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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투자자 만나고 청소기 돌리고 강의…바쁜 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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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듬체조 사업가로 ‘제2의 인생’

어린 선수들 지도에 대회 주최도

“악성댓글 참지 말고 문화 바꿔야

결혼? 난 아직 할 일이 많아요”

중앙일보

이제는 ‘요정’이 아니라 ‘대표’다. 리듬체조 아카데미인 리프 스튜디오에서 손연재가 은퇴 후의 삶과 꿈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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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연재 대표’. ‘리듬체조 요정’ 손연재(25) 명함에 적힌 이름과 직함이다. 2017년 3월 은퇴한 손연재가 ‘손 대표’가 되어 돌아왔다. 11일 서울 한남동 리듬체조 아카데미에서 만난 손연재는 “올해 3월 이곳에 리듬체조를 가르치는 ‘리프 스튜디오’를 열었다. ‘도약하다’라는 뜻의 영어 단어 ‘리프(leap)’에서 이름을 따온 건, 도전하는 주니어 선수들이 도약할 수 있도록 가르치고 싶어서다. 주변에 유치원과 초등학교가 많아 배우는 아이가 많다”고 말했다.

선수 생활을 마감한 뒤 손연재는 고민이 깊었다. 연예계 진출 이야기가 돌았지만, 손연재는 "나는 그런 끼가 없다”며 방송 등에 노출되는 것을 피했다. 그러면서 리듬체조도 사람들 관심에서 멀어졌다. 한국 리듬체조는 내년 도쿄올림픽 출전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결국 그가 나섰다. 일단 리듬체조를 알리고 확산시키는 데 앞장서기로 했다. 사비를 털어 리듬체조 아카데미를 열었고, 주니어 국제 대회도 주최했다.

손연재는 "선수 시절 러시아 등 동유럽 리듬체조 강국에 가보니 은퇴 선수들이 어린 선수들을 위해 아카데미를 운영하고 대회를 개최하고 있었다. 그 모습이 인상 깊었다. 그러면서 리듬체조 인구도 늘고, 실력 있는 엘리트 선수도 나오더라”라며 "그래서 올해 리프 스튜디오를 열었고, 5~15세가 나오는 선수 국제 주니어 대회인 리프 챌린지컵을 개최했다. 지난해 첫 대회를 열 때는 후원사를 별로 구하지 못해 사비를 좀 털었다. 올해는 많은 분이 도와주셨다”고 전했다.

현재 리프 스튜디오 수강생은 50명이 좀 넘는다. 남녀노소 누구나 체조를 배울 수 있는 성인 클래스도 더 크게 키울 생각이다. 문의도 많다고 한다. 리프 챌린지컵은 이제 두 번 대회를 열었을 뿐인데, 국내외 반응이 뜨겁다. 초청료가 따로 없는데도, 중국·일본·카자흐스탄·홍콩·말레이시아·싱가포르 등지의 주니어 선수가 참가했다. 아시아 리듬체조에선 여전히 손연재 만한 스타가 없다. 손연재는 2016년 리우올림픽에서 4위에 올랐다. 아시아 선수로는 올림픽 역대 최고 성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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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리프 챌린지컵 당시 시범을 보이는 모습. [사진 리프 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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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위해 스튜디오를 찾았을 때, 손연재는 전기청소기를 밀고 있었다. 선수 시절 매니지먼트사 직원들 뒷바라지 속에 운동에만 전념했던 손연재를 봐왔던 터라 그 모습이 낯설었다. 손연재는 "그냥 말로만 스튜디오를 운영하는 게 아니다. 연령대에 맞는 수강 프로그램을 만들고, 초등학생은 직접 가르친다. 리프 챌린지컵을 준비하면서는 투자자 미팅도 했다”고 말했다. 선수 시절 리듬체조에만 집중하던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리듬체조 요정 손연재’ 대신 ‘대표 손연재’의 느낌이 조금씩 풍겼다.

선수 시절 좀처럼 입을 열지 않았던 ‘악플’에 대해서도 과감하게 의견을 피력했다. 손연재는 선수 생활을 하는 내내 네티즌의 악성 비난 댓글에 시달렸다. 특히 2016년 11월에는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한 ‘악플’에 시달렸다. 당시 구속된 차은택씨가 2014년 만든 늘품체조 시연회 행사에 참석한 것을 두고 특혜 의혹이 쏟아졌다. 대한체육회 체육상에서 최우수상, 대상 등을 받은 게 특혜라는 것이다. 기사 댓글과 소셜미디어 등에 악플이 쇄도했다.

이에 대해 손연재는 "대한체조협회에서 공문이 보내와 참석했다. 내용은 전혀 몰랐고 좋은 마음으로 갔다. 근거 없는 비난 등에 대해 ‘관련이 없다’는 말을 한 번쯤 직접 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선수 시절에는 악플을 감내해야 하는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다. 후배들이 악플에 시달린다면 견디라는 조언을 하고 싶지 않다. 악플 문화를 바꾸는 게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손연재와 국제무대를 함께 누볐고, 리우 올림픽에서 메달을 땄던 러시아의 마르가리타 마문(24), 야나 쿠드랍체바(22)는 벌써 결혼했고 아이도 낳았다. 손연재는 "가끔 연락해 결혼과 출산 소식을 알고 있었다. 나보다 어린데 벌써 엄마가 된 게 신기하다. 내가 (결혼과 출산이) 먼 일이라고 생각해서 더 그런 것 같다. 나는 아직 할 일이 아주 많다”며 웃었다. 인터뷰 내내 ‘손연재가 리듬체조 사업에 모든 정성을 쏟고 있구나’ 하는 느낌이었다. 그는 "사업이 처음이라 힘든 점도 있지만 뿌듯하기도 하다. 리프 챌린지컵이 50회 될 때까지 계속 개최할 거다. 그러다 보면 우리 아카데미 출신, 우리 대회 출신이 올림픽에 나가는 날도 올 것”이라고 말했다.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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