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사태로 '수영장 구하기 전쟁' 중
팔트리니에리, 동네에서 만족하며 연습
수영 여제 러데키는 스탠포드대 수영장 폐쇄로 난감
한국 선수들 위해 오픈한 수영장은 2곳
2016 리우올림픽 자유형 1500m 금메달을 딴 이탈리아의 수영 간판 그레고리오 팔트리니에리(26)는 22일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지난 주부터 이탈리아 로마 외곽의 조그만한 동네 수영장에서 연습을 하고 있다. 풀엔 팔트리니에리 혼자 뿐이다. 이 수영장은 자국 스타 팔트리니에리를 위해서만 열었다. 문제는 이 수영장이 올림픽 정식 규격인 롱코스(50m)가 아닌, 쇼트코스(25m) 레인 밖에 없다는 점이다. 스타트와 턴 동작을 연마하는 데 애를 먹을 수밖에 없다.
/연합뉴스 이탈리아 수영 간판 그레고리오 팔트리니에리가 지난해 광주세계수영선수권 남자 자유형 800m 결승에서 금메달을 딴 뒤 기뻐하고 있는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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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색이 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동네 수영장에서 연습을 하면서 스스로를 행운아라고 생각한 이유가 있었다. 전세계적으로 코로나 사태가 확산되면서 대다수 수영장이 임시 폐쇄됐기 때문에, 팔트리니에리처럼 연습할 수 있는 수영장을 찾은 것은 행운이었다. 심지어 그는 ‘문을 연 이탈리아 수영장’을 발견한 것이다. 이탈리아는 22일 오후 6시(현지시각) 기준 누적 사망자가 5476명에 달한다. 발원지로 지목된 중국을 뛰어넘었을 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사망자 수를 기록 중이다.
럭키 가이(lucky guy) 팔트리니에리는 도쿄올림픽(7월 24일~8월 9일)이 예정대로 열리는 것에 대해 비판했다. 그는 “나는 운이 좋아서 현재 훈련하고 있지만 다른 선수들 사정은 완전히 다르다”며 “전 세계적으로 90% 이상 선수들이 최소 2~3주 이상 수영 훈련을 못 하고 있는 상황에서, 올림픽 무대에서 경쟁하는 건 공정하지 못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수영 여제도 연습장 구해요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수영 여제(女帝)로 불리는 케이티 러데키(미국·23)도 전용 수영장을 찾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그는 자신이 속한 스탠포드대 수영장이 코로나 사태로 폐쇄된 이후 대안을 찾지 못했다. 현재 여자 자유형 400m(3분56초46)·800m (8분04초79)·1500m (15분20초48)의 세계기록도 모두 러데키가 갖고 있다. 2016 리우올림픽 4관왕 등 올림픽 통산 금메달도 5개다. 도쿄올림픽에 출전할 미국 경영 대표팀 선발전은 오는 6월 21일 열릴 예정이지만, 대부분 선수들이 정상적으로 연습을 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공정성 논란에 휩싸인 상태다. 결국 미국 수영연맹과 육상연맹은 미국 올림픽·패럴림픽 위원회에 서한을 보내 “IOC(국제올림픽위원회)에 올림픽 연기를 제안해달라”고 공식 요청했다.
한국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현재 진천선수촌 수영장과 경북 문경의 국군체육부대 수영장 등 2곳만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진천선수촌에서는 지난해 광주세계선수권대회 전 선발전에서 국가대표로 뽑힌 선수 가운데 대회 이후에도 남아 훈련을 희망한 선수 중 우선순위가 높은 13명만 훈련 중이다. 올 시즌 국내에서 열릴 예정이던 대회는 모두 코로나 확산으로 취소됐고, 결국 다음 달 30일부터 나흘간 예정된 대표 선발전이 시즌 첫 대회가 됐다.
◇“수영장, 100% 안전하다고 말 못해”
전문가들은 코로나 바이러스가 오염된 물을 매개로 감염되는 수인성 감염병이 아니기 때문에, 수영장 물을 통한 감염을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한다. 특히 수영장에선 염소 소독이 돼 있는 물을 쓰기 때문에 감염 가능성이 낮다. 하지만 탈의실 등 함께 있는 시설의 위생 관리 상태가 문제다. 다중이용시설인만큼 코로나 감염자와 가깝게 접촉할 가능성이 높아 100% 안전하다고 말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대다수 수영장들이 임시 폐쇄를 결정하는 이유다.
결국 올림픽까지 4개월 남짓 남은 상황에서 수영 선수들이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은 마땅치 않다. 수영장을 구하지 못한 선수들은 지상 훈련만 반복할 뿐이다. 이대로라면 도쿄올림픽 메달은 ‘수영장 구하기 전쟁’에서 승리한 선수들의 차지가 될 지도 모른다.
[주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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