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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9 (화)

이슈 [연재] 중앙일보 '김식의 야구노트'

[김식의 야구노트] 미·일 야구가 못한 걸 한국은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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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팬데믹 속 안정 찾는 한국

최악 상황 치닫는 외국과 대조적

미·일 영향 속 성장한 한국 리그

협조·배려로 하루 빨리 개막하길

중앙일보

코로나19로 프로야구는 자체 평가전만 열린다. 30일 부산에서 열린 롯데 자체 평가전에서 2회 안타를 치고 나간 딕슨 마차도(왼쪽)가 2루에서 오윤석에게 태그 아웃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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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봄은 왔으나 야구가 없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 탓에 2020년 봄은 따뜻하면서 스산하다.

세계보건기구(WHO)가 11일 팬데믹(전 세계적 대유행)을 선언한 직후 메이저리그(MLB)는 시범경기를 중단했다. 미국 내 확진자가 무섭게 늘어나면서 정규시즌 개막도 5월 중순 이후로 연기됐다. 시즌 전체가 아예 취소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일본 프로야구(NPB) 상황은 더 나쁘다. 일본 내 방역이 활발하지 않은 상황에서 무관중 시범경기를 진행했다. 두 차례 미뤄서 잡은 개막일이 다음 달 24일이다. 그런데 지난주 한신 타이거스에서만 확진자 3명이 나오면서 충격에 휩싸였다. 일본 내 코로나19 확진자는 도쿄올림픽을 1년 연기하기로 결정한 24일 전후로 급증했다.

한 달 전까지는 한국 상황이 최악이었다. 이달 초 해외 캠프를 마치고 귀국할 당시만 해도 외국인 선수는 안전하다고 여긴 자국(미국·호주·캐나다 등)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야구에서 자주 봤던 것처럼, 방역 상황은 금세 역전됐다. 지난주부터 한국 확진자 수가 매일 100명 안팎으로 줄어든 반면, 미국과 유럽·일본의 확산세는 무서울 정도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3일 실행위원회(단장 회의)를 시작으로, 시시각각 변하는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무관중 자체 청백전’은 허용하되, 감염 의심자가 나오면 모든 걸 멈추고 팀 전체가 검사를 받게 된다. 빠르고 적극적인 대응이다.

지금까지 KBO리그는, 130년 역사를 자랑하는 미국과 인적 교류가 많았던 일본의 영향을 받았다. KBO리그 역사가 미·일을 따라가는 발자취였다. 하지만 코로나19를 극복하는 과정은 KBO리그가 선도하고 있다. 미국 언론은 마스크를 쓰고 자체 평가전을 하는 KBO리그를 부러운 시선으로 바라본다. “개막 2주 전에 돌아오겠다”던 외국인 선수는 개막 일정이 확정되지도 않았는데 앞다퉈 입국했다.

아직도 여러 목소리가 나오기는 한다. KBO는 26일 최근 입국한 외국인 선수에 대해 2주간 자가격리를 지시했다. 5개 팀 외국인 선수가 이에 해당한다. 류중일 LG 감독은 “자가격리 해제 후 몸을 다시 만들려면 최소 3주가 필요하다. (KBO가 목표로 하는) 4월 20일 개막은 무리”라고 말했다. 자금 사정이 넉넉하지 않은 일부 구단은 당초 예정대로 팀당 144경기를 치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저마다의 입장에서 쏟아내는 주장을 KBO 사무국은 합리적 결론으로 끌어내야 한다. 류대환 KBO 사무총장은 “코로나19 대응은 미국·일본과 다를 수밖에 없다. 정부 정책 방향에 맞추는 게 기본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달 초까지 코로나19 세계 2위 감염국이었던 한국은 바이러스 공포를 통제 가능한 수준으로 일단 끌어내렸다. 세계보건기구(WHO)와 외신은 한국의 대응을 모범 사례로 꼽았다. 당국과 의료진, 시민의 노력과 희생 덕분이다.

KBO는 31일 실행위원회를 열어, 팀 간 평가전 실시와 외국인 선수 격리 문제 등을 논의한다.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이 이기주의다. 가장 필요한 것은 선수와 구단 직원, 팬의 협조와 배려다. 그럴 수 있다면 KBO리그는 MLB나 NPB보다 일찍 안전하게 개막할 수 있을 것이다. 진짜 봄이 오는 것이다.

김식 야구팀장 see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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