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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0 (금)

[SW인터뷰] ‘쾌조의 페이스’ 롯데 구승민 “숫자 대신, 공에 집중할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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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



[스포츠월드=이혜진 기자] “한 구 한 구 던질 때마다 재밌고 또 행복해요.”

구승민의 5월은 뜨거웠다. 달라진 롯데 뒷문을 가능케 한 주인공 가운데 한 명이다. 12경기에서 2승 4홀드 평균자책점 0.73을 기록했다. 12⅓이닝을 소화하는 동안 실점은 단 1점에 불과했다. 이 기간 WHIP(이닝당 출루허용률)은 0.41에 불과했고, 볼넷 대비 삼진 비율(삼진/볼넷)은 10.00에 달했다. 그 어느 때보다 힘찬 출발을 선보이고 있지만 정작 본인은 차분했다. “좋은 투수들과 함께하다보니 다함께 시너지효과가 나는 것 같다”고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보고 있어도 또 보고 싶을 것만 같은 기록. 그러나 구승민은 머릿속에서 숫자를 지웠다. 지난 경험들이 밑거름이 됐다. 구승민은 “성적이 잘 나오고 있는 것은 분명 감사한 일”이라면서도 “어느 순간 숫자에 갇힌 듯했다. 좋으면 지키고 싶은 마음에, 나쁘면 만회하고 싶은 생각에 쫓기는 기분이 들더라”고 말했다. 단순해지는 과정이기도 했다. 구승민은 “많은 것들을 신경 쓰는 대신 당장 눈앞의 타자와 어떻게 승부를 가져갈 지만 고민하려 한다”고 밝혔다.

준비하는 과정도 마찬가지였다. 다양한 것들을 시도하기보다는 장점을 극대화시키는 데 초점을 맞췄다. “맞더라도 내 공을 던지고 오자”고 마음먹었다. 그래서일까. 구종이나 구속 변화는 크지 않음에도 구위가 한층 묵직해졌다. 지난 시즌에 비해 직구가 날카로워진(피안타율 0.407→0.111)것은 물론 주무기인 포크볼의 위력 또한 업그레이드됐다. 유인구로도, 카운트를 잡는 용으로도 자유자재로 활용 중이다. 구승민은 “코치님과 많은 이야기를 나눈 것이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지난 시즌은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는 시기였다. 그 어느 때보다 많은 기대 속에 시즌을 시작했지만 밸런스가 잘 맞지 않았고, 9월엔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까지 받았다. 비교적 가벼운 수술이라고 해도 본인이 느끼는 감정은 또 다를 터. 구승민은 “수술 후 일정 시간 강제로 야구공과 멀어졌어야 했는데, 야구가 얼마나 소중한 지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야수들이 캐치볼 하는 것만 봐도 부럽더라”고 회상했다. 다행히 재활 과정은 무리 없이 잘 이겨냈다.

“행복합니다.”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나가는 구승민이다. 청원고, 홍익대를 졸업한 구승민은 2013년 6라운드(전체 52순위)로 롯데 유니폼을 입었다.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것은 2018시즌부터로, 64경기에 나서 7승4패 14홀드 평균자책점 3.67을 마크했다. 구승민은 “나는 처음부터 많은 기회를 받았던 선수가 아니다. 2~3주 동안 1군에 있어도 경기에 잘 못나갈 때도 있었고, 1경기만 던지고 2군으로 내려갈 때도 많았다”면서 “지금 이 자리가 얼마나 소중한 지 정말 잘 알고 있다. 한 구 한 구 던질 때마다 재밌고 또 행복하다”고 웃었다.

hjlee@sportsworldi.com

사진=롯데 자이언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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