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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연재] 중앙일보 '성호준의 골프인사이드'

[성호준의 골프 인사이드] 골프 금지령과 반발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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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스코틀랜드 빼고 모두 폐쇄

중세부터 금지와 반발 줄다리기

한국은 코로나19 와중에도 성업

골프에 관한 첫 공식 문서 기록은 ‘금지’다. 1457년, 스코틀랜드 왕인 제임스 2세가 “잉글랜드와 긴장 관계로 나라가 위태로운데 사람들이 골프와 축구에 빠져 군사훈련을 소홀히 한다”며 골프를 금지했다.

골프 금지의 역사는 한국에도 있었다. 김영삼 대통령은 “골프는 사치성 스포츠”라며 청와대 내 연습장을 없애고 공직자의 골프를 금지했다. 공직자 골프에 관한 질문에 “골프 칠 시간이 있겠어요”라고 했던 박근혜 대통령도 있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골프 금지령은 잘 안 지켜졌다. 스코틀랜드는 1470년과 1491년 골프 금지령을 더욱 강하게 공표했다. 있는 법을 거듭 공표한 건 사람들이 그 법을 잘 지키지 않아 유야무야됐다는 뜻이다. 1502년 잉글랜드와의 평화조약이 체결된 후에야 스코틀랜드의 골프 금지령이 풀렸다.

중앙일보

안식일을 깬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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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지령은 사라졌어도 금기는 남았다. 스코틀랜드에서 일요일 골프가 편하지 않았다. 당시 막강한 힘을 가졌던, 그 힘으로 마녀사냥도 하던 교회가 좋아하지 않았다. 교회에 안 가고 골프를 하다가 적발돼 대중 앞에서 참회했다는 등의 기록이 많다. 종교의 힘이 상대적으로 약해진 1896년, 화가 J. C. 돌만은 교회에 가지 않고 골프를 하다 성직자에게 발각되는 소재의 ‘안식일을 깬 사람들’(사진)을 그렸다.

여성 골프에 대한 첫 공식 기록은 ‘금기’와 관계있다. 스코틀랜드 메리 여왕이 1567년 골프를 쳤다는 건데, 남편이 죽은 직후라 눈총을 받았다. 여왕이 3개월 만에 다른 남자와 재혼하자, 국민은 여왕이 남편을 죽였다고 의심했다. 민심을 잃은 메리 여왕은 감옥에 갇혔다가 잉글랜드로 망명했고, 결국은 사촌 언니인 엘리자베스 여왕에게 참수형을 당했다.

한국에서는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총리 시절이던 2006년, 3·1절 골프로 총리 자리에서 물러났다. 철도 노조 파업 첫날인 데다, 3·1절 기념식에 불참한 게 문제가 됐다.

563년 전 스코틀랜드 골프 금지령의 원인을 제공했던 잉글랜드가 24일 골프 금지령을 내렸다. 잉글랜드골프협회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국가적 위기여서 골프장을 폐쇄해야 한다”고 발표했다. 골프장 폐쇄는 잉글랜드 외에도 웨일스와 북아일랜드도 동시에 이뤄졌다.

영국을 구성하는 네 지역 중 스코틀랜드만 금지에서 빠졌다. 전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 골프를 삼갈 것을 요청하는 정도에 그쳤다. 골프의 고향이라는 자부심에, 골프 금지령이 잘 먹히지 않는다는 역사적 경험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한국 골프장은 코로나19 와중에도 성업 중이다. 주말에는 지난해보다 더 붐비고, 그린피도 비싸다. 평일 골퍼는 지난해보다 적다. 한두 명이라도 반대할 경우 취소하는 단체팀이 많기 때문이다. 그래도 취소로 생긴 빈자리가 대부분 채워져 골프장이 받는 타격은 크지 않다고 한다.

찰스 왕세자와 보리스 존슨 총리까지 감염됐다니 영국은 상황이 심각한 모양이다. 그 와중에도 “달리기·산책·사이클은 허용하면서 골프만 금지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는 반발이 크다. 골프장이 성업 중이라는 한국 소식을 알게 되면 금지에 대한 반발은 더 커질 것 같다.

성호준 골프팀장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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