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걱정으로 입장 바뀐 대구FC
16일 홈 개막전 앞두고 준비 한창
관중 많은 구단 무관중 더 아쉬워
협력·배려·인내없이 상황 안 끝나
1만2000여 DGB대구은행파크 관중석을 채운 지난해 6월 K리그1 대구FC-FC서울 경기. 이번 시즌은 무관중 경기 중이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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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서울에 코로나 때문에 난리가 났다 쿠데. 마, 대구는 인자 숨 좀 쉬는데.”
두 달 만에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12일 대구에서 만난 조광래(66) 대구FC 대표이사는 마주 앉자마자 서울 분위기부터 물었다. 구단 프런트도 “이태원 클럽에서 퍼진 바이러스 때문에 대구 사람들이 요즘 서울 걱정을 많이 한다”며 거들었다.
두 달 전만 해도 상황은 정반대였다. 3월 중순 조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대구에 내려가서 인터뷰 좀 하고 싶다”고 말하자, 수화기 너머로 새어 나오던 그의 한숨 소리가 똑똑히 기억난다. 당시 그는 “여긴 당분간 오지 않는 게 좋겠다. 언젠가 코로나가 잠잠해지면 그때 보자”며 전화를 끊었다.
대구FC는 K리그 팀 가운데 가장 힘든 봄을 보낸 팀이다. 올 초 대구-경북 지역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급속히 확산하면서, 선수단은 자의 반 타의 반 클럽하우스에 갇힌 채 사실상의 자가격리 생활을 했다. 프런트도 마찬가지다. 다른 지역 출장을 최소화하는 등 두문불출했다. 조 대표는 “1월에 중국 쿤밍에서 진행한 전지훈련을 조기 종료하고 돌아온 이후로는 줄곧 대구에만 머물렀다. ‘혹시나’하는 마음에 K리그 개막 전까지 단 한 번도 서울에 다녀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5월의 대구는 달랐다. 가는 곳마다 사람과 자동차로 넘쳐났고, 활기가 가득했다. 거리에서 마주치는 시민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마스크를 쓰(거나 걸치)고 있었다. 택시기사 신태용 씨는 “코로나를 극복한 건 대구시민들이 정부 방역 지침을 철저히 따랐기 때문이다. 한때 우울한 분위기로 가득하던 때도 있었지만, 이젠 비로소 도시가 제대로 돌아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둘러본 장소 중 적막감이 감도는 곳은 대구 홈구장인 DGB대구은행파크 뿐이었다. 16일 열리는 포항 스틸러스와 올 시즌 홈 개막전을 앞두고 그라운드 주변 정돈 작업이 한창이었다. 매끈하게 잘 관리된 푸른 빛의 그라운드가 보기만 해도 반가웠지만, 경기 당일에도 왁자지껄한 분위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K리그는 당분간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무관중으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대구는 지난해 19차례 홈 경기에서 평균 관중 1만734명을 기록했다. 초대권이나 할인권 없이, ‘제값 내고 들어온’ 관중만으로 쌓아 올린 수치다. 대구 선수단은 홈 관중석(1만2000석)의 89.5%가 들어찬 가운데 홈팬이 쏟아내는 함성과 진동을 고스란히 느끼며 뛰었다. 축구계 안팎에서 ‘K리그 속 유럽축구’라는 찬사가 쏟아졌다. 이처럼 뜨거운 분위기를 아는 대구 선수와 팬에게 ‘무관중’ 경기는 아쉽기만 하다.
서울 이태원 클럽 발 코로나19 확산 소식을 접한 조 대표는 “아직은 때가 아닌갑네”라며 고개를 저었다. 내심 프로스포츠에 대한 정부의 관중석 단계적 개방 지침에 기대를 걸었는데, 바이러스 재확산으로 관련 논의가 중단됐기 때문이다. ‘만원 관중 앞에서 신바람 축구를 보여주겠다’던 대구 관계자의 바람은 또다시 기약 없는 기다림이 되고 마는 모양새다.
코로나19 사태는 우리 삶의 많은 부분을 바꿔놓았다. 또 사태가 길어지면서 ‘협력’, ‘배려’, ‘인내’ 등의 키워드에 점점 무감각해지는 분위기도 있다. 하지만 지난 몇 달간의 대구가, 또 최근 며칠간의 서울이 분명하게 보여줬다. K리그의 텅 빈 관중석을 다시 채울 마법의 키워드가 뭔지 말이다.
송지훈 축구팀장 mil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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