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예산 깎아 긴급재난지원금 7조 마련
22년 만에 최대 삭감, 1998년 방식 벤치마킹
내달 2차 추경안 제출, 공무원노조 반발 예고
통합당 “더 깎아야…방만한 공공부문 줄여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30일 긴급재난지원금이 담긴 추가경정예산안(추경) 재원 관련해 “빚내서 긴급재난지원금 재원을 마련하는 게 아니라는 것을 뼈를 깎는 세출 구조조정을 통해 보여 드리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제공 |
[세종=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긴급재난지원금 재원 마련에 나선 정부가 전방위 예산 구조조정에 나서기로 했다. 공무원 인건비 동결, 경비 삭감을 비롯해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구조조정도 검토한다. 공무원노조는 인건비 동결·삭감에 반발하고 있지만 야당은 더 깎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어 진통이 예상된다.
3월 31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예산 내역을 변경하는 이같은 세출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정부는 세출 구조조정으로 7조1000억원 규모의 긴급재난지원금(지자체분 2조원 제외)이 담긴 2차 추가경정예산안(추경)을 편성할 계획이다. 7조원 넘는 세출 구조조정은 IMF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1차 추경 편성 이후 22년 만에 처음이다.
정부는 국방, 의료급여, 환경, 공적개발원조(ODA), 농어촌, SOC 예산 삭감을 검토 중이다. 이 과정에서 1998년 때처럼 공무원 인건비도 검토된다. 기재부 관계자는 세출 구조조정 검토 대상과 관련해 “앞으로 인건비·경비 부분도 봐야 한다”며 “모든 사업을 리뷰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30일 TV 뉴스 프로그램에 출연해 “빚내서 긴급재난지원금 재원을 마련하는 게 아니라는 것을 뼈를 깎는 세출구조조정을 통해 보여드리겠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로 인해 이자지급 예산이, 유가가 급락하면서 관련 비용부담이 줄어들었다”며 “당초 예상했던 세출 항목에서 경감되는 부분을 끌어모으겠다”고 설명했다.
앞서 김대중정부는 추경 12조5000억원 중 8조5000억원(68%)을 1998년도 예산을 삭감·조정해 마련했다. 당시 정부는 고통 분담 취지로 공무원 인건비 동결, 행정경비 절감을 통해 1조318억원을 마련했다. 도로·철도 착공 연기 등으로 SOC 예산 1조4607억원, 사업 연기로 농어촌 예산 9795억원 및 국방비 5936억원, 세수·교부금 감소에 따른 교육 예산 1조3166억원을 각각 삭감했다.
하지만 김대중정부 때처럼 세출 구조조정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당장 인건비 동결을 놓고도 노조는 강력 반발하고 있다.
전국공무원노조는 “강력한 대정부 규탄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기재부·인사혁신처에 따르면 올해 공무원 인건비(국가직 기준)는 39조원, 작년 평균 월급은 530만원(연간 6360만원)이다.
야당은 전방위로 보다 더 과감한 세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기재부가 추진 중인 세출 구조조정(7조1000억원) 규모는 올해 예산(512조원)의 1% 수준이다. 1998년 1차 추경 당시 세출 구조조정 규모(8조5000억원)는 당시 전체 예산(73조8000억원)의 12% 수준이었다.
신세돈 미래통합당 선대위 공동위원장(숙명여대 경제학부 명예교수)은 통화에서 “올해 성장률이 마이너스로 가는 국가비상사태가 될 것”이라며 “전체 예산의 20% 수준인 최대 100조원까지 통 크게 세출 구조조정을 해 국채 발행 없이 위기대응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가기관 모든 부서의 경비를 대폭 깎고 현금성 복지 예산도 조정해야 한다”며 “농어업 예산은 보강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추경호 미래통합당 의원은 “헬리콥터처럼 돈을 뿌린 뒤에는 근본적인 구조개혁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며 “공공부문이 솔선수범해 고통분담을 하고 방만하고 불요불급한 예산을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IMF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3월 인건비, 경비, SOC 예산 등을 삭감하는 1998년 1차 추가경정예산안(추경)을 편성했다. 문재인정부는 1998년 1차 추경 세출삭감 방식을 참조해 긴급 재난지원금 재원을 마련할 계획이다. [자료=국회, 그래프=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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