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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연재] 중앙일보 '성호준의 골프인사이드'

[성호준의 골프 인사이드] 도쿄올림픽 여자 골프는 한·일 미래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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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별로 1~4명, 총 60명이 열전

상위 랭커 몰린 한·일 맞대결 유력

일본 여자골프 1998년생 황금세대

금 따는 쪽이 국제투어 주도권 차지

올림픽 골프 출전 선수는 남녀 60명씩이다. 일반 대회(144명)의 41%다. 게다가 잘하는 선수 중 상당수가 출전하지 못한다. 국가별 출전자 수 안배 때문에 국가당 최대 4명까지 나간다. 실력이 별로인 선수들도 출전할 수 있다. 29일 기준으로 보면, 여자골프 세계 12위 김효주는 올림픽에 못 가지만, 403위 알바레 발렌수엘라(스위스)는 출전권을 받는다.

출전 선수도 적은데, 실력이 대단치 않은 선수까지 대거 포함되면 챔피언십으로서 가치는 떨어진다. 대신 출전권을 얻은 엘리트 선수 입장에서는 메달을 딸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커진다. 실제 금메달을 놓고 경쟁할 선수는 20명 안팎이다.

한국 참가자는 4명이 될 게 거의 확실하다. 29일 기준으로 일본은 3명이다. 나머지 국가는 많아야 2명이다. 한국과 일본의 산술적인 금메달 가능성이 크다. 한국과 일본 이외에는 넬리 코다(미국), 브룩 헨더슨(캐나다), 한나 그린(호주), 펑샨샨(중국), 아리야 주타누간(태국) 등이 우승을 다툴 만하다. 그래도 한·일 선수보다 무게감이 떨어진다.

한국의 상위 랭커 4명은 세계 1위 고진영, 2위 박성현, 6위 김세영, 8위 이정은6이다. 이들 중 올해 상반기 성적이 나빠 랭킹이 하락한 선수는 김효주, 박인비 등으로 대체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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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타오카 나사. [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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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만만치 않다. 출전 가능 선수는 세계 4위 하타오카 나사(22), 11위 시부노 히나코(22), 14위 스즈키 아이(26)다. 일본 선수는 대회장이 홈이라 유리하다. 자국 올림픽을 앞두고 피치를 올리고 있다.

하타오카 나사는 이름이 특이하다.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가라는 의미로 미국항공우주국(NASA)에서 이름을 따왔다고 한다. 하타오카는 다른 일본 선수와 달리 자국 투어를 거치지 않고 LPGA 투어로 직행했다. 세계 최고를 꿈꾸는 선수다. 아마추어 시절 국가대표로 하타오카와 경쟁했던 임희정은 “일본의 명실상부한 에이스로 모든 걸 갖췄다”고 평했다. LPGA 투어에서 3승을 했고, 올해 두 경기에서 모두 2위를 할 정도로 컨디션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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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부노 히나코. [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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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부노 히나코는 일본 최고 스타다. 지난해 브리티시 여자 오픈 우승으로 42년 만에 일본에 메이저 우승컵을 안겼다. 항상 웃는 얼굴, 캐디 아르바이트를 하며 자란 사연 등이 더해져 폭발적인 인기다. 시부노의 브리티시 여자 오픈 우승 후 일본 대회 관중이 30% 정도 늘었고 시청률도 급증했다. 일본 골프 미디어는 시부노가 무얼 먹는지도 기사로 쓴다. 지난해 성적은 일본 투어 4승, LPGA 메이저 1승이다. 올림픽에서 홈 팬들의 엄청난 응원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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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즈키 아이. [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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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즈키 아이는 일본의 자존심이다. 2010년대 일본 상금왕은 대부분 한국 선수가 차지했다. 그런데 최근 3년간 두 번의 타이틀을 스즈키가 가져갔다. 통산 16승인데 지난해만 7승이다. LPGA 투어 대회인 토토 재팬 클래식에서도 우승했다. 일본 선수의 상승세는 매우 가파르다. 도쿄 올림픽 여자골프는 한국과 일본의 대결이 될 전망이다.

하타오카와 시부노 등 일본의 1998년생 가운데 뛰어난 선수가 많다. 박인비, 신지애, 최나연, 이보미 등 한국의 1988년생처럼 일본의 황금세대다. 일본은 이들이 한국 주도의 여자 골프 흐름을 바꾸기를 기대한다.

장기적으로 여자 골프는 아시아가 주 무대가 될 것으로 본다. 미국과 유럽에서 뛰어난 선수가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한국이나 일본 투어 중 하나가 국제투어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 그 주인공이 누가 될지는 이번 올림픽이 결정할 것 같다. 미래의 먹거리가 한국에 올까, 일본으로 갈까. 이번 올림픽을 눈여겨봐야 할 이유다.

성호준 골프팀장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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