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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1 (토)

이슈 故최숙현 선수 사망사건

[단독]'스포츠윤리센터'가 뭐라고…문제 고치려다 최숙현 죽음으로 내몰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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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제공 | 문화체육관광부


[스포츠서울 이용수기자] 행정 당국의 치적 쌓기로 생긴 업무 공백이 트라이애슬론(철인3종) 유망주 고(故) 최숙현을 죽음으로 내몰았다는 정황이 드러났다.

2일 체육계 사정에 밝은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4월 8일 대한체육회 클린스포츠센터에서 고 최숙현의 사건을 접수한 뒤 경찰출신 조사관이 직권 조사에 나섰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를 비롯해 피해자와도 연락이 잘 닿지 않아 사건 조사가 차일피일 미뤄졌다. 이 과정에서 지난 2월 경찰에 고소한 경주시청 감독, 팀 닥터, 선배 2명 중 팀 닥터는 체육회 등록된 관계자가 아니라서 처벌이 힘들다는 것을 확인했다.

팀 닥터는 감독이 개인적으로 고용한 인물이기에 제대로 된 처벌을 할 수 없었던 것이다. 게다가 팀 닥터에 대한 물적 증거만 확보했던 고 최숙현은 검찰과 경찰이 수사해도 증거불충분으로 가해자들이 벌금형 등 가벼운 처벌에 그칠 것이라는 사실에 크게 실망한 것으로 보인다. 체육계 사정에 밝은 관계자는 “신고 접수해도 한 달 넘게 진행이 안 되고, 경찰에서도 연락이 가는데 가해자들이 떳떳하게 반응을 하다보니 피해자는 마음고생이 심했다”며 “가해자들이 ‘우리는 해봤자. 벌금형이다’라고 하니깐 고인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 같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스포츠 행정 당국의 욕심만 아니었다면 최숙현은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않을 수도 있어 씁쓸함을 지울 수 없다. 클린스포츠센터에서는 신고 내용 접수 뒤 조사에 나섰지만 인력 부족으로 제대로 진행할 수 없는 처지였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내달 ‘스포츠윤리센터’ 개소를 위해 클린스포츠센터의 업무를 이전하면서 인원을 감축한 탓에 정상적인 업무가 힘들었다.

‘스포츠윤리센터’는 ▲체육계 비리 및 인권침해 신고접수 및 조사 ▲인권침해 피해자 지원(상담, 심리, 법률 지원 및 관계기관 연계) ▲스포츠 비리 및 인권침해 실태조사 ▲예방 교육·홍보 등의 기능을 수행할 예정이다. 이 관계자는 “상담사가 일부 퇴사하고 재채용되지 않고 업무 공백까지 생길 때 최숙현 선수의 사건이 접수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게다가 스포츠윤리센터 개소와 관련한 과정에서 최숙현 사건을 담당한 관계자는 다른 부서로 자리를 옮기기도 했다.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고, 피해자를 엄벌해야 할 과정이 더디게 진행될 수밖에 없던 것이다.

클린스포츠센터의 업무 공백이 결국 최악의 상황을 만든 것이다. 비극을 막기 위해 세워진 기관이지만 스포츠 행정 당국의 또 다른 치적 쌓기에 신경 쓰느라 정작 혜택을 받아야 할 피해자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됐다. 가정이지만 클린스포츠센터에서 사건 접수 후 대한체육회가 먼저 나서서 가해자들을 직무 정지시키는 등 문제 해결에 앞장섰다면 이번 비극은 일어나지 않았을 수도 있다.

최숙현 사망과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도 관심을 보이며 2일 최윤희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에게 직접 스포츠 인권 강화를 강력 지시했다. 문체부도 곧장 후속조치에 나서 대한체육회 자체 조사와는 별도로 최윤희 제2차관을 단장으로 하는 특별조사단을 구성하기로 했다. 문체부 관계자는 “사안의 경위를 철저히 파악해 문제가 드러난 관련자에 대해서는 엄중 문책할 예정이다”라고 발표했다. 과연 전후사정상 이번 사건과 전혀 무관하다고 볼 수 없는 문체부가 어떤 결론을 도출해낼까.
purin@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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