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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5 (수)

우유 배달하면서도 야구를 잊지 않았다, 포기를 모르는 남자 조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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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조용호 규정타석 채우며

타율 2위, 출루율 1위

부상으로 인고의 시간 보내다

올 시즌 기량 꽃 피워

조선일보

이를 악물고 달리는 조용호. 현재 타율 2위, 출루율 1위에 오른 조용호는 정교한 타격 실력 뿐만 아니라 근성으로 유명하다. / 정재근 스포츠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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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호(31·KT)가 규정 타석을 채우자 올 시즌 KBO리그 타격 순위가 요동쳤다. 조용호는 현재 리그에서 출루율 1위(0.507), 타율 2위(0.424)에 올라있다. 타점은 9개다.

깜짝 맹활약이다. 조용호는 시즌 초반만 해도 백업 외야수였다. 그런데 주어진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8일 잠실 두산전에서 대타로 등장해 안타를 신고했고, 10일 두산전에선 7회초 배정대의 대타로 나와 타점을 기록하는 등 3타수 3안타를 쳤다. 12일 NC전에서도 대타로 출전해 안타를 쳤다. 올 시즌 대타로 나와 7타수 4안타의 맹타를 휘두르자 이강철 감독도 조용호를 주전으로 기용하기 시작했다.

조용호는 17일 수원 삼성전에서 지명타자로 선발 출장했다. 이날 삼성전을 시작으로 5경기 동안 19타수 10안타를 몰아치며 주전을 굳혔다. 이후에도 꾸준히 안타를 치고 있다.

조용호는 특히 찬스에 강하다. 득점권 타율은 0.526으로 전체 3위다.

‘눈 야구’도 인상적이다. 안타를 25개 치는 동안 볼넷도 10개를 얻어냈다. 반면 삼진은 6개만 당했다. 볼넷/삼진 비율에서도 1.67로 전체 6위다. 그 결과는 출루율 1위란 기록으로 나타나고 있다.

올 시즌 꽃을 피운 조용호는 멀리 돌아 여기까지 왔다. 야구 인생은 좌절의 연속이었다. 조용호는 단국대 4학년 시절 오른쪽 발목 인대가 끊어지는 큰 부상으로 거의 1년간 누워만 있었다. 수비력이 뛰어난 내야수였던 그는 그 부상으로 외야수로 전향했다.

프로의 지명을 받지 못한 조용호는 독립 야구단인 고양 원더스에 입단했지만, 발목 부상이 재발하면서 이내 유니폼을 벗었다. 그리곤 2012년 병역 의무를 이행하기 위해 사회복무요원 생활을 시작했다. 사회복무요원을 하면서 근무지의 허락을 받고 신문·우유 배달, 피자 배달, 중국집 주방 아르바이트를 닥치는 대로 했다. 먹고 살기 위해서였다.

그래도 야구의 꿈을 버리지 않고 계속 문을 두드린 결과 2014년 SK에 육성 선수로 입단했다. 이듬해엔 정식 계약을 맺었고, 2017년에는 1군 출전의 꿈도 이뤘다. 그는 “야구를 시작하고 가장 열심히 노력한 시간이었다”고 했다. 그해 69경기에 나서 타율 0.272, 52안타 10타점 11도루로 활약했다.

2018년엔 KT로 둥지를 옮겼다. 작년 3월 아들이 태어났고, 6월 강백호의 부상 이후 그 공백을 잘 메우며 주목을 받았다. 지난 시즌 기록은 타율 0.293, 55안타 19타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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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시타를 때려내고 세리머니를 하는 조용호. / 허상욱 스포츠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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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 역시 강백호가 부상으로 빠져 있는 상황에서 조용호는 정교한 타격으로 팀 공격에 보탬이 되고 있다. 아직 프로 무대에서 홈런을 기록하지는 못할 만큼 장타력은 떨어지는 편이지만 어떻게든 1루에 나가 기회를 만드는 능력이 탁월하다. 170cm, 75kg으로 크지 않은 체격에도 꾸준히 땀을 흘려온 결과 KBO리그에서 알아주는 교타자로 성장했다.

KT는 올 시즌 불펜 난조로 고전하며 7위(10승13패)에 머물러 있다. 하지만 타선은 올 시즌 조용호와 배정대가 새로운 스타로 떠오르며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다. 조용호가 6월 대반격을 노리는 KT에 어떤 힘을 실어줄지 관심을 끈다.

[장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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