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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식의 야구노트] 강정호, 시장의 징계가 아직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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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운전 3회 적발에 1년 경징계

KBO규정 소급 적용하지 못한 탓

연봉 기부 흘렸지만 여론은 싸늘

구단들 실제 영입 여부는 물음표

중앙일보

2016년 음주 뺑소니 사고를 저지른 강정호가 2017년 항소심 공판에 출석한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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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야구위원회(KBO) 상벌위원회가 강정호(33)의 음주운전 징계 문제를 논의한 25일 서울 도곡동 야구회관. 강정호의 법률 대리인 김선웅 변호사(전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 사무총장)는 “규약과 법 원칙 등을 고려해 합리적인 판단을 해달라고 부탁했다. 상벌위원장이 법조인(최원현 변호사)”이라고 말했다.

결과는 1년간 유기 실격 및 봉사활동 300시간이었다. 이로써 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던 그는 이르면 내년 KBO리그에서 뛸 수 있다.

곧바로 강정호의 에이전시 리코 스포츠는 사과문을 언론사에 발송했다. 사과문에 강정호는 “야구를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해보고 싶다. 잘못을 갚고, 누구보다 열심히 봉사하겠다”고 적었다. 여러 전문가가 나서서 이성(법리)을 설득하고, 감성(봉사)을 자극했다. 매우 유기적인 대처였다.

강정호가 음주운전으로 적발된 건 2016년 12월이다. 당시 그는 메이저리그(MLB) 피츠버그 소속이었다. 이 사건으로 인해 넥센(현 키움)에서 뛸 때의 두 차례 음주운전 적발(2009, 11년) 사실이 알려졌다. 그가 한국에서 뛰려면 법원 판결과 별개로 KBO의 징계를 받아야 한다. KBO 규약 제151조 품위손상행위에 관한 제재 규정에 따르면, 음주운전 3회 이상 적발 선수는 3년 이상의 유기 실격 처분이 내려진다. 다만 이는 2018년 개정, 강화된 조항이어서 강정호에게는 적용되지 않았다.

길기범 변호사(법률사무소 로진)는 “강정호 징계는 법률 불소급이라는 헌법 원칙을 따른 것으로 보인다. KBO는 사단법인이지만, 헌법 원칙에 어긋난 징계를 내릴 수 없다. 선수에게 불리한 징계를 내리면 소송을 피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범죄는 행위 시의 법률에 의해서만 처벌되고, 소급되지 않는다는 점을 강정호 측이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앞서 강정호는 개인 자격으로 임의탈퇴 복귀 신청서를 제출했다. 원소속구단(키움)에게 부담을 주지 않고, 개인 힘으로 징계를 최소한 것이다. 예상보다 낮은 징계가 내려지자, 일부 팬은 ‘강정호를 프로야구에서 퇴출해 달라’고 청와대에 국민청원까지 하고 있다.

KBO의 중징계는 용케 피했지만, 강정호는 시장의 평가를 다시 받아야 한다. 경기력이 아니라, KBO리그의 구성원으로서 자격이 있는지에 대한 문제다. 특히 세 번째 음주운전 적발 때는 뺑소니 및 운전자 바꿔치기까지 저질렀다.

공은 키움 구단에 넘어갔다. 가뜩이나 키움은 각종 사고로 시끄러운 팀이다. 키움에는 KBO가 정금조 클린베이스볼센터장이 투명경영관리인으로 파견돼 있다. 그런 키움이 강정호를 끌어안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다른 시나리오는 키움이 강정호와 계약한 뒤 트레이드하는 것이다. 사나운 여론을 고려하면 다른 구단도 강정호가 부담스럽긴 마찬가지다.

법리 싸움에서 이긴 강정호에게 필요한 건 여론전 승리다. 이미 강정호 측은 움직이기 시작했다. 26일 몇몇 매체를 통해 ‘강정호가 국내 팀과 계약하면 연봉을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계획을 반성문에 담았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그의 사과에 진정성이 있는지 잘 모르겠다. 기부 의사가 있었다면, MLB에서 연봉을 받으면서도 할 수 있었다. 사고는 서울에서 쳤기 때문이다.

2017년 프랭크 쿠넬리 피츠버그 사장은 “강정호에게 두 차례 음주운전 경력이 있는 걸 알았다면 아마 영입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피츠버그는 2년 뒤 그를 재영입했다. 기량이 전과 같지 않다는 걸 확인하자 미련 없이 방출했다. KBO리그에도 이런 구단이 있을까. 머지않아 알게 될 것이다. 얼마가 됐던 강정호에게 ‘시장의 징계’는 필요해 보인다.

김식 야구팀장 see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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