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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연재] 중앙일보 '성호준의 골프인사이드'

[성호준의 골프 인사이드] 진짜와 스크린, 좁혀진 간극 가상 골프의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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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대 골프 결산 ② 변화상·끝

스크린골프 규모 10년 새 2배로

남자보다 여자 골프가 더 인기

한국 골프는 다른 나라에서는 보기 힘든 두 가지 특징이 있다. 먼저 여자 골프가 남자 골프보다 더 높은 인기를 누리는 게 하나다. 또 시뮬레이터를 이용한 가상 골프(스크린 골프)가 활성화 된 것도 특이하다. 두 가지 현상 모두 21세기 초에 등장해 2010년대에 확고하게 자리 잡았다. 출현과 확산 시기가 스마트폰과 비슷하다. 애플 아이폰과 삼성 옴니아는 2007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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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대 골프 투어에서 최고 스타들이 빠르게 명멸했다. 여자골프 1위를 역임한 청야니. [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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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여자프로골프(KLPGA)는 남자프로골프(KPGA)에서 상금 10%를 받아 셋방살이로 시작했다. 1988년 어렵사리 독립하더니, 2008년 남자를 뛰어 넘었다. KPGA는 2010년대 중반까지도 “남자가 더 멀리 치고 스핀도 잘 거는데 여자가 인기가 높은 건 말이 안 된다”며 “곧 원래대로 ‘정상화’ 될 것”이라고 했다. 미디어도 ‘여고남저’를 일시적 현상으로 봤다. 스포츠는 남자가 우월하다는 편견이 있었다.

팬들은 동의하지 않았다. 기사 조회수, 댓글 수, 동영상 접속자 수 등 모든 수치는 여자 골프가 더 인기 스포츠라고 말하고 있다. 인터넷과 스마트폰, 소셜미디어로 인해 팬들은 발언권을 얻었다. 이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지금은 국내 남녀 투어 총상금이 6 대 10 정도다. 지금은 골프의 여고남저를 아무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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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대 골프 투어에서 최고 스타들이 빠르게 명멸했다. 리디아 고. [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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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 골프는 2010년까지는 위태로웠다. 2008년만 해도 스크린 골프장에서 도우미를 두고 술도 팔아 경찰에 단속되기도 했다. 퇴폐 이미지로 쇠락한 수많은 ‘방’들의 전철을 밟을 수도 있었다. “스크린 골프는 실제 공의 궤적을 반영하지 못하는 가짜”라는 주장도 강했다.

2010년 113만 명이었던 이용자 수가 2019년 390만 명으로 늘어났다. 업계 1위인 골프존 기준으로 스크린 골프 라운드 수는 2010년 3042만에서 올해 6000만(추정)으로 두 배가 됐다. 이용자 수와 라운드 수 모두 진짜 골프를 넘었다. 기술의 발전으로 진짜와 스크린의 간극이 줄었고, 게임과 유사해 젊은 이들에게도 거부감이 적다. 심지어 골프존은 베틀존이라는 온라인 네트워크 게임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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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대 골프 투어에서 최고 스타들이 빠르게 명멸했다. 아리야 주타누간.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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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어도 변했다. 2010년대 LPGA 투어에서 올해의 선수상을 받은 선수는 8명이다. 청야니, 스테이시 루이스, 박인비, 리디아 고, 아리야 주타누간, 고진영, 박성현-유소연(공동수상)이다. 같은 기간 PGA 투어도 8명이다. 2000년부터 2009년 사이 LPGA 투어와 PGA 투어에서 올해의 선수상을 받은 선수는 3명씩이었다. LPGA 투어는 안니카 소렌스탐(5회), 로레나 오초아(4회), 카리 웹, PGA 투어는 타이거 우즈(8회)와 비제이 싱, 파드리그 해링턴이다.

2010년대는 다양한 선수가 비교적 짧은 기간 정상에 올랐다가 내려갔다고 볼 수 있다. 왜 2010년대에 상을 받은 선수가 늘어났을까. 우즈와 소렌스탐이라는 수퍼스타의 몰락 또는 은퇴 때문이지만, 시대상과도 무관하지는 않다.

개인의 취향이 중요해졌다. 원하는 목표와 추구하는 가치, 성취의 종류가 이전보다 다양해졌다. 스마트폰 등으로 모두가 제 목소리를 내면서 개성이 중요해졌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스포츠 스타도 어느 정도 만족할 만한 부와 명예를 얻으면 ‘이 정도로 그만 두자’고 생각하는 것 같다. 앤서니 김은 홀연히 골프계를 떠났다. 박인비도 투어에 모든 걸 걸지는 않았다.

스마트폰을 통해 선수에게 전해지는 가시 돋친 댓글도 한몫 했을 것 같다. 선수들은 댓글로 스트레스를 받았다. 결과적으로 골프에 있어 2010년대는, 같은 시기 급성장한 소셜미디어 콘텐트처럼 무겁지 않은 시대였다. 팬들이 예전보다 더 자주, 더 조급하게 새로운 스타를 찾는 건지도 모른다.

성호준 골프팀장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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