일 제작보고회에서 "극장의 변화, 영화 감상 환경의 변화 때문에 영화가 기존 방식으로만 소비되지 않을 거라는 굉장한 두려움을 안고 있다"면서 "극장 개봉이 주는 큰 자본의 압박에서 벗어나 원하는 대로 만들었다. 새로운 길에서 새로운 관객을 만나는 시도"라고 했다.
'영화와 드라마의 크로스오버'라는 기획 의도대로 콘텐츠 간 경계를 허물 수 있을지가 관건. 단편영화 형식이 지상파 TV 시청자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도 미지수다. 민 감독은 본지에 "드라마를 한다는 생각보다는 새로운 영화를 다양한 창구를 통해 선보인다는 마음으로 접근했다"고 말했다. SF 영화의 완성도를 결정짓는 시각·미술 효과 구현도 숙제로 남는다.
'SF 앤솔러지'(모음)란 형식은 국내에서도 인기를 끈 영국의 SF 시리즈 '블랙미러'를 떠올리게 한다. '블랙미러'는 과학기술의 발달이 불러온 디스토피아(역유토피아) 세계를 그린 드라마다. 민 감독은 "형식에서 영감을 받았지만, '블랙미러'처럼 하나의 세계관으로 묶이진 않는다. 각자의 화두를 가지고 표현했다"고 말했다.
[손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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