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29 (토)

7년의 기다림… "올림픽 성화 보자" 日센다이 시민 5만명 몰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일본 정부 "성화는 부흥의 불"… 센다이역 성화 전시회 장사진

지진피해 큰 곳이라 올림픽 기대 커… 다닥다닥 붙은 행렬 500m 달해

코로나 바이러스가 언제 확산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일본 국민 5만명이 한곳에 몰려들었다. 26일부터 일본 전역을 순회하는 올림픽 성화(聖火), '부흥(復興)의 불'을 직접 눈으로 보기 위해서다.

일본 정부는 올 7월 도쿄올림픽을 밝힐 성화를 부흥의 불이라 명명하고, 2011년 대지진으로 큰 피해를 입은 3개 현(미야기·이와테·후쿠시마) 순회 전시회를 개최했다.

조선일보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의 우려에도 21일 일본 미야기현 센다이역에 전시된 2020도쿄올림픽 성화를 보기 위해 운집한 인파. 주최 측은 당초 1만명을 예상했지만 5만2000명이 몰려들며 몇 시간 동안 줄 서 기다려야 성화를 볼 수 있었다. 19일 도쿄올림픽 조직위에 넘겨진 성화는 이와테, 미야기, 후쿠시마현에 차례로 전시된 후 오는 26일 후쿠시마 축구센터 J빌리지에서부터 일본 내 봉송에 들어갈 예정이다. /로이터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성화가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첫 대규모 전시에 들어간 21일. 부흥의 불 전시 장소인 미야기현 JR 센다이(仙台)역 주변에 이른 아침부터 지역 주민들이 모여들었다. 어린아이와 함께 나온 부부, 젊은 연인, 웃음기 가득한 여고생들…. 마스크를 쓴 시민의 행렬이 전시를 시작한 오후 1시 이후엔 500m에 이르렀다. 마이니치신문은 "주최 당국은 관람객 1만명을 예상했지만, 5만2000명이 몰려 몇 시간 동안 줄 서서 기다려야 했다"고 전했다.

주최 측은 처음엔 약 1m 크기의 성화 모형 바로 앞까지 15명씩 들어가 1분간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관람객이 몰려들자 급히 방침을 바꿨다. 오후 4시부터는 성화 모형 앞에 줄을 치고 멈추지 않은 채 지나가면서 볼 수 있도록 했다.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사람들이 몰려든 배경에는 이 지역 주민들이 올림픽에 대해 갖는 특수한 감정이 깔려 있다. 도쿄올림픽이 결정되기 2년 전인 2011년 3월, 미야기·이와테·후쿠시마현을 집중적으로 강타한 '3·11 동북부 대지진'이 발생했다. 10m가 넘는 쓰나미가 가옥을 덮쳤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방사능이 대거 유출됐다. 이로 인한 사망자는 1만5000여명. 실종자도 5000명을 넘는다. 3개 현에서는 여전히 4만8000여명이 피난 생활을 한다. 이 때문에 아베 신조 내각은 2013년 올림픽을 유치하면서 '부흥 올림픽'으로 명명했다.

도쿄올림픽을 준비하면서도 동북부 대지진 복구를 위한 부흥 올림픽으로 만들자는 생각 아래 관련 정책을 추진해왔다. 방사능 노출 위험이 여전히 크다는 일부 비판에도 후쿠시마현에 아즈마 경기장을 만들어 야구 개막전을 준비하도록 했다. 오는 26일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성화 봉송도 후쿠시마현 J빌리지에서 출발한다. 이렇게 '도쿄올림픽=부흥 올림픽' 공식이 만들어지면서 대지진으로 인한 피해가 컸던 3개 현의 주민들은 올림픽 개최를 누구보다 더 바라고 있다.

하지만 통제 불가능한 상황에서 대규모 군중이 몰리면 집단 감염 위험성도 커진다. 일본 감염증학회 다테다 가즈히로 이사장은 마이니치신문 인터뷰에서 "야외에서도 (사람이 많은 상태에서) 손이 닿는 가까운 거리에서 장시간 기다리고 있다면 감염이 확대될 위험성이 있다"며 "많은 인파가 모이면 간격을 어떻게 적절하게 취할지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올림픽 정상 개최가 불투명한 가운데 일어난 이날 '5만명 줄 서기'는 일본 사회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축소판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아베 내각이 여전히 '코로나 바이러스 불감증'에 빠져 있기에 위험한 줄 서기를 자초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

미야기현으로부터 성화를 이어 받은 이와테현은 22일 열차를 이용해 7곳에서 '이동 전시회'를 여는 방법으로 대규모 인파가 한곳에 몰려드는 사태를 피해갔다.

[도쿄=이하원 특파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