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는 소극적, 여자는 적극적
존슨 불참에 켑카·스콧은 무관심
올림픽보다 메이저 대회 높게 평가
개인선택이 우선, 애국심은 다음
2016년 리우올림픽 여자골프 금메달리스트 박인비는 올해 도쿄올림픽에서 2연속 메달을 노린다. 출전권 따기 위해 올 시즌 열린 LPGA투어 4개 대회에 모두 출전했다. [중앙포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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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골프 세계 5위 더스틴 존슨(미국)이 3일 도쿄 올림픽 불참을 발표했다. 3위 브룩스 켑카(미국), 6위 아담 스콧(호주)도 ‘올림픽에 꼭 가야 하는가’라는 태도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까지 터져 도쿄에 안 갈 것 같다.
골프가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복귀한 2016년 리우올림픽을 앞두고도 비슷했다. 당시 남자골프 ‘빅4’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 조던 스피스(미국), 제이슨 데이(호주), 존슨이 불참했다. 그들은 “여름 대회 일정이 촘촘하고 지카 바이러스가 불안해서”라는 이유를 댔다.
여자 선수들은 달랐다. 지카 바이러스는 여성에게 더 큰 위협이다. 그런데도 4년 전, 세계 상위 랭커 중 올림픽 불참자는 없었다. 여자 선수들은 “스타급 선수가 참가하지 않으면 골프가 올림픽 종목에서 다시 빠질지도 모른다”고 걱정했다. 올림픽 참가에 미온적인 남자 선수를 비난하기도 했다.
특히 한국 여자 선수들이 열정적이다. 박인비는 당시 “몸이 아파 경기력이 떨어졌다. 출전권을 양보하라”는 일부 팬의 요구를 받았다. 성적이 나쁠 경우 큰 비난이 쏟아질 텐데, 박인비는 이를 무릅쓰고 나가 금메달을 땄다. 박인비는 금메달까지 따 더는 올림픽에 대한 미련이 없을 것 같은데, 다시 올림픽의 해가 되자 랭킹 포인트를 딴다며 전 경기에 출전하고 있다.
올림픽에 대한 생각은 왜 남녀가 다를까. 남자 선수가 바이러스를 더 무서워하는 건가. 아니다. 리우올림픽 불참에 있어 지카 바이러스는 핑계였다고 본다. 주요 남자 선수들은 처음부터 올림픽에 관심이 없었다. 프로대회 상금이 커서 그럴까. 올림픽에 나가느라 벌지 못하는 돈이 아까워서일까. 관계가 전혀 없지는 않겠지만, 결정적 이유는 아니다. 특급선수는 부자다. 돈이 아쉽지 않다. 올림픽 메달에 따른 포상금 등도 적지 않다. 애국심이 여성만 못한가. 그것도 아닐 것이다.
남녀 시각차의 가장 중요한 이유는 종목에 대한 자부심이다. 스포츠 이벤트를 상점에 비유한다면, 올림픽은 여러 분야 물건을 파는 백화점이다. 종목별 세계선수권 등은 전문점이다. 인기 스포츠는 장사가 잘되는 전문점이다. 장사가 잘되는데 백화점에 좋은 제품을 줄 이유가 없다. 백화점에서 가장 좋은 상품을 살 수 있다면, 전문점에는 갈 필요가 없다. 그러면 이류가 될 수도 있다.
야구의 경우 메이저리그는 올림픽 기간에 리그를 중단하지 않는다. 최고 선수를 올림픽에 보내지 않는다. 축구는 올림픽에 23세 이하(U-23) 선수(와일드카드 3명 제외)를 내보낸다. 반면, 비인기 스포츠는 올림픽에 전력을 다한다. 올림픽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아 종목의 인기를 높이려 한다.
선수 생각도 비슷하다. 큰 대회에서 우승해야 더 돋보이고 가치도 커진다. 가장 큰 대회가 전문점인지, 백화점인지는 종목마다 다르다. 비인기 종목이라면 백화점이 가장 크다. 선수는 세계선수권보다 올림픽에 모든 것을 건다. 반면 축구선수는 올림픽보다 월드컵을 중시한다.
남자 골프선수들이 올림픽에 심드렁한 건 메이저 대회의 가치를 더 높이 평가해서다. 정상급 남자 골프선수에게 마스터스와 올림픽 금메달 중 고르라면 99% 이상 그린재킷을 택할 것이다. 반면, 여자 선수는 최고 대회인 US오픈과 올림픽 중 고를 수 있다면 대개 올림픽을 선택할 것이다.
남자 선수가 메이저대회에, 여자 선수가 올림픽에 에너지를 더 쏟는 건 개인의 합리적 선택이다. 애국심 등은 그다음 이유가 될 것이다.
성호준 골프팀장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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