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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추가경정예산 편성

① 총선 두달 앞둔 '선거용 정치추경' 논란...野 반대 불보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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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추경' 딜레마 빠진 정부]

② 국가채무 700조 넘어...적자국채 추가 발행 땐 나랏빚 급증 우려

③ 화끈한 대책 주문한 文...'메르스 추경 반대' 발언 부메랑 될수도

④ 예비비 부족 땐 편성 가능성...올해도 '습관성 추경' 비판 거셀듯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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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8일 국무회의를 통해 ‘비상 경제시국’이라는 특단의 표현으로 상황의 엄중함을 경고하고 나서면서 추가경정예산안(추경) 편성 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문 대통령의 발언은 결국 조만간 막대한 재정을 푸는 경기부양 카드를 꺼내기 위한 ‘사전 단계’가 아니냐는 것이다. 하지만 이미 512조원에 달하는 슈퍼 예산을 편성한 상황에서 재정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집행처를 찾기 쉽지 않고 4·15총선을 앞두고 야당의 정치적 반대를 넘어서기도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또 올해 예산에 60조원의 적자국채 발행이 예정된 만큼 추경 편성 때는 재정 건전성이 한층 악화할 수밖에 없다는 점도 부담이다. 추경을 둘러싼 정부·여당의 딜레마를 쟁점별로 짚어봤다.

①총선 앞두고 야당 반대 넘어야=4·15총선이 두 달도 채 남지 않았다는 점은 추경 편성을 가로막는 대표적인 요소다. 비록 코로나19 확산으로 수출·내수 양쪽에 전방위 타격이 가해져도 시점상 ‘정치적 추경’이라는 논란에 부딪힐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2000년대 들어서 총선 전에 추경을 편성한 사례 역시 한 차례도 없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부 교수는 “코로나19가 진정되도록 중국 입국자를 제대로 관리할 생각은 안 하고 돈 풀 생각만 하니 답답하다”며 “총선을 의식해 추경을 편성하겠다는 수가 읽히니 국민이 공감할 리가 없다”고 꼬집었다.

결국 관건은 코로나19 사태의 진정 여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확진자가 계속 늘어 내수경기가 바닥을 찍는데도 야당이 민심을 외면하면 오히려 정치적 역풍에 휘말릴 수 있기 때문이다. 재정경제부(현 기재부) 차관 출신인 김광림 미래통합당 최고위원이 “총선 이전에 하는 추경은 오해를 살 수 있다”면서도 “야당이 무조건 반대를 해서는 안 된다”고 언급한 것 역시 이런 맥락을 고려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②적자국채 추가 발행으로 재정건전성 악화 불 보듯=경기 부양을 위한 특단의 카드로 추경을 꺼내면 재정 건전성 악화가 불가피하다는 점도 정부로서는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512조원의 슈퍼 예산 편성으로 관리재정수지 적자 규모는 지난 2018년 10조6,000억원에서 올해 71조5,000억원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올해에만 60조원 규모의 적자국채를 발행해야 할 만큼 나라 살림살이가 나빠졌다. 지난해 11월 말 기준 국가채무가 704조5,000억원을 기록한 가운데 추경 편성을 위해 또 한 번 적자국채를 발행하면 올해 정부가 계획한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40.7%)이 한층 치솟을 수밖에 없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는 “재정건전성이 급격히 안 좋아졌는데 또 빚을 낸다는 것 자체가 바람직하지 않다”며 “규제 완화나 법인세 인하 같은 근본적인 대책으로 경기 반등을 유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③文 대통령도 메르스 땐 추경 반대=문 대통령은 추경 가능성을 염두에 둔 듯 강도 높은 표현으로 재정 당국을 향해 공개적인 압박 메시지를 던졌으나 과거 야당 대표 시절에는 반대로 정부의 추경에 날 선 비판을 가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시절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추경’에 대해 “정부가 제대로 대처했으면 천문학적인 국민 세금이 추가될 일이 없었을 것”이라며 “추경은 전적으로 정부의 무능을 드러낸 것”이라고 지적했다. 올해 본예산의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에 추경 편성에 나서면 문 대통령의 과거 발언이 부메랑으로 날아올 수 있다는 얘기다.

④예비비 부족 땐 추경 불가피···재정효과는 의문=현재 기획재정부는 “추경 편성은 아직 검토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우선은 예비비 지출과 기금운용계획 변경(기금 지출 20~30% 확대) 등을 통해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로 성장률이 급락할 경우 추경 논의는 수면 위로 부상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배적인 관측이다. 실제로 문 대통령 역시 “1차 예비비(1,041억원)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며 “어떤 제한도 두지 말고 예상을 뛰어넘는 정책적 상상력을 발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정부가 추경 편성에 나서더라도 재정효과를 확 끌어올릴 방도가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올해 예산에 512조원이나 투입할 만큼 확장재정을 펼쳐놓은 상황에서 추경으로 대응해야 할 불요불급한 사업을 찾아내기는 어려울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지난해 미세먼지·산불 대응 등을 명목으로 6조원대의 추경을 편성했을 당시에도 각 부처와 지자체가 추경 규모에 맞춰 ‘사업 짜내기’로 일관하면서 국회예산정책처로부터 “추경 반영이 적절하지 않거나 즉시 효과가 의심되는 사업이 많다”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세종=나윤석·조지원기자 nagij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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