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문 대통령은 여론의 높은 관심을 받던 장자연·김학의·버닝썬 사건에 관해 "반드시 엄정한 사법 처리를 해 주기 바란다"며 "검찰·경찰 지도부가 조직의 명운을 걸고 책임져야 할 일"이라고 했었다.
문 대통령은 이날 n번방 사건을 "한 인간의 삶을 파괴하는 잔인한 행위" "중대 범죄"로 규정했다. 그러면서 "경찰청에 특별조사팀이 강력하게 구축됐으면 한다"고도 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평소 페미니즘과 여성 인권에 관심이 많은 만큼 여성이 피해자로 등장하는 사건에 더욱 적극적으로 대응하려는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대선 전인 2017년 2월 성 평등 정책 공약을 발표하며 "페미니스트 대통령이 되겠다"고 했었다.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 시절이던 2016년 '강남역 묻지 마 살인 사건' 때는 직접 강남역 추모 현장을 방문하고, "다음 생엔 부디 같이 남자로 태어나요"란 트윗글을 남겼다. 이 같은 기조의 연장 선상에서 취임 이후에도 성(性) 관련 사건, 그중에서도 특히 대중의 주목도가 높은 사건에 강도 높은 메시지를 내는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비슷한 이슈가 있을 때마다 보여준 이런 대응은 실제 2030 여성층의 탄탄한 문 대통령 지지로 이어졌다. 문 대통령은 이날도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순식간에 300만명 이상이 서명한 것은 이런 악성 디지털 성범죄를 끊어 내라는 국민들의, 특히 여성들의 절규로 무겁게 받아들인다"고 했다.
박사방 사건 피의자 조주빈씨의 신상 공개와 관련해 야권에선 "법무부 주도로 작년 12월부터 시행된 포토라인 공개 금지 조치 때문에 조씨 신상 공개가 어려워졌다"는 지적이 나왔다. 미래통합당 선거대책위원회 정원석 대변인은 "포토라인 공개 금지 수혜자 제1호 '조국 전 장관' 때문에 n번방 용의자들의 신상 공개와 포토라인 세우기는 한층 어려워질 전망"이라고 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해 조 전 장관 아내 정경심씨를 공개 소환하려다 문 대통령이 '인권(人權)을 존중하는 절제된 검찰권 행사'를 말하면서 비공개 소환했다. 사실상 포토라인 금지 1호 수혜자가 정씨인 셈이다. 이에 조 전 장관은 페이스북에 "n번방 사건은 성폭력특례법 제25조 제1항에 따라 (신상 정보 공개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안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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