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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땜빵이라고? 아냐, 난 LG의 슈퍼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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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김용의, 31일 KIA전서 1타점 3루타

올 시즌 주로 대타나 대주자, 대수비로 활약

류 감독 "팀에 꼭 필요한 소금 같은 존재"

“저 장가 가야 하니까 사진 잘 좀 찍어주세요.”

지난달 LG 자체 청백전에 앞서 잠실야구장에서 만난 김용의(35)는 유난히 사진 촬영에 신경을 쓰는 모습이었다. “가뜩이나 말랐는데 불쌍하게 나오면 안 된다”며 취재진에게 잘 찍어 달라고 거듭 요청했다. 그런 그가 야구 얘기를 할 때는 눈빛이 달라졌다.

“저는 백업이잖아요. 정규시즌 개막일에 맞춰 나름대로 계획을 짜고 실천할 주전 선수들과 달리 백업 야수들은 지금 뭔가를 보여주지 못하면 유니폼을 벗어야 해요. 유망주들이야 다음 기회가 있겠지만, 전 다르죠. 지금 눈도장을 찍지 않으면 아웃이에요. 청백전에서도 팀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걸 어필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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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의는 올 시즌 1루수를 비롯해 3루수, 외야수 등 포지션을 가리지 않고 뛰고 있다. / 최문영 스포츠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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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마음가짐대로 김용의는 올 시즌 이 없이 잇몸으로 버텨야 하는 상황이 생기면 어김없이 그라운드에 나타난다. 31일 LG-KIA전에서 올 시즌 홈런 10개를 기록 중인 4번 타자 로베르토 라모스가 3회말 수비 도중 KIA 최형우와 부딪치며 교체됐다. 라모스 대신 1루수 미트를 낀 이는 ‘슈퍼서브’ 김용의였다.

김용의는 5-4로 아슬아슬하게 앞선 5회초 무사 2루 상황에서 우중간을 가르는 3루타로 채은성을 홈으로 불러들였다. 6-4로 달아나는 알토란 같은 타점이었다. 김용의는 홍창기의 1루 땅볼 때 홈을 밟으며 7-4를 만들었다.

김용의의 올 시즌 기록은 타율 0.375, 6안타 3득점 4타점 2도루. 선발로는 딱 한 번 나왔고, 교체로 15경기에 나섰다. 1루수로 12경기, 3루수로 2경기, 중견수와 좌익수로 각각 1경기를 소화했다. 더그아웃에 대기하고 있다가 필요할 때 대타나 대주자, 대수비로 나서는 탓에 경기 리듬을 찾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쏠쏠한 활약을 해주고 있다. 류중일 LG 감독은 김용의를 두고 “소금 같은 존재”라고 칭찬한다.

지난 10일 NC전에선 라모스의 대주자로 나와 정근우의 타석 때 폭투를 틈타 3루를 훔쳤다. 1타수 1안타 1도루 1득점으로 팀 승리에 기여했다. 13일 SK전에선 박용택의 대타로 나서 안타를 때렸다. 16일 키움전에서는 백승현의 타석에서 대타로 나와 절묘한 번트 안타로 1타점을 올렸다. 올 시즌 대타 성적은 2타수 2안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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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KIA전에서 3루타를 때려내는 김용의의 모습.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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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의는 오랜 시간 백업 멤버로 활약했다. 2017시즌부터 따지면 선발로 126경기, 교체로 178경기에 나섰다. 김용의는 “그라운드에 나가 있는 시간보다 더그아웃에서 경기를 관찰하는 시간이 길다보니 게임을 전체적으로 보는 눈이 좋아진 것 같다. 나중에 지도자 생활을 하게 되면 이 시간이 큰 자양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록 선발이 아니더라도 묵묵히 제 역할을 다하기에 김용의는 LG 팬들의 큰 사랑을 받고 있다. 별명은 또치. 의장대 출신으로 호리호리한 체격이 아기공룡 둘리에 나오는 타조 또치를 닮았다고 해서 붙은 별명이다. 31일 KIA전에선 라모스를 대신해 나와 3루타를 치자 팬들은 ‘또모스(또치+라모스)’라는 새 별명을 만들기도 했다.

기꺼이 조연을 자처하는 김용의는 “1군에서 경기를 하는 것 자체가 감사하다”고 했다. 올 시즌 목표는 당연히 우승이다. 그는 “개인 기록은 신경 쓰지 않는다. 그걸 따질 상황도 아니다”라며 “무조건 팀이 잘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장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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