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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연예계 방송 조작 의혹

[2019 방송 결산③] ‘프듀’ 조작에 무너진 엠넷→ ‘펭수’로 날고 ‘보니하니’로 추락한 E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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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넷이 '프로듀스101' 전 시즌의 조작 논란이 사실로 드러나며 올 한해 역대급 위기를 맞은 가운데, EBS는 '펭수'로 맞았던 전성기를 '보니하니' 논란으로 놓쳤다. 연합뉴스, 엠넷, 유튜브 '자이언트 펭 TV' 채널, EBS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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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엠넷과 EBS는 역대급 부흥기와 추락을 함께 맛봐야 했다.

엠넷의 위기는 채널의 대표적인 효자 브랜드로 꼽히던 ‘프로듀스101’(이하 ‘프듀’) 왕국의 몰락과 함께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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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넷의 대표 예능으로 꼽혔던 '프로듀스101' 의 역대 방송됐던 네 편의 시즌 전체에 대한 조작이 사실로 드러나며 채널은 물론 CJ ENM까지 유례 없는 위기에 빠졌다. 엠넷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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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션 예능의 새로운 부흥기를 이끌었던 ‘프로듀스101’(이하 ‘프듀’)는 ‘투표 조작 논란’에 휩싸이며 무려 4번의 시즌을 거치며 쌓아왔던 그들만의 왕국이 무너지는 결과를 맞이했다.

시작은 지난 7월 ‘프듀X’ 파이널 생방송 당시 불거진 대국민 유료 문자 투표 조작 의혹이었다. 당시 일부 시청자들을 중심으로 제기됐던 해당 의혹은 ‘조작 논란’으로 확대됐고, 결국 엠넷 측은 경찰에 제작진에 대한 정식 조사를 의뢰했다. 경찰은 수차례의 압수수색 끝에 안준영 PD와 김용범 CP에 대한 조작 정황을 포착하고 두 사람을 비롯해 보조 PD 1명을 구속 기소, 소속사 관계자 5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이 과정에서 안 PD는 ‘프듀’ 전 시즌에 대한 조작 혐의를 인정했다. 안 PD와 김 CP를 비롯한 총 8명의 피고인에 대한 첫 공판준비기일은 지난 20일 열렸으며, 두 번째 공판준비기일은 내년 1월 14일 진행될 예정이다.

‘국민 프로듀서’의 손에 의해 탄생하는 ‘국민 아이돌’을 표방해오며 신드롬급 인기를 구가했던 ‘프듀’의 민낯이 드러나며 대중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당초 ‘프듀X’의 조작 논란에 국한됐던 의혹이 아이오아이, 워너원, 아이즈원, 엑스원 데뷔조 전체에 해당하는 조작이었다는 사실은 더욱 큰 충격일 수밖에 없었다. 자연스럽게 앨범 발매를 앞두고 있던 아이즈원과 활동 중이던 엑스원의 활동이 모두 중단되고, 향후 활동 가능성 역시 불투명해졌지만 여전히 별 다른 대안은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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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넷 안준영 PD와 김용범 CP 등을 비롯해 연예 기획사 관계자 등 조작 사태 관련자 8명은 피고인 신분으로 현재 재판 진행 중이다. 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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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PD와 김 CP의 구속 및 조작 인정에 대한 경찰 발표 전까지 공식 입장 없이 묵묵부답으로 일관해 오던 엠넷 역시 이 같은 결과가 발표된 이후 이미지 추락을 피할 수 없었다. 엠넷은 부랴부랴 사과문을 발표함과 동시에 향후 보상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현재까지 별 다른 방안이 제시되진 못한 상황이다. 또한 경찰이 이번 조작 사태에 대한 CJ ENM의 이른바 ‘윗선’ 관여 여부에 대한 조사를 여전히 이어가고 있는 만큼, 엠넷과 CJ ENM의 위기는 여전히 일촉즉발의 상황이다. 출구 없는 위기 속 엠넷은 내년 상반기 론칭 예정이던 비연예인 대상 신규 서바이벌 프로그램인 ‘십대가수’의 편성 연기를 결정했다. 또한 내년 론칭을 앞두고 있는 신규 예능 역시 쉽게 편성 확정을 내리지 못하며 내년 엠넷의 미래에도 우려를 모으고 있다.

EBS 역시 ‘펭수’로 올해 유례없는 부흥기를 누렸으나, ‘보니하니’를 둘러싼 논란으로 교육방송이 쌓아온 이미지에 걸맞지 않은 오명을 써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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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최초의 연습생 캐릭터 '펭수'는 2030세대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EBS 개국 이래 최대 부흥기를 이끌었고, 신드롬급 인기를 구가했다. 유튜브 '자이언트 펭TV' 채널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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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 톡! 보니하니’의 10분짜리 코너인 ‘자이언트 펭TV’에서 출발해 지난 4월 동명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단독 콘텐츠를 선보이기 시작한 EBS 연습생 캐릭터 펭수는 다양한 포맷과 아이템을 기반으로 한 신선한 콘텐츠로 입소문을 탔다. 특히 ‘이육대’(EBS 아이돌 육상대회)에서 보여준 펭수의 B급 감성과 ‘선을 넘는’ 캐릭터, ‘사이다’를 선사하는 공감 코드 등은 2030 세대의 취향을 저격하며 유튜브 채널의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하는 데 일조했다.

가히 신드롬급 인기를 구가하며 EBS를 넘어 지상파 방송 3사, 케이블-종편 채널은 물론 영화계 등 문화 전반의 ‘대세’ 아이콘으로 떠오른 펭수의 메가 히트는 오랜 시간 교육방송의 정형화된 이미지를 가져왔던 EBS에게도 새로운 바람을 불어 넣었다.

하지만 이처럼 기분좋은 행보도 잠시, EBS에게 뜻하지 않은 ‘역대급 위기’가 찾아왔다. 또 다른 장수 효자 브랜드인 ‘생방송 톡! 톡! 보니하니’(이하 ‘보니하니’)에서 불거진 논란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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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니하니’는 지난 10일 진행된 유튜브 라이브 방송에서 최영수의 폭행설이 불거진 뒤 박동근의 성희롱 및욕 및 파문까지 불거지며 비난여론에 휩싸였다. ‘보니하니’ 유튜브 영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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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진행된 ‘보니하니’ 유튜브 라이브 방송에서 ‘당당맨’으로 출연 중인 개그맨 최영수가 녹화 중 ‘보니’로 출연 중인 버스터즈 채연에게 폭력을 가하는 듯한 모습이 포착되면 폭행설에 휘말렸다. 당시 제작진은 “폭행은 없었으며, 출연진 간의 장난이 오해를 불러일으킨 것”이라며 이를 해명했지만 비난 여론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여기에 ‘먹니’로 출연 중인 개그맨 박동근이 채연에게 성희롱과 욕설을 하는 장면이 포착되며 논란은 가중됐다.

결국 12일 EBS는 공식 입장문을 발표하고 ‘보니하니’ 방송을 잠정 중단하고 프로그램 제작 책임자를 보직해임하고 프로그램 제작진을 전면 교체하겠다고 밝혔다. 다음날, 김명중 EBS 사장은 뉴스를 통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고 대안 마련을 약속했다. 당시 김 사장은 “EBS를 믿고 사랑해 주신 시청자 여러분께 큰 실망을 드려 대단히 죄송하다”며 “누구보다 상처를 받았을 피해자와 가족 분들께도 진심으로 사과를 드린다. 향후 구체적이고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하지만 이 같은 사과에도 비난 여론은 가라앉지 않았고, EBS가 개국 이래 처음으로 맞이했던 부흥기 역시 차갑게 저물었다.

올 한 해, 역대급 흥행과 이미지 추락을 함께 맛봐야 했던 엠넷과 EBS는 2020년 이미지 회복이라는 큰 숙제를 풀어나가야 할 전망이다. 과연 이들이 차가운 대중의 시선을 돌리고 다시 한 번 믿음을 회복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홍혜민 기자 hh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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