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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연재] 중앙일보 '성호준의 골프인사이드'

[성호준의 골프 인사이드] ‘한 홀에서 죽을 때까지’ 연장전…꼭 그래야 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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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PGA 개막전서 7차 연장전 역풍

취지에도 안 맞고 갤러리도 외면

중앙일보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 6차 연장을 앞두고 몸을 푸는 하타오카 나사.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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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PGA 투어 개막전에서 7홀 연장전이 벌어졌다. 20일 밤(한국시각)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끝난 다이아몬드 리조트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에서다. 가비 로페스(멕시코)가 연장전에서 박인비, 하타오카 나사(일본)를 차례로 꺾었다. 박인비는 3차 연장에서 탈락했고, 하타오카는 날이 저물어 다음 날 치른 7차 연장전에서 물러났다.

특이한 점은 연장전을 같은 홀에서, 그것도 핀 위치와 티잉그라운드조차 바꾸지 않고 치렀다는 것이다. 연장전은 가능한 한 다양하고 종합적인 테스트를 통해 최고 선수를, 그것도 되도록 빨리 가리는 게 목적이다. 그런 면에서 이번 연장전 홀 배치는 적절하지 않다.

경기 위원회는 대회 전(한국에서는 연장전을 치를 것 같으면) 연장전 방식을 정한다. 연장전은 크게 두 가지다. 한 홀에서 승부가 나면 바로 끝나는 서든데스(sudden death) 방식과 몇 개 홀을 치러 점수를 합산하는 방식이다. 남자 대회 중 메이저인 디 오픈(3홀), PGA 챔피언십(3홀), US오픈(2홀)은 합산 방식을 쓴다. 다른 홀의 스코어를 합산해 승부를 가린다. 마스터스는 서든데스다. 다만 승부가 나지 않으면 바로 다른 홀로 옮긴다. 18번 홀 다음 10번 홀로 간다. 일반 대회는 대부분 서든데스다. 대개 같은 홀에서 두 번 한 뒤 다른 홀로 옮긴다.

LPGA 투어 측은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의 경우 18번 홀이 다른 홀과 긴 다리로 연결되기 때문에 갤러리 이동이 어려워 한 홀에서 계속 경기했다”고 설명했다. 한 홀에서 해야 했다면 왜 하필 파 3홀이었을까. 김용준 KPGA 경기위원은 “파 3홀은 선수를 종합평가하기 어렵다. 연장전은 드라이버와 아이언, 쇼트 게임을 모두 평가할 수 있는 파 4나 파 5홀이 적절하다”고 지적했다.

거리도 문제였다. 이번 대회 18번 홀은 파 3홀 치고는 매우 긴 197야드였다. 남자 대회로 치면 240야드 정도다. 박인비는 5번 우드로 티샷했다. 5번 우드는 아무리 뛰어난 선수도 핀에 가까이 붙이기 어려운 클럽이다. 이런 비정상적인 홀에서 계속 경기하는 건 좋지 않다. 다른 홀로 옮길 수 없다면 한두 번 한 뒤 티잉그라운드를 바꿔 미들아이언 등을 테스트하는 것이 옳다. 18번 홀은 길고 핀 위치도 어려웠다. 고난도 홀에서 경기가 빨리 끝날 것 같지만, 오히려 반대인 경우가 많다. 2012년 LPGA 투어 킹스밀 챔피언십에서 신지애와 폴라 크리머가 9홀 연장전을 치렀다. 매우 어려운 18번 홀에서 두 선수는 8차례 연장전을 모두 파로 마쳤다. 홀을 옮기고 나서야 승부가 났다. KLPGA 최진하 경기위원장은 “연장전은 쉽게 세팅하는 게 적절하다. 선수들은 파 세이브의 도사다. 쉬운 홀에서 버디를 잡기는 쉽지 않지만, 어려운 홀에서 파 세이브는 대부분 한다. 셋업으로 보면 연장전이 오래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2012년 킹스밀 대회 후 LPGA 투어 측은 “연장전 홀을 너무 늦게 바꿨다”며 실수를 인정했다. 이번 개막전에서 홀을 옮기지 못할 형편이었다면 핀의 위치와 티잉그라운드라도 바꿔야 했다. 연장전 한 홀, 한 홀은 완전히 다른 게임이기 때문에 경기위원회가 재량으로 옮길 수 있다. 몇 홀 치르다가 150야드 정도의 쉬운 핀에서 경기했다면 더 빨리 승부가 났을 것이다.

연장전은 빨리 끝나야 한다. 그래야 뉴스에도 많이 나온다. 다음날 아침 일찍 치르는 경기는 갤러리도 없다. 선수와 중계방송 팀이 하루 더 대회장에 머물면 스케줄도 복잡해지고 돈도 많이 든다. LPGA 투어의 한 홀에서 끝까지 가기 전략은 적절하지 않았다.

성호준 골프팀장 sung.hojun@joongang.co.kr

첫 번째 기사에서 디 오픈 연장전이 4홀로 기재됐습니다. 그러나 디 오픈 연장전은 3홀입니다. 4홀 합산으로 치르다 지난해 3홀로 변경됐습니다. 정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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